- 201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0분. 스포일러는 없어요. 사실 적어 볼 생각이었는데 이야기가 여기저기로 막 튀는 작품인 데다가 돌이켜 보니 캐릭터들 빌드업도 시작부터 끝까지 은근히 촘촘해서 포인트를 다 적다간 몇 페이지 분량이 될 것 같아서 포기합니다.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래서 이 일곱명이 모두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연기하는 영화... 같은 걸 기대하심 보다가 화가 날 수 있습니다. ㅋㅋ)



 - '마티'라는 매우 수상한 이름의 작가가 주인공입니다. 아일랜드인이구요. 당연히 술 좋아하구요. 시나리오를 쓰는 중인데 그 제목이 영화 제목이에요. ㅋㅋ 보통의 영화 속 글쟁이들마냥 이 분 역시 글이 잘 안 풀려서 술만 먹다 여자 친구에게 혼나고 절친 빌리에게도 민폐 끼치고... 뭐 이러고 살고 있는데요. 우리 빌리씨는 본인은 '강아지 구조 사업'이라 주장하고 마티에겐 '강아지 납치 사업'이라는 소리를 듣는 좀 나아쁜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동네 강아지들을 납치한 다음에 주인이 찾아주면 보상한다는 벽보를 붙이면 시침 떼고 돌려줘서 돈 받는 일인데... 뭐 그냥 범죄죠. ㅋㅋ 그리고 이때 빌리가 훔쳐 온 강아지들을 보관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돌려주며 돈 받아 오는 역할을 해주는 아저씨 '한스'까지 해서 셋이 대략 주인공인 이야기구요. 


 이 하찮은 상황이 본격적인 이야기로 굴러가기 시작하는 건 빌리가 최근에 훔쳐 온 시츄 한 마리가 하필 그 동네 조폭 보스 아저씨의 개였다는. 그리고 그 아저씨가 정말 괴상할 정도로 그 개를 사랑하고 집착하는 사람이었다는 상황에서부터입니다. 당연히 그 개를 반드시 찾으려 하겠고, 훔쳐간 놈들을 죽여 버리려고 하겠죠. 곧 불어 닥칠 피칠갑 상황들에서, 무력 스탯 제로의 글쟁이 마티 젊은이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보면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콜린 패럴의 눈썹. 어떻게 사람 눈썹이 저렇죠...)



 - 일단 이 '사이코패스' 라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게 됩니다. 왜냐면 영화 속에서 나오는 '사이코패스'들이 뭔가 요즘 대중 매체 속에서 나오는 사이코패스들이랑 많이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이 영화 속 사이코패스들은 대략 예전에 우리가 그냥 '싸이코'라고 부르던 유형들에 가깝습니다. 감정이 없고 교활하고 뭐 어쩌고... 이런 것보단 걍 본인 내키면 아무 거리낌 없이 뒷수습 생각 없이 험악한 일들을 마구 벌이고 다니는 그런 사람들이구요. 

 근데 뭐 애초에 이게 진짜로 의학적, 전문적인 개념이 아니라면서요. 소시오패스는 그런 개념으로 인정되고 통용되는데 사이코패스는 그런 게 아니고. 그냥 대중 문화 컨텐츠들에서 워낙 사랑 받고, 또 그냥 사람들이 이 개념을 재밌어해서 자꾸 쓰인다. 뭐 이런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암튼 뭐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니겠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딱히 누가 사이코패스네 아니네 따질 것 없이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이 괴상하긴 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리고 당연히 괴상한만큼 귀엽죠.)



 - 영화는 무척이나 마틴 맥도나스러운데, 또 이 분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들과는 톤이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킬러들의 도시'나 '쓰리 빌보드' 같은 영화들은 코미디이긴 하지만 뭔가 장중한 느낌도 들고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도 강하고 그렇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대체로 밝고 가벼운 편입니다. '사이코패스'에 해당하는 등장 인물들이 튀어 나올 때마다 자막으로 '사이코패스 n번' 이렇게 자막 넣어주는 연출도 그렇고. 상황 전개도 황당무계해서 진지하게 봐주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말하자면 좀 더 '본격 코미디'라는 느낌이 많이 들고요.


 하지만 그렇게 근본적으로 다르고 그렇진 않아요. 그렇게 가볍게 다루는 와중에도 흘러가는 이야기 자체는 심각 진지 비극적이고요. 인물들이 서로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의외로 진실하고. 클라이막스에 펼쳐지는 드라마는 분명히 무게감이 있으며. 또 엔딩은 꽤 진지하게 삶이란 것의 비극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찌질이와 찐따... 같은 느낌으로 시작하고 계속 비슷하게 가지만 그 와중에도 훈훈하고 짠한 드라마는 펼쳐지구요. 결국 다 정 들구요.)



 - 사실 저는 '쓰리 빌보드'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킬러들의 도시'와 비교를 하자면요.


 에... 일단 '킬러들의 도시'는 꽤 차분한 이야기였잖아요. 반면에 이 영화는 좀 정신이 없습니다. ㅋㅋㅋ 일단 처음엔 '사이코패스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진짜 사이코패스를 만났다가 인생 꼬이는 작가 이야기'라는 컨셉에서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만한 소동극으로 출발을 해요. 근데 그게 계속해서 안 전형적인 방향으로 급선회를 거듭하구요. 중간중간 마티가 쓰는 시나리오 이야기가 끼어들면서 뭔가 글 쓰기와 장르물 영화의 공식에 대한 메타 픽션스런 요소가 삽입되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영화가 계속 '니들이 짐작할만한 그런 이야기론 절대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뽐내며 아무 방향으로나 막 달려요. ㅋㅋ 그래서 딱히 어렵거나 난해한 장면이 없음에도 다 보고 나면 바로 드는 생각이 '한 번 더 봐야 하나?' 입니다. 네. 좀 그랬구요.


 캐릭터들을 빚어내고 다루는 방식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최종 빌런은 우디 해럴슨이 맡은 조폭 두목이고. 두 말 할 것 없이 나쁜 놈이면서 미친 놈입니다만. '킬러들의 도시'의 레이프 파인즈도 그랬듯이 이 양반도 분명한 삶의 원칙이 있고 그걸 지키려고 최선을 다 해요. 그 원칙이 '킬러들의 도시'에서 레이프 파인즈가 맡았던 캐릭터의 것만큼 납득 가능한 건 아닙니다만. (그냥 무조건 우리 시츄가 최고야!! 입니다. ㅋㅋ) 그래도 끝까지 그 룰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막판엔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아닐지도... 라는 생각이 아주 조금은 들게 되구요. 

 빌리와 한스, 주인공의 정신 사나운 동료들도 마찬가집니다. 나중에 보면 둘 다 정상과는 아주 많이 거리가 먼 사람들로 밝혀집니다만. 역시나 확고한 본인 가치관을 갖고 굉장히 노력하며 사는 인간들인지라 결국엔 대충 납득하게 되고, 마지막엔 꽤 감동적인 상황까지 연출해 내고 그래요.


 마지막으로... 역시나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 탐구하는 이야기이면서, 시궁창 상황 속에서 종국엔 꽤 희망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면에서 닮지 않았나. 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가벼운 전개도 많고 이야기도 격하게 비현실적이다 보니 '킬러들의 도시' 만큼 진중해 보이진 않는데. 그 와중에도 캐릭터들의 힘으로 꽤 울림 있는 장면들을 잘 뽑아 내더라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 중에서도 톰 웨이츠 할배 캐릭터의 이야기가 꽤 많이 튀는 편입니다. 사실 메인 줄거리랑 좀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긴 한데, 그래도 재밌으니 문제 없는 걸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올가 쿠릴렌코도 나오긴 하는데, 정말 나오기만 합니다. 가만 보면 이 분도 그 옛날 007로 유명해지기만 하고 그 뒤로 딱히 뭐 임팩트가 없네요.)



 - 당연한 듯이 배우들이 다 잘 합니다. 거의 감독의 페르소나급이 아닌가 싶은 콜린 페럴은 여전히 그 잘생김을 하찮게 쓰면서 찌질 궁상맞은 아일랜드 술꾼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 주고요. 샘 록웰의 안 제정신 캐릭터 연기는 정말 보는 내내 재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배우 이름에서 전해지는 임팩트는 별로 없는 분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했던 게 미안할 정도로 잘 하더라구요. ㅋㅋㅋ 우디 해럴슨은 언제나 잘 해내는 그 연기, '아 진짜 너 계속 귀찮게 할래?'라는 듯한 표정으로 내내 툴툴거리는 아저씨를 잘 보여주고요.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퍼 워큰 옹이 참말로 좋아요. 역시나 늘 하는 그 괴인 이미지로 밀고 나가시는데, 엔딩 부근의 '감정 울림' 파트를 너무 잘 해주셔서 영화의 완성도도 많이 올려주시고, 제 존경심도 많이 올려주시고. 뭐 그랬습니다.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뭘 해도 우디 해럴슨스럽지만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우디 해럴슨입니다.)



 - 잔인한 장면이 꽤 많이 나옵니다. 중간에 나오는 어떤 캐릭터, 탐 웨이츠가 맡은 인물의 과거지사 장면에 거의 집중되긴 하는데요. 음... 암튼 정말로 호러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고어씬들이 서너번 이상은 나왔던 듯 하구요. 여성의 신체 노출 장면도 조금 있고요. 사람이 활활 타는 장면 같은 것도 나오고... 뭐 그런데요.

 고어에 약하신 분들도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대체 왓챠가 어디에서 수입해다 심의 받은 버전을 갖다가 틀어주는 건진 모르겠는데. 정말 역대 최강급 블러가 계속해서 활약해 주거든요(...) 아니 홍콩 영화도 아니고 서양 영화에서 담배가 모조리 다 블러 되는 건 별로 못 봤는데요. ㅋㅋㅋ 여성의 가슴 노출도 매번 다 블러로 박박 가려 주고요. 고어씬들은 말 할 것도 없구요. 나중에 보면 그냥 상처에서 피 흐른 부분들까지 블러에다가... 진짜 대박인 건 대사까지 검열을 해놨다는 겁니다. 극중 인물들이 F 들어가는 단어를 쓸 때마다 대사가 묵음 처리되어서 안 들려요. 허허. 허허허허허... orz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워큰옹이야 뭐. 그냥 만수무강하며 영화 더 많이 찍어 주세요. 이제 팔순을 넘기셨는데... ㅠㅜ)



 - 이미 앞에서 자백 했듯이, 솔직히 최소 한 번은 더 봐야 정리가 될 것 같은 영화라서 이쯤에서 급마무리 하겠습니다.

 마틴 맥도나 좋아하는 분들이면 그냥 보세요. 영화의 스타일이나 방향성 자체가 비평가들에게 좀 덜 사랑 받을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평가는 다른 대표작들 대비 좀 약한 편입니다만. 그래도 이 분의 개성과 스타일은 그대로 살아 있어서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주인공 이름을 '마티'라고 지어 놓은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게 감독 본인의 심정과 생각을 반영한 이야기임이 분명해서 그런 걸 따지고 캐 보는 재미가 꽤 좋습니다.

 워낙 정신 산란하게 전개되는 작품이라 그런지 다른 대표작들처럼 '참으로 흠집 없이 잘 만들었네요'라는 생각은 좀 덜 드는 편이지만. 그래도 재밌다는 거. 즐겁게 잘봤습니다. ㅋㅋ 그럼 이제 슬슬 애써 외면해왔던 '이니셰린의 밴시'도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음...




 + 중간에 크리스토퍼 워큰의 캐릭터가 주인공의 시나리오를 품평하는 장면에서 좀 재밌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어째 니 영화 속 여자들은 다 대사 몇 마디도 못 해보고 칼에 찔리거나 총 맞고 퇴장하냐?' 라고 따지거든요. 주인공이 당황하며 '아... 세상이 여성들에게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거다!'라고 쉴드를 쳐 보는데요. 워큰 할배는 쏘시크 하게 '아니 그래도 말은 해야지. 어떻게 문장 단위로 말하고 죽는 애가 하나도 없니'라고 추가타를 날려요. ㅋㅋ 그래서 생각해 보니 '킬러들의 도시'에서도 여성 캐릭터는 이야기 구조상의 존재감을 떠나 대사는 많 없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이 영화 바로 다음 작품이 '쓰리 빌보드'인데 그래서 프랜시스 맥도먼드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출동했던 건가... 라는 생각도 들구요. ㅋㅋㅋ



 ++ 쿠키인 척하는 그냥 에필로그가 엔드 크레딧 아주 조금 나온 후에 튀어 나오니 혹시 보실 거라면 그것까진 다 챙겨 보셔야 합니다. 거기까지 다 봐야 완결(?)이에요. 그러니까 이야기가 좀 더 깔끔하게 맺어진다는 얘깁니다.



 +++ 제목을 보면 정말로 일곱 명의 사이코패스가 나와서 난장을 부릴 것 같은데. 영화를 보면 일곱명도 아니구요. 그나마 그 중 반 이상은 사이코도 아닌 것 같구요. 이래저래 낚시성 제목입니다. 그냥 주인공이 쓰는 각본 제목이 저거라는 게 이게 제목인 가장 크고 확실한 이유에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2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30
124887 하루키 신작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 이동진 해설영상 상수 2023.12.02 210
124886 서울독립영화제 2일차 - 그 여름날의 거짓말(스포있음, 스포는 결말까지 하얀색처리) 상수 2023.12.01 148
124885 프레임드 #630 [5] Lunagazer 2023.12.01 72
124884 손꾸락 사태 관련해서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내홍이 벌어짐 [8] ND 2023.12.01 819
124883 도시남녀의 사랑법 (2020) catgotmy 2023.12.01 161
12488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1] 조성용 2023.12.01 437
124881 MT 32 잡담 [4] 돌도끼 2023.12.01 144
124880 자승 스님 관련 뉴스를 보다, 스트레스 내성이 강한 [2] 가끔영화 2023.12.01 371
124879 ENFJ에 대해 catgotmy 2023.12.01 140
124878 조지 밀러, 안야 테일러 조이 주연 -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1차 예고편 [5] 상수 2023.12.01 387
124877 2023 New York Film Critics Circle Awards 조성용 2023.12.01 157
124876 Frances Sternhagen 1930-2023 R.I.P. 조성용 2023.12.01 80
124875 [바낭] 요즘 OTT들 잡담 [17] 로이배티 2023.11.30 667
124874 벽력십걸 돌도끼 2023.11.30 119
124873 프레임드 #629 [2] Lunagazer 2023.11.30 67
124872 손가락 관련 [2] DAIN 2023.11.30 426
124871 [인생의 베일] [2] thoma 2023.11.30 147
124870 몸값 (2022) catgotmy 2023.11.30 172
124869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 명단/12.3.일 19시 엠스플 daviddain 2023.11.30 110
124868 [넷플릭스바낭] 어제에 이어(?) '발레리나'를 봤지요 [10] 로이배티 2023.11.29 4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