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떤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해요. 박원순이 스스로 사형 집행을 한 거다...원래 받았어야 할 벌보다 더 큰 벌을 스스로에게 내렸다...하는 소리를요. 또는 '너는 얼마나 순결하길래 감히 박원순을 매도하느냐'같은 소리도 하고요. 하지만 글쎄요?


 그런데 그에게 표를 준 사람이든 안 준 사람이든 그런 거센 공격을 하는 건 당연하죠. 박원순이 가진 건 자기자본이 아니니까요. 그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기술이나 스스로 만들어낸 돈이 아니라, 그가 누리던 거의 모든 권력이 명성자산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시민이 그의 도덕성과 번지르르한 말을 믿고 권력자로 만들어 준 거니까 어쩔 수 없죠.


 이 나라에서는 자기가 가진 자기 땅을 팔아도 양도세가 어마어마하게 나와요. 자기자본조차도 아닌, 시민으로부터 대여된 권력을 가졌다면 부동산 양도세보다는 훨씬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하다못해 트럼프처럼 자신의 스웩이나 사람들의 선망으로 선출된 것도 아니고 도덕과 명분이 그가 지닌 힘의 원천이었다는 걸 감안해 보면요. 


 

 2.박원순이 트럼프처럼 '씨발 그래 나는 탈세를 했어 했다고. 왜냐고? 나는 똑똑하니까! 바보가 아니니까 안 내도 되는 세금을 안 낸 건데 왜 나한테 지랄들이야?'라거나 '씨발 나는 아무나 만질 수 있어. 난 부자니까 여자들은 나한테 알아서 벌리거든.'정도의 막말을 하고 다녔는데도 당선이 됐다면 이 정도 스캔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겠죠. 그러나 그는 도덕과 명분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세금을 크게 물어야만 하는 입장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세금을 제대로 두들겨맞아야 하는 순간에...그는 그 세금을 도저히 낼 엄두가 안 난 거겠죠...아마도.



 3.그야 이 글은 그냥 궁예일 뿐이예요. 하지만 여러분이라면 저런 스캔들이 터진 순간 제일 먼저 누굴 떠올렸을까요? 비서였던 피해자 여성? 아니면 가족? 아니면 지지자들? 자신이 미안해해야할 같은 당 사람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경쟁적인 인간이라면 아마도 강용석을 제일 먼저 떠올렸을지도요. 그리고 강용석을 떠올리는 순간 몸서리가 쳐졌을 거예요. 과거의 악연에서 시작된 오랜 세월의 다툼...몇 번이나 박원순을 거꾸러뜨려 보려고 덤볐지만 매번 나가떨어지고 씩씩대던, 박원순을 거꾸러뜨릴 다음 기회를 벼르던 그 강용석 말이죠. 지금까지는 어린 동생 다루듯이 가지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 밉살스런 놈에게 박원순을 제대로 두들겨팰 몽둥이가 쥐어진 참이고요.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강용석에게 축적된 악과 독이 얼마만큼일지...얼마나 집요하고 거세게, 얼마나 오랫동안 박원순과 박원순의 가족을 두들겨패고 조롱해댈지 상상해보면 그는 매우 끔찍했을 거예요. 무려 서울시장인 박원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아랫것들을 하루아침에 기세등등하게 만들 만한 명분이 그들의 손에 쥐어진 상황...상상해보면 미칠 노릇이었겠죠.



 4.휴.



 5.강용석이라는 적 한 명만 상상해봐도 이 정도인데, 박원순을 두들겨패고 싶어하는 수많은 적들...한 순간에 돌아서서 몽둥이질을 할 수많은 시민들을 생각해보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 동안 해진 구두라던가 문짝 테이블 같은 쇼를 하던 걸 보면 남들의 시선이나 평판을 무지하게 신경쓰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는. 그냥 눈 닫고 귀 막고 버텨낼 재간은 없었겠죠.



 6.그래도 역시...그냥 가족을 위해 살아서 수모를 겪었으면 어떨까 싶어요. 징역을 살 정도의 혐의는 아니라고 하니 사람들에게 쿠사리 좀 먹고 재판 좀 받고 집행유예 정도 받은 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시장에서 물러나고 그냥 뒷방늙은이로 가족을 위해 사는 걸 선택했으면 어떨까 하고요.

 

 물론 살아있으면 가족에게 밉상인 남편이랑 아버지로 살게 될 수도 있었겠죠 한동안은. 하지만 그가 노력하고 세월이 지나면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있어주는 게 나은 가장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그는 가족들에게 섭섭지 않게 베풀어 준 가장이니까요. 3선 서울시장에 노동운동의 대부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그대로 가진 가장은 아니지만...지금 사람들이 추모하는 걸 보면 물러나더라도 얼마간의 가오는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역시 아닐까요? 그가 살아있었다면 지금 그를 추모하고 좋게 말해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두들겨패고 있을려나요. 이젠 알 수 없죠.



 7.어쨌든 시민들이 올바른 곳에 쓰라고 대여해준 권력을 올바른 곳에 쓰지 않고 '누리려고'하면 언젠가는 파탄이 나는 거겠죠. 그야 사람은 그래요. 그게 돈이든 재물이든 권력이든, 누군가 빌려준 것이라도 그걸 거의 10년씩이나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마치 자신의 것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법이죠.



 8.어쨌든 그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어요. 거의 종교적일 정도로 사회운동을 하면서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본인의 힘이 모자랄 때 그때그때 귀인을 만나는 복도 있었고요. 


 선거에 나갈 때 안철수라는 귀인을 만난 것만이 다가 아니예요. 귀인이라는 건 반드시 아군만을 뜻하는 건 아니거든요. 나경원이나 정몽준, 안철수(...)를 적으로 만났을 때는 매번 그들이 상태가 영 좋지 못하던 시기를 골라 만났죠. 그 운을 결국 차버린 건 본인이지만요.



 9.어쨌든 이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모두가 탐내는 자리가 되겠네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는게 긍정적인 면도 있겠죠. 일단 보궐선거에서 되기만 하면 다음 선거에서는 신선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현역이라는 메리트도 챙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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