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올바른 인생)

2020.05.31 01:50

안유미 조회 수:529


 #.자기 몫을 가지고 욕심부리다가 파멸하는 이야기가 있죠. '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라는 톨스토이의 단편 또한 그렇고요.



 1.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부동산 얘기가 나왔어요. 친구가 '부동산을 얼마에 팔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땅을 사러 오는 사람이 네가 원하는 가격을 부르면 즉시 팔아야 할까?'라고 묻길래 대답했죠. 


 '땅이란 건 언제나 그래. 내가 원하던 가격을 누군가 부르는 날이 진짜로 오면, 그건 더이상 내가 원하는 가격이 아니게 되어 있거든. 누군가가 찾아와서 내가 3년 전에 원하던 가격을 부를 때는 거기서 평당 XXX을 더해서 부르는 거지. 그게 내가 '오늘 원하는' 가격이니까. '3년 전에 원하던' 가격이 아니라.' 



 2.'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와 위의 대화의 상황은 비슷해요. 소설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진 돈을 가지고 더 많은 땅을 욕심낸 경우고, 위의 대화에 등장하는 사람의 경우는 이미 정해진 땅을 가지고 더 많은 돈을 욕심내는 경우인거죠. 그리고 내가 땅에 대해서 가끔 썼듯이, 어느 순간에는 타협을 해야만 하죠. '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바흠이라는 사내는 자신의 욕망과 타협해야 할 타이밍에 타협하지 못했어요. 그는 아주 많은 땅을 손에 넣긴 했지만 아주 잠깐...죽기 직전의 아주 잠깐동안의 시간동안에만 그 땅을 소유했을 뿐인거죠.


 땅을 파는 것도 그것과 비슷해요. 그야 살다 보면 언젠가는 '오케이. 당장 도장 찍읍시다.'라는 대답이 저절로 나오는 금액을 제안받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확률상...더이상 욕심조차 들지 않는 그런 금액을 제안받는 건 아주 늙어버렸을 시기일 확률이 높아요. 



 3.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요? 그건 알 수 없죠.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손에 넣게 되면 그 사람은 이미 더 많은 돈을 원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으니까요. 


 그래서...관점을 바꿔서 내가 나를 매니지먼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나의 인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나의 인생에 조언만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요.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나는 내게 이렇게 말해 주겠죠. '이봐, 돈은 인생의 좆같음을 면하게 해 주는 만큼만 가지는 게 좋아.'라고요. 왜냐하면 인생의 좆같음을 면하게 해 주는 돈만큼만 가져야 남자는 진가를 발휘하니까요. 돈이 그것보다 적으면 너무 피폐...피곤해지고 돈이 그것보다 많으면 쓸데없는 궁리를 하게 되거든요.


 

 4.휴.



 5.하지만 그렇게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힘들어요. 나는 내 인생에 조언만 하고 떠나면 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나는 내 인생에 대고 멋진 공자님 말씀을 읊어준 다음에 다른 곳으로 떠날 수가 없는 입장이란 말이죠.


 정치가들도 그렇잖아요? 권력을 가지면 그걸 좋은 일을 하는 데 쓰겠다고 마음먹으며 살지만 실제로 정치가가 되는 순간, 그들은 권력을 올바르게 쓰려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권력을 누리려는 사람이 되곤 하니까요.


 나 또한 그래요. 주어진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걸 알긴 하지만, 실제로는 올바르게 인생을 살아내는 것보다는 그저 '인생을 누리고 싶어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버리곤 하는 거죠.



 6.위에 썼듯이 정말 그래요. 올바르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 시기에는 '인생의 좆같음을 면하게 해 주는'정도의 돈만 있어야 그렇게 살 수 있거든요. 돈이란 건 그 이상 있어도, 그보다 없어도 올바르게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안되니까요. 돈이 좀 남기 시작하면 사람은 스스로가 열심히 사는 것보다, 자신의 돈이 열심히 살도록 하는 데에 더 관심이 생겨버린단 말이죠. 


 하지만 그건 무서운 일이기도 해요. 20대도 한번이고 30대도 한번밖에 없으니까요. 딱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시간들을 스스로 열심히 살려고 하지 않고, 돈에게 일을 시킬 궁리만 하게 되거든요. 너무 오랫동안 스스로 일을 하지 않고 돈에게 일을 시키기만 하면서 살면 곤란해요.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마니까요. 아니면 아예 배울 시기를 놓쳐버리거나.



 7.사실 이 세상에서 중요한 건 가족이예요. 가족...가족을 잘 챙기는 게 중요한거죠. 물론 언젠가는 내가 선택한 가족과 내게 주어진 가족간에 충돌이 있을 수도 있겠죠. 뭐 그건 꽤나 나중 일일거고. 일단은 가족을 잘 챙기겠다는 의지력과...의지력을 살 돈이 필요하겠죠. 늘 느끼는거지만 의지력은 공짜가 아니니까요. 어쨌든 열심히 살아야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5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8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412
112590 이런저런 잡담 메피스토 2020.06.21 386
112589 [넷플릭스바낭] 스웨덴제 하이틴 스릴러 '퀵샌드: 나의 다정한 마야'를 봤습니다 [2] 로이배티 2020.06.21 843
112588 [EBS1 영화] 오만과 편견 [2] underground 2020.06.21 639
112587 안셀 엘고트 성추행 의혹 [22] mindystclaire 2020.06.20 2878
112586 이런저런 잡담...(바닷물, 강용석) [5] 안유미 2020.06.20 884
112585 [KBS1 독립영화관] 우리 지금 만나 - 여보세요, 기사 선생,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3] underground 2020.06.20 466
112584 바낭 - 내 생각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듯한 [4] 예상수 2020.06.19 683
112583 다른건 몰라도 페이스톡은 믿지 못하겠다 가끔영화 2020.06.19 543
112582 Ian Holm 1931-2020 R.I.P. [7] 조성용 2020.06.19 472
112581 영 앤 뷰티풀 하지 않더라도 [1] 예상수 2020.06.19 640
112580 대중교통 이용할 때 실제로 실랑이 하는걸 봤어요. [4] 파도 2020.06.19 1008
112579 듀나인)8~9월쯤 해외여행 불가능인가요?? [5] gokarts 2020.06.19 1259
112578 윤리적인 비난보다 공감과 조언을 구하는 글 [19] 가을+방학 2020.06.19 1542
112577 2016년 Grazia 잡지 화보 (스압)(2) [2] 스누피커피 2020.06.19 449
112576 뜬금없이 꿈해석 질문, 어제 이 꿈은 무슨 의미일까요? [6] 산호초2010 2020.06.18 539
112575 [듀나인] 탐지된 카메라가 없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T.T [3] underground 2020.06.18 923
112574 [듀나인] 정수기 고민중 [7] 예상수 2020.06.18 535
112573 [넷플릭스바낭] 본격 멘탈 붕괴 수사극 '마르첼라' 시즌3을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0.06.18 2495
112572 이런저런 일기...(가족의 역할) [1] 안유미 2020.06.17 437
112571 우리는 언제 일상을 찾을 수 있을까요? [4] 분홍돼지 2020.06.17 98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