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봤죠.


번역이 뒤로 갈수록 개판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가장 눈에 들어 온 거는 Terminate with extreme prejudice를 불온사상을 제거하게, this mission does not exist and nor will exist ever을 전무후무한 임무로 번역한 것. 클린이 죽은 다음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에서 accept Tyrone Miller's flag on the behalf of great nation을 성조기를 대신해서 타롱 밀러 기로 쓰라고 한 거요. The code is Almighty, coordinates 090264712를 올마이티빼고 그냥 090264712라고만 번역한 게 확실히 눈에 띄네요.랜스가 i'm an artist라고 한 걸 난 철인이 아니예요 이렇게 번역. 이번 파이널 컷의 번역은 좋습니다. 암살을 하는 건 스트리트 갱이고 위에서 판단해 공습을 해서 쓸어 버리는  건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뜻인가 싶네요.


플레이보이 메이트들 다시 만나서 매춘하는 장면은 파이널 컷에서 뺀 것 잘 했다고 생각하고 농장 장면도 분량을 줄인 거더군요.보들레르의 <알바트로스>를 암송하는 아이가 코폴라의 둘째 아들인 로만이고 좀 더 큰 아이가 지안카를로이며 둘 다 크레디트에 나옵니다. 큰 아들인 지안카를로는 80년 대에 라이언 오닐 아들 그리핀과 차 타고 가다 사고 나서 사망했죠, 그리핀은 살았고요. 말론 브란도가 타임 지 읽는 장면도 파이널에서는 빠졌습니다.



알바트로스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지치는 배를 시름없는

항해의 동행자인 양 뒤쫓는 해조를.

바닥 위에 내려놓자, 이 창공의 왕자들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놋대처럼

가소 가련하게도 질질 끄는구나.

이 날개 달린 항해자가 그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 날던 불구자 흉내 낸다!

시인도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네.

출처 : <악의 꽃>(김붕구 옮김, 민음사, 1974)



- 이 시가 농장 사람들의 처지와도 유사한 면이 있어요. '커다란 날개를 ~질질 끄는구나("Laissent piteusement leurs grandes ailes blanches) 부분이 나오는데 과거 제국이었다는 자존심을 간직한 채 전 식민지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더군요.<연인>에서 식민지 베트남에서 실패한 프랑스인들인 제인 마치 가족이 동양인  양가휘에게 자존심 세우는 모습과 비슷했어요.

저는 이 장면 보면서 브라이언 싱어의 <발키리>에서 히틀러를 비롯한 전쟁의 주도자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제국주의의 유령들이 모여 있는 느낌이랄까요,  베트콩을 키운 게 미국이며 미국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대사가 나옵니다.그

미망인의  les soldats perdus(the lost soldiers) 라는 표현대로 이 사람들은 뭔가 잃은 사람들이고 그들의 조국 프랑스는 2차 대전에서 식민지를 잃은 국가입니다.

킬고어가 나치 선전에 이용된 바그너 음악을 틀 듯,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도 보입니다.


리덕스 배급을 미라맥스가 했군요. 리덕스 판에도 래리 피시번이라고 올랐던 로렌스 피시번은 파이널에서는 로렌스 피시번으로.


듀발이 공습하는 장면의 조종사가 R.Lee Emery인데 실제 해군에서 공중 지원 임무를 했고 <풀 메탈 재킷>에서 하트만으로 나오죠. <지옥의 묵시록>원작인 Dispatches의 작가이자 내레이션을 썼던 마이클 허 역시 <풀 매탈 재킷>에 참여.


http://www.djuna.kr/xe/board/13870592


-랜스에 관해 썼는데 리덕스를 보니 듀발의 공습하고 착륙하는 장면에서도 랜스는 무서워 하며 헬기에서 내리려고도 안 하는 걸 치프가 끌어 내죠. 그러다가 전쟁이 exciting하다고 하고 플레이메이트들과 만났을 때 얻은 화장도구로 얼굴에 분칠을 하고 이를 위장(camouflage)이라고 합니다. 전쟁을 디즈니랜드처럼 생각하다 배 타고 오는 양민들 죽이고 나서 acid를 흡입해 버리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죠. 배 안에서도 이를 닦는 "클린"이 브롱크스 빈민가 출신이라면 랜스는 LA남부에서 왔다고 하고 유명한 서퍼입니다,실제 배우가 서퍼였고요. Lance라는 말이 가벼운 창인 걸로 아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미쳐 가는 랜스의 모습은 전쟁과 마약으로 그 창이 무뎌져 가는 걸로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윌라드는 커츠가 원하는 걸 들어 준 셈입니다. T.S.엘리엇의 시, <황금 가지> 등 늙은 왕을 젊은 왕이 대신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데니스 호퍼는 윌라드에게 커츠는 당신을 위한 계획이 있다며, 덧붙여 커츠가 죽고 나면 세상이 그를 어떻게 알 것인가 라고 말하고 커츠는 같은 오하이오 출신이기도 한 윌라드가 자기 아들을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합니다. 초반 나레이션에서 caretaker of Kurtz's memory라고 윌라드가 자신을 지칭하죠.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the End가 흐르며 오프닝에 겹치는 장면 보면 커츠의 왕국에서 윌라드가 본 이미지가 있습니다.


임무를 수락한 윌라드의 입에 cia요원이 담배를 물려 주고  불을 붙여 주는데 커크의 왕국에서 데니스 호퍼가 윌라드에게 자신이 한 모금 피운 담배를 물려 줍니다. 커츠의 후계자가 되는 걸 수락했다는 제스처인 수도 있어요.


The Prop Gallery | Colonel Kurtz (Marlon Brando) Time magazine cover


브란도 이 사진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나왔던 <Reflections in a golden eye>의 스틸 사진이었다고 합니다. 군 경력 중 서울에 주둔했던 것도 나오죠.




데니스 호퍼와 브란도는 사이가 안 좋아 주먹다짐까지 갈 뻔했다고 합니다.브란도는 권위에 문제가 있는 성격인지 찰리 채플린도 애먹였다고 합니다.호퍼에 브란도에, 그리고 실제 랜스 역을 했던 샘 보텀즈는 촬영 중에 마약 흡입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출연진에다가 태풍까지 불고 그랬으니 코폴라가 미쳐 가고 알콜 문제가 있던 마틴 신이 신경쇠약을 일으키고 심장 마비로 죽을 뻔 했고  요새 너무너무 흔해진 말로 영화가 미친 게 이해가 됩니다. 이 영화에서 보이는 환각 상태같은 질감은 데이빗 린치의 <듄>이 근접했던 것 같아요, 영알못인 제가 이제까지 본 것에만 따르면요. 그 점에서 드니 빌뇌브가 잘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세대와 시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아서요.



사소한 거지만,



Marlon Brando Rolex GMT-Master From Apocalypse Now Up for Auction -  Bloomberg


브란도가 낀 시계는 롤렉스였고 1.95m에 경매에서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Seiko Brings Back the 'Captain Willard' Prospex Watch from Apocalypse Now |  Man of Many



윌라드가 착용했던 세이코 시계




전반적으로, 코폴라가 리덕스에서 14분 정도를 들어낸 파이널 컷이 더 나았다고 봅니다. 프랑스 농장 장면은 늘어지는 면이 확실히 있었고요. 파이널에 있던 건지는 기억 안 나지만 윌라드가 커츠와 킬고어는 똑같다고 말하는  나레이션이 있기는 하죠. 둘 다 미쳤기는 했는데 킬고어는 미군이란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광기를 부리는 거고 커츠는 독고다이로 나가서 자기 왕국을 건설해 버려서 위험 요소가 되어 버린 거죠.















제가 vhs에서 이걸 봤던 걸로 기억하지는 않는데 커크의 기지가 폭격당하는 장면이  나오고 Larry Fishburne으로 올라가는 엔딩이 있기는 합니다. 리덕스도 파이널처럼 흑백 크레디트 뜨고 맙니다.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쏟아진 엔딩에 관한 질문들에 화가 난 코폴라는 급기야 극장을 따로 잡아, 자신의 요트에 싣고온 다른 버전의- 커츠의 왕국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윌라드와 랜스의 보트숏으로 끝나는- 프린트를 상영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지옥의 묵시록>은 1979년 칸에서 <양철북>과 나란히 황금종려상을 탔지만 트로피는 영화의 매듭이 되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돈이 많이 든 장면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던 배급사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의 권고에 따라 35mm판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커츠의 부락이 폭격당하는 스펙터클이 추가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작가적 신념의 결핍을 대변하는 듯한 이런 설왕설래는 평단의 불신만 높였고, 이후 오랫동안 마니아들 사이에는 5시간이 넘는 해적판 비디오가 원혼처럼 떠돌아다녔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3950





이 영화는 한 자리에 앉아 한 호흡으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래도, 집에서 볼 때는 영화가 길다 보니 먹게 되고 폰 들여다 보게 되네요.



하비 카이텔이 고용되었다가 잘리고 마틴 신으로 대체된 건데,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고 카이틀 나왔던 리들리 스콧의 데뷔작 <결투자들 the Duelists>보면 카이틀은 공격성을 온 몸에서 뿜어 냅니다. 수동적인 관조자에 조용한 암살자같았던 마틴 신이 좀 더 어울리는 캐스팅인 것 같아요.코폴라는 <비열한 거리>보고 카이틀 캐스팅한 거라고는 합니다만.  <결투자들>역시 조셉 콘래드 원작.



마틴 신의 형제인 조 에스테베즈가 마틴이 아픈 동안 대역과 나레이션 일부를 했었죠.


저는 처음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 다시 보지는 않았지만 마틴 신이 초반에 미쳐가는 장면, 브란도의 달팽이 독백, 수지 Q흐르는 위문공연 장연,보트에셔 사람 쏴 버리는 거,브란도 등장 장면 등 가끔씩 떠올리고는 했어요. 커츠의 왕국은 신화적,원형적인 느낌이 드는데 이게 그 전까지와 어울리지 않아 비끄덕거린다는 생각은 들었어요.아마 리영희 선생은 이런 부분으로 미국이 베트남전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없었다고 생각하셨던 듯 합니다.백인 남성 지식인의 자기 성찰에 월월남전이 배경으로 활용된 듯 해서?


리덕스 개봉했을 때 왜 안 봤는지 이유가  기억 안 나네요 ㅋ





그런데, 상영관 내의 음식물은 못 먹게 되었잖아요.음료는 빼고요. 그런데 저 마스크 벗고 먹는 사람 이틀 전 파이널 컷 볼 때 봤습니다. 영화 보면서 팝콘 먹고 튀김 먹고 그러더군요. 수염나고 벙거지 모자 쓴 산적같아 무서워서 뭐라고 당연히 못 했죠. 영화관에서 스태프가 가방 뒤지고 검사하지 않는 이상은 못 막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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