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영화입니다. 원제는 Leave no trace. 원작 소설이 있다네요. 스포일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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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한할 정도로 포스터들이 대부분 구리더군요. 그나마 이게 제일 낫던.)



 - 울창한 숲속이 보입니다. 젊은 아버지와 하이틴 정도로 보이는 딸이 있어요. 둘은 무슨 Man vs. Wild 촬영이라도 하는 듯한 생활을 하고 있네요. 최소한의 문명 장비만 갖고선 숲에서 '생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십여분 정도 흐르면 대충 사연이 드러나는데, 이 아빠는 군인으로 전쟁터에 다녀왔다가 심각한 PTSD에 시달리게 된 사람이고, 엄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죽었어요. 결국 중증 정신 질환 때문에 사회 생활이 불가능했던 아빠가 자신의 어린 딸을 데리고 근처 국립 공원의 숲으로 들어와 버린지 한 세월이 흐른 거죠. 자급이 불가능한 생필품이 떨어지면 잠시 도시로 돌아가지만 진짜 잠깐 들렀다 돌아가고... 워낙 어려서부터 이러고 살았다 보니 딸도 이런 삶에 아무 불만이 없어요.

 그러다 결국 딸의 실수로 이 부녀가 문명 세계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끌려 나와서 세상에 적응을 강요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뭐... 여기까지는 좀 매력적인 장르물 전개가 가능해 보입니다만. 이 영화에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궁서체로 진지하고 소박한 아빠와 딸의 드라마에요.

 자극적인 장르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처음엔 좀 아쉬웠습니다. 감독의 이전작인 '윈터스 본'만 해도 역시 진지한 드라마였지만 동시에 탐정물의 탈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잖아요. 근데 이 영화엔 저엉말로 그런 게 없어요. 긴장된다기 보단 걱정되는 영화. 뭐 대략 그렇게 설명이 가능하겠네요.


 동시에 뭐 어떤 사회 비판 같은 걸 의도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주인공들을 대하는 세상은 당연히 낙원은 아니지만 그냥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돌아가는 곳이며 주인공들에 대한 그들의 대처도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세상에서 이들이 마주치는 사람들도 그렇죠. 심지어 그 중 대부분은 '착하다'라고 불러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선의에 가득찬 사람들이고 정말로 주인공들에게 잘 해줘요.


 그럼 이제 남은 게 뭐냐... 면 그냥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 거죠. 서로 끔찍하게 사랑하고 자신을 희생하며 챙겨주지만 아빠의 그 사랑은 결코 딸의 삶에 보탬이 되는 방향이 아니고. 아빠는 이미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그와 달리 앞날이 창창하고 희망이 충분한 딸이 홀로 겪게 되는 내적 변화. 그리고 결국 그 딸이 갈등하고 괴로워하다 내리는 선택. 그 과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영화입니다.


 아.  그리고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딸이에요. 이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딸의 관점에서 진행이 됩니다.



 - 그리고 그 딸의 캐릭터가 좋고 배우가 넘나 좋습니다.

 이 감독의 전작 '윈터스 본'은 제니퍼 로렌스를 배출했다는 영화사적(?) 의의가 있는 영화였죠.

 원래 배우를 잘 기용하고 키우는 눈이 있는 감독인지 이번에 또 다시 젊은 여배우를 발굴해서 주목 받게 만들었는데 그 분은 다들 아시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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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신 맥켄지입니다. 

 아주 훌륭해요. 뭔가 제니퍼 로렌스랑 비슷한 구석이 있는 느낌으로 예쁘고 매력적이죠. 그냥 인형 같이 예쁜 게 아니라 강단 있는 느낌이랄까.

 연기도 아주 좋아서 런닝 타임의 거의 대부분을 화면을 채우면서 관객들을 몰입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론 아빠 역할을 맡은 벤 포스터란 분도 좋구요. 신체적으로 아주 강해보이면서도 사람이 왠지 불안하고 좀 유약한 느낌. 그러면서도 정말 온 마음을 다해 딸을 사랑하는 아빠... 라는 느낌이 아주 잘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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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둘이 투샷을 연출하고 있으면 참 보기 좋고 절절하고 그래요. 그래서 딸의 내적 갈등과 고통도 절실하게 와닿구요.

 좋은 각본으로 좋은 배우들이 연기를 하니 그렇게 자극적인 사건 같은 게 거의 안 벌어져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더이다.



 - 워낙 덤덤하게 흘러가는 안 자극적인 영화이다 보니 '그럼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뭐냐' 같은 걸 좀 생각해보게 되기는 합니다.

 검색을 해보면 뭐 공동체에 속하려는 욕구와 그 반대의 욕구, 미국의 복지 체계, PTSD로 나타나는 전쟁의 상흔... 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들 하더군요. 그리고 이런 소재들이 다 영화 속에 나오는 건 맞아요. 근데 뭐... 제가 원체 이런 거 따져보고 분석하는 거 못 하는 사람이다 보니 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봤어요. ㅋㅋㅋ 그냥 남들과 다른 특별한 상황에 처한 소녀가 남들과 격하게 많이 달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또 비슷한 느낌의 성장통을 겪으며 내적으로 성장하는 드라마로 봤고. 그냥 그렇게 봤을 때도 충분히 재미있고 울림이 있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그랬으면 됐죠 뭐 내가 재밌다는데!!! ㅋㅋ



 - 정리하자면.

 자극적인 장르색이 전혀 없는 진지하고 묵직한 드라마입니다. 

 쎈 양념 같은 건 (거의) 없어도 잘 잡힌 캐릭터와 이야기 덕에 심심하지 않게 시간 잘 흘러가구요.

 암담하고 막막한 이야기임에도 괜히 막 '현실은 이런 거라능!!!' 이라는 식의 허세 섞인 비관론이 없어서 참 좋았습니다. 하긴 '윈터스 본'도 그랬죠.

 그리고 뭣보다 영화가 예상과 다르게 참 아름다워요. 나오는 배우도, 사람도, 이들을 둘러싼 환경도 모두모두 아름다워서 보는 도중에 몇 번이나 '이것은 사실 힐링 영화였던 것인가....' 같은 뻘생각을 하고 그랬습니다. ㅋㅋㅋ

 암튼 진부하고 식상한 느낌 없이 건전하고 교훈적인, '그냥 참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특별히 노린 '명장면'이나 '명대사' 없이도 심금을 울리는.

 관심 가시면 한 번 보세요. 다만 '윈터스 본'과는 톤이 많이 다르다는 거. 이 쪽이 훨씬 순한 맛입니다.




  + 별달리 덤으로 덧붙일 말은 없는데 그냥 검색하다 본 이 사진이 너무 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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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공이 토끼 기르는 청년을 마주치는 장면이 나와요. 근데 그 토끼 이름이 무려 '체인소'... 큭큭대며 웃었는데, 기왕이면 자막을 '전기톱'이라고 번역해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체인소라고 해도 다 알아 듣긴 하겠지만 그래도 순간적으로 와 닿는 느낌이 다르잖아요. ㅋㅋ


 +++ 윈터스 본에서도 그랬듯이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이 지내는 주변 환경, 특히 자연에 대한 묘사가 좋습니다. 거대하고 차갑고 무시무시하지만 동시에 정말 아름다운.


 ++++ 글을 등록한 후에 확인해보니 (PC 크롬입니다) 본문에만 광고가 네 개. 그리고 본문 하단에 하나... 이렇게 다섯개가 뜨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게시판에 나름 애착이 있는 사람으로서 어지간하면 그냥 참고 살고 싶지만 이쯤되니 광고 차단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게 됩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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