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1 22:46
전 있습니다.
상당히 솔직한 타입의 인간이라 자부하지만 한 가지 명백한 거짓말을 해둔게 있습니다.
그것은 '여자친구가 있다'는 거짓말.
입사 당시엔 전 여자친구와 관계 정리가 확실하지 않아서 그냥 '있다'고 이야길 해두었었고, 관계가 정리된 이후에 그에 대한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타입에 가까워서 모태솔로라 하더라도 별 생각없이 말했을텐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한 가지 좋은점은 눈치성 야근일 경우에 먼저 퇴근하는 사유로 써먹기 좋다는 점이죠.
물론 이게 먹히는 전제가 있습니다. 유독 데이트에 관대한 상사가 있다는 것.
그냥 '집에 가고 싶어요'는 안 먹히는데 '오늘은 좀 만나야겠습니다'는 먹힙니다.
워낙 야근이 잦은 필드라 저 멘트가 좀 소구력이 있기도 하구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우와 멋진 상사다', '로맨티스트인가봐' 등의 생각이 드시겠지만 의외로 이유는 심플합니다.
그 분도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 이 분과 저의 차이점은 저는 총각이고 이 분은 (중략...)
어쩌다 보니 성비가 남초가 되어서 제 여자친구의 유무는 아무 상관이 없는 환경이지만 간혹 유용하게 쓰인다는 사실에
묘한 통쾌함도 있고 비애감도 듭니다. 비애감의 이유는 굳이 이런 핑계를 안대어도 집에 가는건 죄가 아니지 않은가 하는 것이죠.
다들 거짓말하며 살고 계신가요.
비슷한 종류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주변사람들에게 제 애인이 저에게 잘 해주지 않는다고 거짓말합니다. 또는 잘 해준 것들을 숨기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애인이 너무 좋고 함께 있는 순간마다 행복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남들과 하기는 왠지 어렵고
오히려 적당히 불평이나 아쉬운점을 이야기해야 될것만같은 느낌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