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장백산 논쟁과 관련해 조선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확인하고자 자료들을 좀 찾아 봤습니다. 그 결과 생각 이상으로 많은 장백산이라는 명칭의 사례들을 찾아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국조보감(國朝寶鑑)10, 세조 1

양성지가 상소하여 여러 조항의 정책을 진달하였다. 그 내용은, 1. 천지신명에게 제사지내는 일, 2. 한성을 상경(上京)으로, 개성(開城)을 중경(中京)으로, 경주(慶州)를 동경(東京)으로, 전주(全州)를 남경(南京)으로, 평양(平壤)을 서경(西京)으로, 함흥(咸興)을 북경(北京)으로 정하는 일, 3. 삼각산(三角山)을 중악(中嶽)으로, 금강산(金剛山)을 동악(東嶽)으로, 구월산(九月山)을 서악(西嶽)으로, 지리산(智異山)을 남악(南嶽)으로, 장백산(長白山)을 북악(北嶽)으로 삼고 그 밖의 악진(岳鎭), 해독(海瀆), 명산(名山), 대천(大川)의 사전(祀典)을 고쳐 정하는 일,

 

세조대에 장백산을 북악으로 삼아 제사를 지내는 일이 논해지고 있습니다. 전국의 중요한 산들을 꼽아 동악, 서악, 남악, 북악, 중악으로 명명하고 있으므로, 북악에 해당하는 장백산은 백두산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백두산이라 칭하지 않고 장백산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혹자는 이 장백산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백두산과 동일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럼 이것은 어떻습니까.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50, 함경도 회령도호부(會寧都護府)

백두산(白頭山) 바로 장백산(長白山)이다. 부의 서쪽으로 7, 8일 걸리는 거리에 있다. 산이 모두 3층으로 되어 있는데, 높이가 2백 리요, 가로는 천 리에 뻗쳐 있다. 그 꼭대기에 못이 있는데, 둘레가 80리이다. 남쪽으로 흐르는 것은 압록강(鴨綠江), 북쪽으로 흐르는 것은 송화강(松花江)과 혼동강(混同江), 동북으로 흐르는 것은 소하강(蘇下江)과 속평강(速平江),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두만강(豆滿江)이다.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아야고하(阿也苦河)이다.” 라고 했는데, 아마 속평강(速平江)을 가리킨 듯하다. 다음은 모두 두만강 밖에 사는 야인(野人)의 지역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44, 강원도 강릉대도호부

대관령(大關嶺) : 부 서쪽 45리에 있으며, 이 주()의 진산이다. 여진(女眞) 지역인 장백산(長白山)에서 산맥이 구불구불 비틀비틀, 남쪽으로 뻗어내리면서 동해가를 차지한 것이 몇 곳인지 모르나, 이 영()이 가장 높다. 산허리에 옆으로 뻗은 길이 99구비인데, 서쪽으로 서울과 통하는 큰 길이 있다. 부의 치소에서 50리 거리이며 대령(大嶺)이라 부르기도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와 함께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백두산이 곧 장백산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심지어 강릉의 대관령 설명 항목을 보면 백두산이라는 호칭 대신 장백산이라고 단독 표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 조선 시대 사람들은 백두산이라는 명칭과 장백산이라는 호칭을 혼용하고 있었고, 장백산이라는 명칭에 어떤 거부감도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다음 자료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온보(朱溫堡)로 가는 도중에 장백산(長白山)을 바라보다. 학봉집

김성일

우뚝하니 뜬구름 밖 솟아 있어서 / 卓立浮雲外

묏부리가 눈앞 바짝 다가서누나 / 層巒咫尺臨

경계 나눠 변새 보장(保障) 웅대케 했고 / 分疆雄塞障

장벽 되어 오랑캐들 마음 눌렀네 / 設險鎭戎心

옛 둔영에 까마귀들 모여드는데 / 古戍鴉初集

황량한 성엔 날이 흐리려 하네 / 荒城日欲陰

우리 강토 내 일찍이 상상하다가 / 輿圖曾想見

참모습을 내 이번에 다시 찾았네 / 面目此重尋

 

선조대 인물인 학봉 김성일의 시 제목을 보면 역시 장백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일성록정조 11년 정미(1787, 건륭 52), 225(계해)

황제가 내각(內閣)에 명하여 황청개국방략(皇淸開國方略)을 편찬해서 왕업을 개창한 전말(顚末)을 거슬러 올라가 서술하도록 하였는데, 권질(卷帙)이 자못 많아서 지금 이미 여러 해가 되었지만 아직도 탈고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문자는 보지 못하였지만, 그 제1권은 발상세기(發祥世紀)’라고 하는데, 사막에서 처음 일어나던 때의 일을 개괄하여 적고 있습니다. 그 내용에, ‘장백산(長白山)은 높이가 200여 리이며 1000여 리에 뻗쳐 있다. 산 정상에 있는 연못을 달문(闥門)이라고 하는데, 둘레가 80리이다. 하루는 천녀(天女) 3인이 내려와 못가에서 목욕을 했는데, 맏이는 은고륜(恩古倫), 둘째는 정고륜(正古倫), 막내는 불고륜(佛古倫)이라 하였다. 갑자기 신령한 까치가 붉은 열매를 물어다가 떨어뜨리자 막내가 주워서 삼켰는데, 목욕을 마치고 옷을 정돈하다가 문득 몸이 무거워진 것을 느껴 하늘에 날아오를 수 없었다. 두 언니가 이르기를, 너는 이미 임신하였으니, 이것은 천명(天命)이다. 아이를 낳아서 기른 뒤에야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하고는 드디어 솟구쳐 올라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불고륜은 바위 굴 속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살다가 달수가 차서 산달이 되자 과연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귀가 크고 이마가 넓었다. 겨우 10살이 지났는데 보통 사람들과 달리 장대(壯大)하였다. 천녀(天女)가 작은 배 한 척을 얻어 모자(母子)가 함께 타고 물을 따라 가다가 삼성계(三姓界) 물가에 이르자 아이를 언덕에 두고 이르기를, 너의 성은 애신각라(愛新覺羅)이고, 너의 이름은 포고리옹순(布庫哩雍順)이다.하고는, 말을 마치자 표연히 날아 하늘로 올라갔다. 이때 삼성(三姓)에서는 누구를 우두머리로 세울지를 다투면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단정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연유를 물어보고 서로 전하기를 신()이라고 하면서 삼성의 우두머리로 맞아들였으니, 이 사람이 청() 나라 사람들의 시조(始祖)이며, 조조원 황제(肇祖原皇帝)로 추존(追尊)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조선이 자랑하는 위대한 기록물 중 하나인 일성록입니다. 여기에서는 청에 갔다 온 사람이 책에서 읽은 청 황실의 기원과 관련한 내용을 정조에게 설명하고 있는데, 역시 장백산이 등장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백두산을 민족의 영산이라고 표현하지만, 청나라 입장에서도 황실의 영산으로 굉장히 중시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백두산이 가지고 있는 인문적 콘텐츠를 한국이 독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13, 정약용

백두산(白頭山)을 유람하러 가는 진택(震澤) 신공 광하(申公光河)를 전송하는 서(기유년(1789)에 지음.)

 

백두산(白頭山)산해경(山海經)에 이른바 불함산(不咸山)이고, 지지(地志 지리서)에 이른바 장백산(長白山)이다. 그 산맥이 서쪽으로 선비(鮮卑)에서 일어나서, 동북쪽으로 흑룡강(黑龍江)의 위에 이르고, 그 한 가닥이 남으로 꺾이어 우리나라 경계의 북쪽에 이르러 우뚝하게 일어나서 북진(北鎭)여진(女眞)오랄(烏喇)의 으뜸이 되었으며, 남쪽으로 말갈(靺鞨)이 되고, 서쪽으로 여연(閭延)무창(茂昌)이 되고, 서남쪽으로 발해(渤海)가 되었는데, 그 뿌리가 땅에 서리어 수천 리나 뻗어 있다. 그 위에는 큰 못이 되어 주위가 80리나 된다.

 

 

여유당전서》 〈강계고(정약용)

두만강과 압록강이 모두 장백산(長白山)에서 발원(發源)하고, 장백산의 남맥(南脈)이 뻗쳐 우리나라가 되었는데, 봉우리가 연하고 산마루가 겹겹이 솟아 경계가 분명치 않으므로 강희(康熙) 만년에 오랄총관(烏喇總管) 목극등(穆克登)이 명을 받들어 정계비(定界碑)를 세우니, 드디어 양하(兩河)의 경계가 분명해졌다.

 

정약용의 글들을 보아도 역시 백두산과 장백산이라는 명칭을 혼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암집(燕巖集)7권 별집, 종북소선(鍾北小選)

풍악당집서(楓嶽堂集序)

나는 산에 있어서도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 북으로는 장백산(長白山), 남으로는 지리산(智異山), 서로는 구월산(九月山)이 있다.

 

박지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백두산을 가리키며 그냥 장백산이라고 부릅니다. 이 외에도 조선 시대의 각종 서적과 시문에 장백산이 등장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입니다.

 

이에 따르면 장백산은 중국 명칭, 백두산은 우리나라 명칭이라고 보는 이분법적 시각조차도 문제가 있습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백두산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기는 했습니다만, 장백산이라는 호칭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였습니다. 당시 사람들 시각에서 산의 이름이 여러 개인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장백산이라는 명칭 또한 우리 조상들이 즐겨 사용했던 소중한 우리의 명칭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장백산이라는 명칭을 동북공정과 엮는 시각이 말도 안 되는 소리임을 알 수 있지요. 동북공정과 엮고 싶다면 도대체 어떤 목적에서, 어떤 형태로 장백산이라 명칭이 나쁜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냥 되는대로 갖다 붙인다고 논리가 되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의 논리적 구조물이라도 제시해야 검토라도 할 텐데, 이건 그냥 이건 동북공정이다’, ‘이럴 수가, 한국인이 맞느냐같은 단편적인 생각의 조각들만 던지고 있으니 답답한 일입니다. 만약 이 바보같은 논란으로 인해 한중 국민간에 감정이 상하거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면 더더욱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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