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위대

2014.08.21 22:04

어느날문득 조회 수:830

일 때문에 효자청운동쪽에 자주 갑니다. 경복궁 옆길로 쭉 올라간, 삼청동 반대 쪽 길이에요.. 요즘 서촌으로 뜨고 있는 지역이지요. 


이 곳은 한 마디로 청와대 입구인데, 평소에는 중국관광객(도대체.. 뭘 보이겠다고 꾸역꾸역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지 모르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그 관광버스들 중에는 전국 방방곡곡의 노인들을 실은 차도 있겠군요...  또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작년엔가 파독광부들과 간호사들을 초청한답시고 어떤 단체가 사기를 치며 쇼를 하기도 했었죠.)들을 실은 버스들이 줄나래비를 서지요. 


한 편...  이 곳이 장소가 장소인 만큼 평소에도 각종 현안 문제들과 관련한 단체나 개인들의 시위가 끊이질 않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절실한 문제들의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는 정도죠. 기자들이 사진도 찍고.. 그런데 평소 보던 그 각종 시위대들 숫자는 늘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저 십 여명 안팎. 적게는 네 다섯 명.. 그 정도만 허용하나 싶을 정도였죠. 


그리고  이 시위대들 중 한 번도 버스 자체가 들어와 떡 하니 세워 놓고 시위하는 적 본 적 없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어떤 종류의 시위대든 청와대쪽으로 가려고 하면 이미 경복궁역 근처 초입에서부터 철저한 방어태세...  혹은 시위 인원과 시간을 미리 고지하고 허락 받아 하는 그런 시위였겠죠. 아무튼 주장할 것 주장하고.. 구호 몇 번 외치고.. 기자들이 사진 찍고.. 해산 하는 그런 과정. 


아무튼 그런데 오늘은 어떤 단체의 버스가 떡하니 청와대 입구 건너편에 세워져 있더군요. 역시나 얼마 안 지나 일군의 무리들이 열을 지어 서서 스피커를 동원해 쩌렁쩌렁 시위(?)를 하더군요. 숫자도 평소 보던 시위대보다 훨씬 많은 삼사십 여 명. 어쩌면 그보다 많았을 수도 있겠네요.  


재미 있는 것은 시위 위치도 평소의 시위대와 다르고, 장소의 넓이도 훨씬 더 넓더군요(시위 참가 인원이 많으니... 당연한 건가 싶었지만.)


그리고, 평소 시위대보다 훨씬 큰 마이크 볼륨으로 스피커를 쩌렁쩌렁 울리며 시위하더군요. 핸드스피커를 사용하는 시위대는 봤어도.. 마이크에 엠프 빵빵 울려대며 그 장소에서 시위하는 시위대는 처음 봤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 꽤 나이가 많은 남성노인들이 주고,  중간 중간 중,장년층 여성들..  그리고 마이크 들고 호기롭게 뭔가를 주장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참 젊다고 할까...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 나름 청와대나 경찰측에서 한껏 배려를...? 



내용이 뭘까... 들어보니... 역시나 '세월호.. 유족들... 박근혜 대통령님... 더 중대한 문제들... '



어떤 분들인지 추측이 가능하실런지요..  


뭐.. 그런 분들이 있는 것은 익히 알았으니 그러려니.. 주장하는 내용도 또한 그러려니.. 하며 나름, 무심하려 애쓰며 보고 있는데... 빗 속에서 비 맞으며 서 있는 이 노인분들... 참... 뭐랄까 이런 표현 참 뭐하지만.. 입성이 추레하더군요. 한 두 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안 그런 분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분이.... 


그들(의 '어리석음'이라고 생각하는 제 개인적 판단)에 대한 답답함이나 그런 것을 떠나... 그 모습들을 인지한 순간.. 참.. 씁쓸해지더군요. 


차라리 저들이 은퇴하고 연금 빵빵하게 타 먹으면서 편해서 할 일 없고 '나름 정의감'은 넘쳐서 사회문제에 자신들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그런 사람들이라면(일리가 없는 현실) 차라리 속으로라도 실컷 욕이라도 해줄텐데.... 



P.S.

그런 만감이 교차하던 중에...  누군가가 그 시위대를 향해서 뭐라고 큰 소리를 지르더군요. 저처럼 답답했겠지요. 내용은 잘 못들었지만.. 주위의 젊은이들은 오히려 즐거워 하는 분위기.. 


그러자 이 분들, 줄 맞춰서 서 있던 그 질서정연함이 일시에 깨지면서 소리난 쪽을 향해 욕을, 욕을 하며 흥분하더군요.


누구냐.. 끌어내라.. 잡아 족쳐라..


그러다 그들을 인솔하던 그 젊은이(?)가, 여기 장소가 어떻고... 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자 또 모두들 얌전히 대오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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