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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의 집에 방문했다가 세미나에서 좋은 내용을 듣고 오셨다며 저에게 해 주시는 말씀.

 "네가 다른 이에게 화나고 슬픈 일이 있더라도 결국 그 화가 너를 해칠 것이기 때문에

빨리 용서하고, 용서할 수 없으면 잊어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집중해라"


자기계발서나 명상류 에세이에서 흔하게 나오는 말이지만 좋아하는 분이 해 주시는 말씀은 마음에 쏙속 와 닿고.

 '진짜 그런가 보다. 노력해 봐야지' 하고 다짐을 합니다.


1

 통학길에 오릅니다. 총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한 번만 갈아타는 초간단 루트에요.

집 앞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내릴 때가 되어 문 앞에 서 있는데, 한 커플이 바로 등 뒤에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감정이 들어간 표현)

커플의 여자가 재채기를 합니다 에이취. 아 등 뒤가 굉장히 시원하네요 목도리 사이로 파편-_-이 느껴져요

놀라서 있는데, 뭐가 좋다고 사과는 않고 자기들끼리 째질 듯이 웃고 있네요. 남의 옷에 아밀라아제를 대량 투척한 게 재미있나봐요

 뭐라고 말을 섞고 싶진 않고 내리기 전에 뒤를 돌아 확 째려봐요. 

여자가 연약한 척을 하며 남자에게 콧소리로 말해요 "저거 뭐야? 완전 혐오스럽다는 듯이.."

그게 말이죠, 개념을 상실하신, 당신의 뇌가 혐오스러워요. ㅠㅠ

 

2. 

갈아탈 버스를 기다리는 중, 밥 약속을 한 친구에게 언제쯤 도착하마 전화로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옆구리에 펀치가 들어옵니다. 으악 여중생에게 헥토파스칼 킥 맞은 줄 알았습니다.

놀라고 아파서 숨이 다 막히는 와중에, 이게 무슨 일이야 하고 앞을 보니...

 [그지 아저씨께서 '등속 원운동을 하는 봇짐 펀치' 기술을 시전하셨습니다 : hp가 100 하락했습니다. 어이가 500 하락했습니다]

세상에 전화하는 사람한테 돈 달라고 사람 몸만한 짐보따리-이불이 대부분이지만 무겁고 아픕디다-로 연약한 츠자를 칩니까?????

무서워서 슬금슬금 도망가다가 버스가 오길래 재빨리 탔습니다. 밖을 보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가서 계속 구걸을 하는데..

덩치 있는 아저씨와 청년들은 치지 않아요..봇짐펀지는 레이디 전용인가 보네요...

아저씨 목숨은 소중하니까요???


3. 

중간지점에서 버스는 한 무리의 초글링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아 무사히 목적지까지만 갈 수 있기를. 마음이 조마조마해집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초글링은 2배로 증식합니다. [system = 버스의 복잡도가 n! 에서 2n! 으로 상승하였습니다.]

뛰어다니기+소리지르기+한꺼번에 떠들기 3연타를 당한 저는 넋을 반 빼놓고 있습니다. 그래 될 대로 되어라.

방심하고 있던 저는 등 한가운데에 집약적이고도 빠르고 강력한 가격을 당하고 다시 순간적인 호흡곤란을 겪습니다.

[초글링 1 님이 가속 엘보우 펀지를 시전합니다 : hp가 200  하락했습니다.]

"꿟!" 어지간한 수준의 공격이 아니고서는 여인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소리가 나옵니다. 상대방은 굉장한 고수가 틀림없습니다.

좌석 등받이에 팔 올리고 턱 괴는 포즈를 하려다 저를 친 모양...인데 순간 버스가 급정거라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F = ma....

아이는 엄마 무릎에 앉아 있었는데 어머니는 "어머 위험해 이리와" 하고 아이를 끌어당겼을 뿐 

죽는 시늉(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를 하는 저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어요.


네, 이 세 가지 일은 한 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에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대체 뭘?????


4.

집에 와서 하루 일과를 보고? 하던 중 이런 일이 있었다 호소하니 쿨하고 쉬크하신 어머니가 

 "악의가 있어서 너에게 해꼬지하려고 한 일이 아니라면 네가 계속 기억하고 화내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얼른 잊어라" 하고 일침을 날리십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 어쩌나요 저는 쿨하지 못해 미안해...

고의가 맞던 아니던 남의 잘못으로 제가 다치거나 피해를 입었고 (이번엔 이상하게 모두 물리적 타격이었네요. 동네북 돋기도 하지)상대방이 사과하면 좋겠어요!

보통의 개념 있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사과하겠거니 기대를 하지만 다들 그렇지가 않아요 ! 전 그럴 때마다 꼬박꼬박 사과하는걸요!


그치만 정작 당하는 당시에는 놀라고 아파서 정신없고 따졌다가 괜히 시끄러워지는 것도 무서워서 뭐라고 잘 못하고 집에 오면 이불 덮었다가도 하이킥을 합니다

그때 멱살을 잡았어야 했어!!!!


제가 정말로 소심한 걸까요 아니면 세상에 개념이 없어지는 걸까요.

이런 일엔 아무렇지도 않은 게 정상인가요?? "대한민국인데 이 정도 쯤이야 흥칫핏"

나이가 더 들면 이런 일을 한 시간에 아홉 번 겪어도 괜찮아 질까요?


5. 

조별과제를 합니다. 과도 다르고 학년도 다르고..여튼 파트를 나누고 요약본을 제가 정리해서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정해 놓은 마감이 다 되어 가는데 한 명이 내지 않습니다.

한참 연락이 안 됩니다. 

새벽에 문자가 옵니다 "죄송한데 아직 안 했고요 어차피 정리되어 있는거니까 제 거 대충 뽑아갈게요"

답장을 보냅니다 "양식 맞춰서 한 사람이 내야 하고 다른 멤버들은 다 했는데요?????"

연락이 없습니다.


....저기요 먼저 모였을 때 할 게 없다고 나눠서 각자 하자고 한 건 그쪽인데요....


분량은 많지 않고 '아이디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해도 되긴 하지만 정말 하고 싶지가 않아요....

대학에 갓 들어와서 1학년 때 점수 깎이는 게 싫어서 눈물을 머금고 제가 다 했다가 피를 봤거든요. 

제출은 오ㅋ늘ㅋ 이군요.


6

정말 화가 날 땐 어떻게 참거나 조절하세요?

화가 나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모르게 표정관리를 잘 하는 편이신가요?

제 친구는 '너의 얼굴을 보면 너의 분노게이지를 알 수 있다' 라고 한 바 있습니다.


아니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화를 꾹 참으면 뭐 좋은 일이 생기나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안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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