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써버리기

2014.10.18 00:14

살구 조회 수:1957

회사예산으로 책정된 도서구입비의 취지는 '본인업무와 관련된 책 좀 사서 공부 좀 해라!(이 월급 루팡들아!!!)'입니다.

명목만 가지고 오해들을 해서 직원 생일에 도서상품권을 사서 주기도 하고 (사원복지는 아니지요),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도록 맨스헬즈(또는 맥심)같은 책 좀 보자' , '무슨... 시사인같은 것 좀 보자'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것 역시 맞지 않는 일이었죠.

도서상품권을 사서 직원머릿수 대로 나눈 적도 있는 데 본인업무와 관련한 책구입을 증빙할 길이 없기에 결국은 회사근처에 있는 특정서점의 상품권이라는 이상스런 결론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상품권깡을 하신 분도 있고 자식의 ebs교재로 시원하게 털어버린 분도 있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택배로 받아보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마냥 달갑지는 않았어요. 시중가격으로 사는 것도 아까웠고요.

그런데 그것도 2013년이 마지막이 되어버렸습니다.


얼마전 지갑을 바꾸면서 2달러지폐와 메모 사이에서 상품권을 발견했는데 작년에 얼마나 바빴는지 정말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정말 길에서 돈 주은 것처럼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런데 앗... 유효기간!!!!

전화했더니 다행히 괜찮다고,,오라고 해서 시간을 내어 갔습니다.

그리고 몽땅 사버렸어요.


1.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 14,800

-- 책도 인연이 있다고 봅니다. 오늘 서점가는 길에 휴대폰에서 데이빗 린치의 신작에 대해 읽었는데 줄거리가 흥미있어서 한번 봐야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이 딱 놓여있더라고요.  책 날개를 보니 스티븐킹도 칭찬했다고 해요. 이 분 안목을 믿고 골랐는데 생각해보니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때도 많았던거 같습니다.



2.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13,000

-- 몰락의 에티카의 저자여서 샀고, 그 책을 고른 이유는 두꺼워서..였습니다.

그나저나 이 분 미혼이었어요?



3.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어네스트 헤밍웨이/ 13,800

-- 헤밍웨이의 작품이 또 있었나? 했다가 그의 작품이 완역된 게 아니며 따라서 아직도 무궁무진함에 행복한 진저리가 쳐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완역될 작가가 누굴까요? 하루끼? 쳇



그 밖에 업무관련 책 몇권, 특이한 포스트잇, 그리고 뽀로로가 그려진 사운드 책이라는 걸 샀습니다. 돈은 약간 초과했고요.

오늘 교보에서 올재 책도 도착해서 한아름 들고 퇴근했네요.




징비록을 넘기자니 내가 나혼자 만의 섬이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 이미 죽어 그 존재 조차 모르는 사람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살기 위해 죽고자 했을 고독한 장군도 인쇄된 글자 밖으로 저를 통해서 울림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요.

허투로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2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8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09
126108 게시판 이제 되네요. [10] poem II 2012.06.26 17353
126107 나이별 경기도지사 지지율 [1] 그림니르 2010.06.02 12795
126106 경기도민, 오늘 투표하고 왔어요.. [2] 화기치상 2010.06.02 10433
126105 방송3사 출구조사는 감격, YTN 출구조사는 불안 [2] Carb 2010.06.02 10111
126104 경남 도지사 초박빙 alan 2010.06.02 9319
126103 [불판]개표방송 [13] 20100602 2010.06.02 9165
126102 구로구, '오세훈' 기표된 투표용지 배부...-_- [7] look 2010.06.02 10810
126101 근데 왜 비회원도 글 쓰게 하셨죠? [2] 비회원 2010.06.02 9475
126100 결코 인간편이 아닌 스티브 잡스,.. [7] 자연의아이들 2010.06.02 10653
126099 파이어폭스로 잘 되네요 [4] anth 2010.06.02 7379
126098 유시민이 이기는 이유.jpg [7] 그림니르 2010.06.02 12562
126097 개표방송 보는데 떨려요. digool 2010.06.02 6478
126096 [서울]한명숙 1% [22] 스위트피 2010.06.02 9578
126095 절호의 찬스! [1] 얏호 2010.06.02 5982
126094 옛날 종교재판이 판치던 시대 과학자들의 심정을 [1] troispoint 2010.06.02 6688
126093 노회찬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 [8] 그림니르 2010.06.02 8844
126092 현재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은 어떻게 되나요.. [1] 장외인간 2010.06.02 5815
126091 잘가라_전의경.jpg [5] 댓글돌이 2010.06.02 9025
126090 계란 요리 드실 때, 알끈도 드시나요?? [14] 한여름밤의 동화 2010.06.02 8703
126089 좀 의아스러운게.. [5] 장외인간 2010.06.02 70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