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히잡) 금지법에 대한 이야기

2015.01.24 15:12

amenic 조회 수:7267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는 히잡, 부르카 등 이른바 이슬람 베일이 여성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란 것을 밝혀 드립니다. (마치 통진당 노선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는 반대한다는 상황과 비슷해서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륙에서 이슬람 베일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잇따라 통과하여 대내외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통과시킨 나라는 벨기에이고 네델란드 같은 북구 나라에서도 이미 통과되었거나 계류 중이라고 합니다. 일단 유럽 여러 나라에서 유사 법안이 발효 중이지만 제 글에서는 프랑스 상황만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제 의견을 이야기 하기 전에 법안이 어떻게 통과되었는지, 이슬람 베일의 종류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프랑스 법안은 어떻게 발효되었나.


   - 2004년 9월 : 초중등 공립학교에서 히잡 등 이슬람 베일 착용 금지(십자가, 유대교 모자인 야물케, 시크교 터번 포함)

   - 2011년 4월 :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니캅 등의 베일 착용 전면 금지

     * 이 부분은 보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매체에 따라 부르카, 니캅만을 금지하는지 히잡이나 차도르까지 금지하는지 다르게 보도하고 있거든요.

        상황을 명확하게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프랑스에 가셨거나 현재 살고 계신 분이 알려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2. 이슬람 베일의 종류는 어떻게 되는가?


    보통은 많은 분들이 혼동을 해서 호칭하는데 이슬람 베일은 아래 그림과 같이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지역이나 종파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듯 합니다.  히잡은 머리만을 가린 베일이고, 니캅은 눈만 내 놓고 몸 전체를 가린 형태입니다. 부르카는 몸 전체 뿐 아니라 눈 있는 부분도 반 투명한 천으로 가려서 차단한 복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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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에서 히잡은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베일입니다. 사우디나 이란 같은 강성 이슬람국에서는 오로지 검은색의 히잡 만이 허용되지만  이집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같은 곳에선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히잡이 나와 패션화 되고 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이런 곳에선 브라우스와 청바지 같은 일상복에 다양한 색상의 히잡을 착용한 여성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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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히잡이 존재합니다.

강요된 것이 아니고 이슬람 여성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히잡이 훌륭한 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개인적으로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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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프랑스 정부는 2004년 9월 부로 전국의 모든 공립 초중등학교에서 종교적 상징이 될 수 있는 복장, 액세서리의 착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교육행정가들은 이 법안 발효 이전에도 이미 수년에 걸쳐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조치들을 간간이 시행해왔습니다. 1989년 10월 크레이유에 위치한 어느 중학교의 이슬람교도 학생 3명은 히잡 착용 때문에 정학을 당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국가법률자문위원회(Conseil d'Etat)는 이렇게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과시하거나" "압력, 도발, 개종, 선전" 등의 행위가 아닌 이상 학교에서 히잡 착용은 공립 교육에서 종교를 배제하는 목적에 배치되지 않는다. 결국 이 의견을 국가가 인정함에 따라 3명의 학생은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법안이 제정된 직접적 원인은  2003년 10월에 불거진 논란의 결과입니다. 2003년 10월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당시 오베르빌리에에 위치한 어느 고등학교의 학생 알마 레비와 릴라 레비가 히잡 착용 때문에 정학을 당했습니다. 이 학생들의 아버지인  로랑 레비는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단체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태인 출신의 무신론자였습니다. 또한 그는 여성이 베일을 뒤집어쓰는 것에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학을 당한 자신의 두 딸은 학교에서 히잡을 착용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었죠. 두 딸의 어머니는 이슬람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이슬람교는 믿지 않았습니다. 레비 자매는 외할머니로부터 이슬람교를 알게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슬람교를 박해하는 인종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히잡을 착용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히잡 착용이 의무화된 나라에서는 결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 논란의 결과로 프랑스 당국은 아예 학교 내에서 히잡 등 베일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서둘러 제정하여 발효를 합니다.

그래서 발효된 이 법안은 언뜻 공평하게 보이는 듯 하지만 이 법의 진짜 목적이 프랑스에 살고 있는 아랍인들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공평하게 보이려고 십자가나 야물케, 터번 등의 착용 금지도 포함하였으나 결코 공평하지 않습니다.

십자가는 기독교 인들에게 의무사항이 아닌 취향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십자가를 부적처럼 사용하는데 반대하는 교단들도 있죠. 야물케도 유대인들에게 일상적인 복장은 아니고 시크교도의 터번은 성인이 되어서만 착용 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겐 해당이 안되죠. 실제로 이 법안 발효 후 많은 수의 이슬람계 학생들이 퇴학되었지만 기독교인이나 유대인의 퇴학 조치는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이 법안이 더욱 고약한 이유는 법안의 희생자가 어린 소녀들이란 것이죠. 완고한 이슬람 커뮤니티에서 과연 이 법안이 발효되었다고 자신의 딸들에게 히잡을 벗길까요? 이들 부모들은 차라리 학교를 보내지 않는 것을 선택할 것입니다.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선 관심을 갖고 있지 않죠.

어린 소녀들에게 과연 얼마나 자기 결정권이 있었을까요? 이 법안은 결과적으로 이슬람계 소녀들을 주류 프랑스 사회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였고 소외를 시켰습니다. 교육에서 배제되게 함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였습니다. 


2011년 4월에는 한창 더 나아가서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베일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효되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히잡, 니캅, 부르카 등의 착용을  금지하게 된거죠. 프랑스 국내 거주하는 이슬람인들은 물론이고 방문객과 관광객들에게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이 법안 발효 후 나온 샤를리 엡도의 만평을 보면 프랑스 백인 사회의 속내를 엿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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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 착용 찬성 .. 집안에서"라고 써 져 있습니다.

결국 정교분리는 핑계이고 그냥 보기 싫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최대의 희생자는 여성입니다. 이슬람 남성들이 이 법안으로 무슨 피해를 받았을까요? 아무 것도 없습니다. 프랑스 계 이슬람 커뮤니티는 이 법안 이후 여성들이 부르카(히잡)을 벗게 하기 보다는 돌아다니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거죠.

이대로 놔뒀다간 프랑스가 이슬람 근본주의화할 것이라는 것은 망상이거나 기만입니다. 일단 프랑스 내에서 이슬람계가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소수에 불과하고 장기적으로는 프랑스 사회에 동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그 반대의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약도 그런 비약이 없습니다.

심지어 지금 아랍권에서도 히잡을 벗겠다는 저항 운동이 아랍 여성들한테서 불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국가 권력에 의한 금지는 반대를 합니다. 금지는 더 많은 금지를 낳게 될 것이니까 말입니다. 


프랑스 헌법에도 있는 라이시떼는 종교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던 시점에 시민(개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작금의 프랑스 상황을 보니까 그 정신은 사라지고 화석만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PS. 제 글에 나니아님과 Bigcat님은 댓글을 달지 말아 줄 것을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굳이 댓글을 다시겠다면 제가 막을 권한은 없지만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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