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4 20:59
안녕하십니까? 어쩌다 보니
가끔 글 올릴 때 마다 비슷한 글만 올리고 있는 곽재식입니다.
책 읽다가 가만 돌아 보니, 요즘 정말 재밌게 읽은 책들이
다들 단편집들이라,
장편 소설을 재밌게 읽은 것이 이렇게 없나 싶었습니다.
정말 잘 읽히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한 권 읽고 나면 다음권 읽고 싶어 안달나고
막 밤새워서 잠못자고 읽고 이런 책들 읽으신 기억 없으실까요?
제 경우를 돌아 보면, 장편 소설로만 한정하면,
일단 생각나는 것이
몇년 전에 읽은 "나는 클라디우스다" 1권.
이것은 처음 읽을 때는 초장이 지겹고 공감이 잘 안되어서
읽다 때려치웠는데,
나중에 로마 역사에 대한 상식이 좀 생긴 뒤에 읽었더니
재미에 웃음에 감동에 사회 비판에,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책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생각납니다.
사건이 평범해서 쉽게쉽게 잘 들어 오면서도,
주인공의 강의 조의 주절주절하는 것이 웃긴 부분들,
가끔씩 예리한 부분들이 있어서 쓱쓱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도
생각 납니다.
사실 이 책은 다 읽고 나서 "재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기에는
약간 애매했는데,
읽는 동안,
"도대체 얘네들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보자"
싶어서 자꾸 다음 장, 다음 장, 다음 내용, 다음 내용
보려고 하다 보니 한 번에 다 읽게 되었던 기억입니다.
어릴 적에 읽은 시드니 셸던 소설 중에는
"게임의 여왕"을 무척 재밌게 읽었던 것이 기억이 나고,
뤼팽 시리즈 중에, 813이나 기암성을 지루하게 읽었던 것에 비해,
"수정마개"를 상당히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 추리 소설 중에는
"미륵의 손바닥" "살육에 이르는 병" 같은 책이
그래도 중반까지는 무척 재밌었던 기억이고
(둘다 후반과 결말에서 좀 재미가 없었던 기억)
마찬가지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중반까지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차라리 "은하영웅전설"이 후반까지 재미를 유지하는 건
훨씬 더 좋았다고 기억 됩니다.
판타지 소설 중에서는
"룬의 아이들", "피를 마시는 새" 둘 다 초반은
엄청 재밌게 읽었는데 왜인지 중반이후로
갑자기 이상하게 재미가 없어졌던 경험이 있고,
SF 소설 중에서는 "영원한 전쟁"을 그럭저럭
재밌게 본 편이고, "유년기의 끝"은 초반과 결말은
참 재밌었는데 중반이 좀 지루했던 기억입니다.
무협지 중에서는 예전에 영웅문 시리즈로 읽고
읽을 만 하지만 아주 재밌지는 않다... 생각했었는데
몇 년전 "소오강호"가 재미로는 최고다 라는 듀게의 추천으로
"소오강호"를 읽었다가 다시 한번 다 읽어 봐야 겠다 생각해서,
"천룡팔부", "녹정기",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설산비호", "협객행" 다 다시 읽어 봤는데, 다시 돌아보니
"신조협려"가 제일 재밌고,
"천룡팔부" 중반 이후가 그 다음으로 재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듀게 추천으로 읽을 때는 참 재밌게 읽었던 "소오강호"의 경우에는
다 읽고 나서 돌아 보니
어쩐지 "신조협려"보다 훨씬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역사소설 류 중에서는 역시 옛날에 읽었던
"동의보감"도 기억에 남고.
이건 3권까지만 나오고 중간에 잘려서 끝나는 바람에
여운이 남는 것이 오히려 더 완성도를 높인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장편소설 중에 재밌게 읽은 것으로 기억 나는 것 뭐 있으신지요?
장르, 출판시기, 국적 가리지 않고 꼽는다면 뭐 있을까요?
2015.03.04 21:03
2015.03.04 21:10
멋진 징조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내 이름은 빨강/ 초반이 지루하지만..
아웃/ 결말이 다소 약하지만..
불야성/
그런데 읽은 시기와도 상관이 있겠죠.
'은하수를-'은 영화든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영향받은 작품들이 워낙 많아서 지금 읽으면 좀 낡게 느낄 수도 있겠고요.
2015.03.04 21:10
3권으로 된 개미에서 2권 까지정도/ 정비석 손자병법/ 몽테크리스토 백작/전반부까지는 홀린 듯 읽었던 푸코의 추/이효석 화분/사반의 십자가/ 분노의 포도....개인적으로는 수십년 동안 몇 번을 읽어도 또 읽고 싶은 그런 장편소설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얼마전 주라기 공원을 읽다가 재미가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2015.03.04 21:14
멋진 징조들이요!
2015.03.04 21:16
DL./ 그러고 보니 브론테 자매 소설 중에서는 "폭풍의 언덕"을 재밌게 읽은 편입니다.
R114/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권은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웃"은 초장의 생동감, 현장감, 심리 묘사에 비해서 중반 이후는 늘어지는 느낌이었고 말씀대로 결말은 실망스러워서 중반 이후로는 저는 조금 재미가 부족했습니다.
김전일/ 저도 개미 앞 부분, 사반의 십자가는 재밌게 읽은 기억입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중반쯤 되니까 소설이 너무 길다는 느낌이었고, "분노의 포도"도 중반이 좀 쳐졌던 기억입니다. 정비석 손자병법이 다루는 오월지쟁은, 삼국지나 초한지 이야기처럼 저 역시 재미난 소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5.03.04 21:17
달비/ 제가 나오자마자 기대하며 책 사다 놓고 이상하게 앞부분만 읽다가 말게 되는 책이 둘 있는데 바로 "멋진 징조들"이랑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입니다. 왜 이상하게 앞부분을 잘 못넘기겠는지.
2015.03.04 21:19
곽재식 님 이런 식으로 '남은 페이지가 아깝다는 기분이 드는 책' 물으실 때 몇 번 같은 댓글 달아서 쑥스러운데, 앤 맥카프리의 [퍼언 연대기]를 그렇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을 말 그대로 밤잠 줄여가며 읽었습니다.
2015.03.04 21:25
oldies/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이 평이 좋아서 저도 곧 읽어 보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남은 페이지가 아깝다는 기분이 드는 책"이랑 책장이 빨리 넘어 가고 재미있어서 뒷 이야기가 너무 보고 싶은 장편 소설은 또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그렇게 읽을 때 엄청나게 재밌는 책은 아니었지만 분위기와 내용이 좋아서 레이몬드 챈들러 "리틀 시스터" 같은 책이 저는 책장이 줄어드는 게 참 아까웠습니다. 필립 K. 딕 소설 도 그런 적이 저는 몇 있었고. 그에 비해 "노인의 전쟁" 같은 책은 읽을 때는 흥미롭고 어떻게 결말 나나 싶어 빨리 읽고 재밌긴 했는데, 남은 장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2015.03.04 21:42
전 늘 토지를 추천하지만, 좋은 평가를 들었던 경험은 드무네요. 총 5부 중에 1부만이라도 보면 정말 좋은데
2015.03.04 21:56
장편소설이라면 하루키가 무릇 장편이라면 인물이 태어날때부터 죽을때까지를 다 담아야 한다고 표현했던 "장 크리스토프"요. 그래서는 아니지만 정말 좋아하는 책이에요, 같은 프랑스문학이지만 시대는 다른 "티보 가의 사람들"도 정말 좋습니다. 어쩌다 보니 다 프랑스 소설만 추천하는 것 같은데 이건 장편까지는 아니지만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역사소설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깨닫게 해준 책이었어요. 세 책 다 술술 읽히는 스타일은 아닌데 딱 빠져드는 순간이 오면 멈출 수가 없더라구요.
2015.03.04 22:16
2015.03.04 22:17
몰입력이 끝내주는 건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죠.
대여섯 시간 동안 이거 읽으면서 기가 다 빨려서 다음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존 쿳시의 <추락>은 첫 문장에 훅~ 가서 정신 없이 읽었는데 마지막 문장도 훅~ 가게 만들더군요.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는 서너 페이지 지나니까 빨려들면서 재미있게 읽었고요.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도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못하고 읽었던 책.
(이상 네 권에는 모두 야한 장면이 풍부하게 나옵니다. 훌륭한 소설을 야하게 써주는 작가들 사랑합니다. ♡.♡)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면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괴>도 꽤 재미있었어요.
제법 두꺼운 책 두 권인데 한번 읽기 시작하니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되더라고요.
야한 책 하니 갑자기 생각나는 김영하의 <검은 꽃>, 꼼짝 않고 읽게 되는 야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소설이었죠. ^^
2015.03.04 22:22
좌백의 대도오도 중반까지는 읽을만 합니다. 후반부는 소드마스터스러워서 만화화 된 남자이야기 쪽이 더 나을 수도 있고요. 장르소설이라면 오노 후유미의 십이국기 시리즈가 개인적으론 은영전보다 나았습니다. 은영전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소설이기도 하고요..(문제는 완결이 안 된 시리즈...)
2015.03.04 22:32
그나저나 남자이야기는 연재완결 되었나요?
2015.03.04 22:43
미완결입니다. 이야기를 과하게 벌여 놓기도 했고, 모순도 있고.. 마무리는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2015.03.04 22:54
2015.03.04 22:56
2015.03.04 23:18
2015.03.0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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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4 23:46
시드니 셸던하니까 '내일이 오면'이 아련히 기억남. 끝까지 단숨에 읽어치우게 만들죠. 덱스터 시리즈도 일단 펼치면 끝을 봐야함.
천천히 읽을 작정이었는데 막상 후루룩 빨려들었던 소설 중에는 캐롤 앤셔의 '아쿠아마린'이 있었고, 최근에 읽은 '탐정 매뉴얼'도 예상과 달리 책 덮기 힘들게 만들더라구요.
2015.03.05 02:15
제가 읽어본 가장 재밌는 도입부를 가진 소설은 마리오 푸조의 <대부>였습니다.
2015.03.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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