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7 01:13
2월부터 모임이 한달에 두번입니다. 아직 체계가 안잡혀서 그런지 좀 버거운 느낌이 있지만 조금 더 지속해보려구요. 이번 주제도서는 데이빗 버스(David buss)의 진화 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이었습니다.
지난번의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집도 엄청 두껍더니.. 이번 책은 두꺼운데다 크고 무거웠습니다. 이런 책의 느낌은 대학교 교양수업에서 느꼈던 교재의 질감인데 말이죠. 내용도 한학기 교양 수업정도의 분량이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참석인원도 평소보다는 적었고 대화도 좀 학구적인 분위기였어요.
진화심리학이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전에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정의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을수 없습니다. 위키 백과에서는 진화심리학을 다음과 같이 약술하고 있습니다. (링크 : http://ko.wikipedia.org/wiki/%EC%A7%84%ED%99%94%EC%8B%AC%EB%A6%AC%ED%95%99 ) 간결한 위키 백과와 달리 엔하위키에서는 좀 더 디테일한 논쟁거리들을 소개하고 있구요. (링크 : https://mirror.enha.kr/wiki/%EC%A7%84%ED%99%94%EC%8B%AC%EB%A6%AC%ED%95%99 ) 링크들을 읽어보시면 대략적으로 진화심리학에 대해 감이 잡히실거라 믿습니다.
이 책에 대한 발제와 논의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역시 생존과 번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남여의 짝짓기 전략과 현재 한국사회에서 비혼이 늘고 있는 이유, 인간은 왜 술에 탐닉하는가, 왜 어떤 음식이나 냄새에는 열광하고 어떤것에는 혐오와 신체적 거부반응을 유발하는가 까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죠.
위의 링크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진화 심리학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연선택설이 중요한 기본 원리죠. 그렇다보니 지적 설계론자(창조론자)와는 대립될 수 밖에 없는 개념이라 유일신이 천지 만물을 창조했다는 일신교 신자들에게는 역시 거부감이 있을수밖에 없는 학문입니다.(1차 어그로..) 이것과 관련해서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https://mirror.enha.kr/wiki/%EB%82%A0%EC%95%84%EB%8B%A4%EB%8B%88%EB%8A%94%20%EC%8A%A4%ED%8C%8C%EA%B2%8C%ED%8B%B0%20%EA%B4%B4%EB%AC%BC ) 이 언급되었고 한참동안을 궁시렁대며 낄낄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진화심리학이 왜 듀게 혹은 페미니스트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눴습니다. 엔하위키 미러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를 너무 직설적으로 관찰사례를 중심으로 써내려간 학문이기에 생물학적 결정론이나 우익 이데올로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례로 남성들의 배우자 선호도를 진화 심리학적인 접근으로 파악하자면 항상 어리고 임신과 출산에 유리하고 외모가 매력적인 배우자를 선호하며 부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성적 관계를 맺기 원한다고 합니다. 이런 건조한(그리고 어찌보면 콕집어서 옳다고 확신하기에도 애매한)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원래 남자는 어리고 예쁘고 되도록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려는 동물이다라고 주장하며 바람기를 합리화 할 수도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어찌보면 물의를 일으키기에 충분하겠죠.(2차 어그로)
하지만 어떤 현상이 사실이라고 해도 모든 개체가 그 현상을 따른다거나 꼭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유태인의 근면성과 협조성, 단체적인 이익추구와 축재능력을 문제삼아 인종을 말살시키려고한 히틀러와 다를바가 없는것이겠지요. 여자에 비해 남자들은 그런 특성이 있다는 것이 나는 남자다_남자는 진화심리학적으로 이러이러한 존재이다_그러므로 나도 이러이러한 행동을 해도 전혀 문제될게 없다는 삼단 논법으로 발전될 수는 없는것이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를 덮어주는 보호막이 될수도 없겠구요.
진화심리학이 과연 학문으로써 존재하는가, 그리고 진화심리학을 이해하는 것이 어떤 이익을 주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좀 나눴고.. 여성과 남성의 배우자 선호에서 왜 남성이 여성보다 유리해지고 우리 사회에 골드미스가 많아지는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제가 주장한 내용이긴 하지만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요즘 한국사회에 골드미스가 많아지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시 3차 어그로??) 일단 여성이 선호하는 배우자는 키가크거나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고 재력과 재정적 안정성이 높고 지위나 명예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남성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질인 협조성과 안정성, 유머감각이나 비슷한 사상은 두말할 것도 없구요. 하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좀 다른것이 일단 매력적인 외모와 어린 나이, 임신과 출산, 육아에 적합한 여러가지 신체적 조건이 우선적이라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남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의 의지나 노력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돈이나 명예를 쟁취할 수록 이상적인 신랑감이 되는 반면 여성들은 남성들과 비슷한 재정적 자립, 독립성, 지위와 명예, 나이..를 획득할수록 이상적인 배우자감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거죠. 물론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말입니다만..(절대로 제 개인적인 의견은 아니구요.. )
제가 이 말을 했을때 주위 반응은 이거 듀게에 쓰면 백플 간다.. 였는데.. 솔직히 그정도 파장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관심들은 있으실지, 어떤 다른 의견들이 있으실지 궁금하긴 하네요.
대략적인 이야기를 마치고 다음 모임의 주제 도서 선정을 했습니다. 추천도서와 선정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풀종다리의 노래_손석희 : 손석희씨 팬이 몇달째 계속 추천하고 계십니다.
2. 스웨덴을 가다_박선민 : 참석자중에 저자를 초대해주실수 있는 인맥이 계신다고 해서..
3. 책읽는 뇌_ 메리엄 울프 : 글씨를 못읽는 병에 걸린 이에 대한 이야기라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4. 에필로그_칼 세이건 : 칼 세이건의 에세이라네요.흥미롭습니다.
5. 미움받을 용기_기시미 이치로 : 요즘 핫한 책이라 읽어보고 추천하셨다고 합니다.
참석자 투표로 스웨덴을 가다가 선정되었고 가능하면 저자를 모시고 다음 모임을 하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굉장히 기대되는 모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세를 몰아 4월 모임은 저자와의 대화 시간으로 다 채웠으면 싶은데.. 가능할지는 이리저리 알아봐야 할 일이겠구요.
모임 끝나고 간단하게 치맥 한잔 하고 헤어졌습니다. 금요일의 종각 거리는 정말 인파로 넘쳐나더군요. 집으로 오는 막차를 아슬아슬하게 타면서도 불야성의 청춘들이 조금 부러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2015.03.07 01:16
2015.03.07 01:29
저는
1. 진화심리학 자체보다도 듀게에 글을 쓰면서 괄호 속에 링크를 걸면 꼭 마지막 닫는괄호가 링크에 포함되어 한방에 건너갈 수가 없는 현상에 더 관심이 많고
2. 키가 크거나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고 재력과 재정적 안정성이 높고 지위나 명예가 높지 않지만, 나이 하나 정도만은 적지 않은 사람인데다
3. 불금에 그 어떤 모임에서도 초대받지 못해 집에서 괭이 한 마리랑 소맥을 함께 하는 처지입니다만
뭔가 백플에 조그만 보탬은 되고 싶었습니다...
라고 쓰면 댓글에서 술냄새 나나요. :)
2015.03.07 01:39
1. 그렇군요. 수정해뒀습니다.
2. 나이라.. 중요한 요소죠. ㅎㅎ
3. 불금에 소맥도 좋지만.. 거기는 지금 몇시인데 안주무시나요?? 한국은 벌써 한시가 넘었네요. 아우.. 눈이 슬슬 감깁니다.
댓글에서 얼큰한 술기운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기도 .. 아닌 것 같기도.. ^^;;
2015.03.07 02:17
2015.03.07 16:36
진화심리학뿐 아니라 어떤 학문도 삶을 이해하는데 지표정도지 절대적인 진리라고 볼 수는 없는거 아닐까요? 사실 진화심리학도 엄밀한 과학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은 신생학문입니다. 말씀하신바와 같이 배우자 선호 가설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서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이건 번식이 최우선시 되던 과거로부터 내려온 통계적 결과가 그럴것이다.. 라는 거지 현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관되게 적용하기는 힘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참고자료 정도로만 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정신건강에는 더더욱 말이죠.
2015.03.07 06:53
'여자에 비해 남자들은 그런 특성이 있다는 것이 나는 남자다_남자는 진화심리학적으로 이러이러한 존재이다_그러므로 나도 이러이러한 행동을 해도 전혀 문제될게 없다는 삼단 논법으로 발전될 수는 없는것이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를 덮어주는 보호막이 될수도 없겠구요.' 이 부분이요. 정확한 근거가 뭔가요? 저는 진화론 자체가 도덕적 절대성을 없애버리기 때문에 저런 식의 논리를 막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거든요.
2015.03.07 16:43
진화론 자체는 도덕적 문제 자체를 떠나 생물학적인 근거로 이론을 구축하죠. 그러다보니 너무 건조하고 사실적인 느낌이 들지만 그것이 현재까지의 궁금증에 대해 답을 줄수는 있지만 앞으로 발생할 문제, 혹은 동시대에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답하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남자의 바람기를 예로 들어보죠.
진화 심리학의 가장 큰 테마 두가지는 생존과 번식입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선택을 잘해온 개체가 번성할 확률이 높은 것이죠. 남자의 바람기도 이런 생존과 번식에 최적화 되도록 진화되어왔다는 것이 남성의 배우자 선호 가설이죠. 하지만 현재에도 이런 가설이 유효한 것일까요? 우리가 사는 현대는 이미 개체의 생존이 가혹한 원시시대, 혹은 일이백년전의 사회와는 전혀 다릅니다. 물자는 풍족하고 질병은 줄어들었고 정보는 넘쳐흐르죠.
만약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이 원시시대의 조상들처럼 이여자 저여자에게 들이대고 그걸 진화심리학 탓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불리할 것임은 자명합니다. 내가 바람피우는 이유를 진화심리학을 들어 변명을 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건 스스로가 동물과 다름없다는 고백에 다름 아닐것이고 그정도로 단순한 개체라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현대에서는 말이죠. 이점은 단기적 짝짓기 전략에서도 언급되고 있구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바와 같이 진화심리학은 바람피우는 남자의 보호막이 될 수도 없구요. 저런 삼단 논법을 구사하는 남자는.. 생각보다 덜떨어진 사람이라는 근거를 사방으로 발산하는 것이죠. 얼간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2015.03.07 22:52
2015.03.08 22:57
어떤 학문이나 종교, 철학과 사상 자체에는 죄가 없는 경우가 많죠. 다만 그걸 자기 멋대로 이용하려는 인간들이 문제인데.. 사실 바람을 피우면서 진화 심리학 핑계를 대는 남자들이 많아 문제라기 보다는 그럴 가능성을 놓고 미리 분개하는 분들이 계시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진화심리학의 바람 피우는 남자 가설이 영 못마땅하게 보이기는 하죠. 하지만.. 댓글 수를 보니.. 듀게에서도 이미 유행이 지난 떡밥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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