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도 자라고 마음도 자라고

2015.04.01 17:56

Kaffesaurus 조회 수:1474

선물이가 곧 있으면 만 여섯살 생일이다. 지난 가을부터 부쩍 더 커져서 계속 바지만 새로 산다는 느낌이 드는데, 자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한때 아이몸이 세면대에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록 작았는데 언제 이렇게 커졌나, 하는 생각을 새록새록하게 된다. 매일 매일 아무 일없이 보내는 사이, 아이의 몸이 자란다. 누가 명령을 내린것도 시작 버튼을 내린것도 아닌데 몸이 알아서 발도 자라나고 키도 자라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자라나 준다. 며칠전에 이를 닥아 주다 보니 어느새 이 사이에 틈이 벌어져있다. 아,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게 아구도 자라나는 구나, 하고 깨닫자 참 우리 몸이 자라나는 게 새삼스럽게 신기롭다. 아이가 여섯살이 된다고, 18살이면 집에서 독립할태니 난 누구랑 같이 살 시간은 이제 12년 밖에 없네, 6년도 빨리 지나갔는데 12년도 엄청 빨리 지나가겠지 거기다 10대의 반항까지 끼어서, 라고 푸념을 하자 옆에서 누구는 웃는다. (이럴 때 라벨의 피아노콘서트 G메이저, 2악장을 들으면 참 쓸쓸하다).


 지금까지 생일 파티란 걸 해본적이 없는데 올해는 해주기로 맘을 꽤 오래전에 먹었었다. 그런데 지난 1월 부터 물어봐도 아이의 반응이 영 별로다. 파티에 대한 관심이란게 없어 보이는 선물이. 할까 말까, 한다면 몇명을 초대해야 하나, 누구를 초대해야 하나 계속 생각하다가 그냥 엄마 맘으로 선물이랑 가장 친한 친구들, 우리를 초대했던 친구들을 불러 점심 + 케익을 먹기로 했다. 아이보고 시리, 카밀라, 닐스, 악셀, 알바르가 온다고 말하고는 누구 더 부르고 싶니? 라고 물으니 이때까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가 놀랍게도 응 이라고 답을 한다. 누구 ? 라고 물으니까 이번에는 더 놀랍게도 에리카 라고 답을 한다. 에리카는 예전에 선물이랑 같이 유치원을 다녔지만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 난 은근히 함푸스나 엘빈처럼 지금 가깝게 노는 친구들을 말할 줄 알았는데, 함께 다닐 때고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에리카를 불러야 한다는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 보니 에리카는 바로 카밀라의 언니다. 카밀라를 데리러 엄마가 올때 종종 같이 오기도 한다. 선물이 눈에 둘은 함께 있는데 둘중 하나만 초대하는 건 좋은 행동이 아닌가 보다. 마음이 너무 예쁘다. 


아구도 자라고 마음도 자라고, 엄마보다 더 큰 사람이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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