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3 04:21
1. 제 자식 (7세)을 학교에서 데려오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데 제게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같은 노동을 했을 때 여자가 더 돈을 많이 받게요, 남자가 더 돈을 많이 받게요?"
"남자가 더 돈을 많이 받지."
https://www.whitehouse.gov/equal-pay/career
"그럼 엄마는 왜 여권을 위해서 싸우지 않아요?"
"글쎄...몰라."
"***, ***, ***도 여권을 위해 싸웠는데. 엄마 *** 알아요?"
"몰라."
"MLK는 알아요?"
"MLK 알지. 마틴 루터 킹."
"MLK는 알면서 ***, ***, ***는 몰라요?"
"...."
저는 학교에서 여권운동가들에 대해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학교에서 여권운동의 역사에 대해 배운 적이 있나요?
2. 최근에 만난 사람 중에서 신기하고 부러웠던 사람. 그 집안은 51세에 은퇴하는 게 3대째 전통이라고 하더군요. 좋은 법대를 나와 변호사로 일한 후, 51세가 되면 가문에서 물려받은 부동산 (상가)을 관리하면서 은퇴하는 것입니다. 그럼 뭘 하고 사느냐니까 고등학생 자녀들 뒷바라지도 하고, 정원도 가꾸고, 매일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고, 상가 관리도 한다고 해요. 잘 차려입고 도시의 사교파티에서 친목을 다지는 것도 일과 중 하나인 듯 했습니다. 이 분 아내도 역시 전문직에 종사하는 지라 계속 사교모임이 있어서, 부부동반 모임에서 아내 보좌 하는 것도 즐기는 듯 하더군요. 10년간 일하면 미국 국민연금 (social security)를 탈 자격이 갖춰지니 최소한의 안전망도 갖춘 셈이죠. 돈과 상관없이 사람은 원래 평생 일하는 거다, 라는 걸 머릿속에 굳게 박아놓은 저라서 충격이 컸습니다. 돈도 부러웠지만 "괜찮아, 일 안해도 돼" 라는 삶의 자세도 부럽더군요.
3. 요 근래에 지루함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분을 만났습니다. 이 분은 영재로 자라나서 열 다섯살때 대학을 들어갔고, 두뇌가 출중한 사람입니다. 보통 일잘한다는 사람들의 3배 정도를 일합니다. 문제는 이 분은 남들의 3배 일을 하지 않으면 견디질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적으면 불행해합니다. 항상 두뇌를 돌여 문제를 풀어왔고 일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쉰다는 것을 받아들이질 못합니다. 피아노를 배워보기도 하고 테니스를 배워보기도 하고 봉사활동을 해보기도 하고 프랑스 요리강좌를 들어보기도 했지만 이 분에게는 도무지 무의미한 일들일 뿐입니다. 옛날 한 동화에 보면, 농부가 악마를 일손으로 고용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악마를 고용하는 조건은 끊임없이 일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일을 주지 않으면 악마는 농부의 영혼을 가져가고 맙니다. 어떤 일을 줘도 악마는 일을 금방 해내고 말죠. 이 분의 경우에는 본인의 뛰어난 두뇌가 바로 자신을 부리는 악마나 다름없습니다. 끊임없이 고강도의 지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맥주를 마신다든가 넷플릭스를 본다든가 잔다든가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사람은 그런 한가한 활동을 견디질 못하는 것입니다. 점심을 같이 하면서 일거리가 될 만한 걸 드리고 왔습니다.
4. 저야말로 집중해서 일을 많이 해야할텐데요. 당분간 SNS나 듀게는 끊고 일에 몰두해야할 것 같네요.
2015.05.13 07:38
2015.05.13 13:49
네. 돈도 부럽지만 뭘 이루지 않아도 된다는 그 자세가 제게는 신기하더군요. 이영두씨 블로그를 보면 미국에서는 making money (돈 버는 것)를 좋게 보고 유럽에서는 having money (부유한 것)를 좋게 본다고 하더군요. (http://m.blog.naver.com/enhance/220281039552) 누구든 바쁘다 바뻐 하고 사는 게 미덕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http://newspeppermint.com/2015/04/26/busyness-in-life/). 그런데 미국에서도 부유한 것 자체를 여유있게 즐기는 사람을 만나니 신기하더군요.
2015.05.13 12:26
뭐 그렇게 따지면
학교에서 환경운동에 대해서는 배우고
성차별반대 운동에 대해서는 배우나요?
모든 것을 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죠.
학교에서는 원론만 가르치고
나머지는 각자가 생활하면서 관심을 갖고 배우는 겁니다.
물론 가르치면야 좋지만,
과거나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 그런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죠.
그리고 여권운동의 역사의 태반을 차지하는
부르조와 여성운동에 대해서는
여성운동권 내에서도 별로 호의적이 아닐껄요 아마.
2015.05.13 13:40
이 학교에서는 환경운동, 인권운동, 성차별 반대에 대해서 가르치더군요. 이걸 이른바 학교에서 가르쳐야하는 원론으로 판단하는 모양이네요.
예: http://kids.usa.gov/social-studies/current-events/index.shtml 환경운동에 관한 링크가 들어있습니다.
왜 뜬금없이 부르조아 여성운동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본인이 확인하지 않은 사실은 "껄요, 아마" 라면서 쓰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권 운동계에서도 분명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겠지요만.
2015.05.13 22:12
그 초등학교 교과서 어디에
대표적인 환경운동가와 성차별철폐 운동가 이름들이 나오던가요?
한 번 보여주시죠.
학교는 사회와 삶의 원칙을 가르쳐주는 곳입니다.
온갖 새부적인 사항들을 시시콜콜히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고요.
그러면 님은
정격연주에서 원전악기의 튜닝 기준점과
바로크 보컬에서 리스킨 이론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정당성과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나요?
이건 중요하지 않다고 설마 말하지는 않겠죠?
엄연히 대한민국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곳이 있고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입니다.
여성학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으면
여성학 발전 6단계에서 부르조와 여성운동의 한계와 폐해에 대해
모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제대로 공부해보신 적이나 있으신가요?
함부로 말하고 무책임하게 공격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입으로만 진보 내세우며 떠드는 사람들이
도매값으로 비난받는 겁니다.
툭하면 발끈해서 고함부터 지르고보고
말꼬리잡기나 하니 말이지요.
2015.05.14 00:43
2015.05.14 01:57
제가 위에 단 첫 번째 댓글의 어디에
예의에 어긋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있나요?
그런데 아무런 이유없이
갑자기 발끈해 가지고는
되지도 않는 이상한 소리를 하며
신경질을 부린 것이 바로 님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무조건 자기 말에 동의하기만을 바라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나오면 못참는 스타일인가 본데
그렇다면 그냥 이런 글 자체를 올리지 마세요.
세상은 님의 어리광이나 짜증을 받아주는 곳이 아닙니다.
세상 무서운 줄을 알아야지. 참 나.
2015.05.27 13:03
1. 이 초등학교는 따로 교과서가 없습니다. 로사 파크스, 마틴 루터 킹 같이 제가 아는 인권운동가들과, 제가 잘 모르는 여성운동가들의 전기 (biography)를 읽히고, 인쇄물을 나눠줍니다. 이와 관련해 토론수업을 하고 공작물을 만들라고 하더군요.
2. 이 학교에서는 사회와 삶의 원칙에 여권과 인권존중이 들어간다고 보기 때문에 가르치는 거라고 봅니다.
3. 제 이야기의 포인트는 제가 여성학을 배웠나 안배웠나가 아니예요. hajin님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껄요, 아마"라며 부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냐는 거죠.
4. 저는 발끈한 적도 없으며, 고함을 지른 적도 없습니다. 말꼬리 잡을 생각도 아니었답니다.
2015.05.13 14:16
3. 아까 본 이런 만평이 떠오르네요.
2015.05.13 23:56
첨에 얼핏보고 몸과 머리가 분리된 줄 알았네요. ㅎ
저 머리에 몸을 가진 사람이 어딘가 있겠죠?
2015.05.14 00:00
7세 아이의 질문이 예사롭지 않네요. 저는 학교에서 가르치면 좋을 것 같아요. 제 9세된 딸아이는 남자아이들을 싫어하는데 장난만 치고 뭔가 지적으로 뒤떨어져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여자가 남자와 같은 일을 해도 급여를 적게 받는다는 현실을 알려주면 반응이 아주 폭발적일 것 같네요.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걱정이긴 합니다.
남자아이들이 장난을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개성이고 어떤 면에서는 존중해줘야한다는 것들을 배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짓궂은 장난에 대처법, 예방법도 같이 배우면 좋겠죠.
2015.05.14 00:53
학교다니면서 여권운동가에 대한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네요. 여권 운동의 역사도요. 2번과 3번은 정말 대조적이네요. 2번은 가끔 여기서도 저런 사람들을 보는데 참 부럽습니다. 삶에 여유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