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님께 건의] 회원 탈퇴를 좀 까다롭게 하는 게 어떨까요?

떠나기 전에 한 번 붙잡아서 자신의 결정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인간미를 겸비한 쿨함인 것 같다고 혼자 중얼거려 봅니다. ^^

법정에서 피고인도 최후 진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인지상정인데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말이었어요. 그나저나 최후진술과 비교는 이해가 되질 않네요. 저는 탈퇴의 변들이 꼭 절교편지같거든요. 누군가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나가는 공간이 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읽고있자면 자괴감이 들어서요.

법정 최후진술은 죄를 지은 사람의 경우에도 억울함이랄까,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랄까, 

마음에 품고 있었던 얘기를 적어도 한 번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법정에서 검사나 변호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만으로는 알기 힘든 그 사람의 속마음을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아닐까 하고요.)

탈퇴하시는 분들도 게시판에서 주고 받은 논쟁이나 올린 글과 댓글들로는 다 표현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마지막으로 한번은 자유롭게 드러내는 기회를 갖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올렸던 대댓글이었어요. 

탈퇴의 변들이 절교편지 같다는 것에는 공감하는데 절교편지를 쓰는 사람은 또 그런 편지를 쓸 만큼 상처를 받았을 테니까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런 편지를 한번 읽어준다면 그래도 떠나는 사람의 기분이 조금은 풀릴 것 같고요. 

재가입이 가능해도 탈퇴 시 듀게에서 살아왔던 한 사이버 인격이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하죠. 

재가입 후에는 다른 사이버 인격으로 돌아오는 거고요.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조금 힘들 것 같고요.) 

듀게가 사이버 커뮤니티라면 오랜 시간 함께 해 왔던 한 사이버 인격의 소멸을 

그렇게 쉽게 허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람이 상처를 받았을 때는 말도 과격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데 거리낌이 없어지기 때문에 

탈퇴하기 전에 화가 나서 이런저런 마음에 맺힌 말들을 거칠게 풀어놓을 수도 있지만 

그게 듀게에서 그 사람이 보냈던 모든 시간들을 아무 것도 아닌 걸로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탈퇴는 그 사람이 듀게에서 지내왔던 그 모든 시간을 끝내는 것이니 

시스템은 그와 함께 했던 시간과 나누었던 모든 말들에 대한 애정으로 

떠나는 발걸음을 한 번은 말려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아....전지적 천사시점으로 보신거군요 ㅎ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해는 됩니다.  

하긴 리얼에서도 "나 집나갈거야!" 하면서도 누군가 바지끄댕이라도 잡아주었으면 하는 심정들이 있고 

그래 나가버려!보다는 만류하는게 인지상정이기도 하죠. 

맘 상해서 떠나시려는 분들이야 그럴 때 누가 못 나가게 말리면 귀찮고 짜증나시겠지만 

떠나는 걸 보는 입장에서는 시스템적으로 못 나가게 한 번은 막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그러다 마음이 가라앉을 수도 있고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탈퇴가 조금만 더 어려웠으면 재미있는 분들이 더 많이 남아 계시는 듀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