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6.23 01:39

여은성 조회 수:933


  1.아까 학교 글에 답글 달아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2.얼마 전에 PD수첩을 보고 취업과 대학교에 대한 글을 쓰다가 말았어요. 코끼리 귀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거 같아서요. 


 3.대학교에 대해 쓰다가 만 글을 조금 살려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특집을 써 보죠.


 흠.


 예전에는 글을 쓸거라는걸 아예 상상도 못했어요. 아예 배워본 적도 없고 시도해본 적도 없고 관심가져본 적도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림을 주로 그렸죠. 하긴 그러니까 미대를 갔겠죠.


 그래서 어떤 수업이든, 뭘 하든 결국 제겐 그림그리는 시간이었어요. 동화책 일러스트레이션 시간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 CI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타이포 그래피, 기초시각디자인 모든 커리큘럼의 과제가 결국 일러스트였죠. CI로고도 일러스트, 그래픽 디자인에서 포스터를 만들 때도 제가 그린 그림을 갖다놓으면 포스터 과제. 타이포그래피를 할 때도 스스로 그린 그림에 작은 가니쉬를 얹듯이 타이포 몇 개를 흩뿌려 놓으면 타이포그래피 과제가 되고 다른 작업물들도 사실상 일러스트 작업이지 해당 커리큘럼이 의도하는 방법의 과제는 아니었어요.


 그건 졸업전시회 때까지 계속되어서 사실상 학교에서 정말로 뭘 배웠다고 할 만한 건 없는 상태로 졸업했어요. 문화상품 디자인도 일러스트, 포스터도 일러스트, 타이포 북 만들기도 결국 일러스트집으로 탈바꿈해 버렸죠. 그냥 학부 시절 내내 하고 싶은 거만 하고 졸업한 셈이 되었어요.


 4.휴.


 5.2006년에 공업디자인 수업을 들었던 일에 대해 써 보죠. 2006년엔가, 왠지 재미있어 보여서 공업디자인 쪽 전공수업을 들어봤어요.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과제량에 후회했죠. 문제는 이거예요. 시각디자인 쪽은 과제가 안 되어 있어도, 교수에게 그 과제가 이 세상에 출현했을 때 어떨지에 대해 말해줄 수 있어요. 그리고 말을 다 마치고 나서 "문제는요, 작업이 약 50%정도만 진척된 상태입니다. 그것의 완성도가 100%가 되는 순간 교수님의 눈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아름다울 겁니다."라고 하면 납득시킬 수 있어요. 교수의 의심스러워하는 시선은 감내해야 하지만요. 한데 공업디자인의 문제는 그 과제가 50% 진척되어 있다면 그 50%가 알파 센타우리가 아닌, 현실 세계에 존재해야만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공업디자인의 과제는 참 힘들었어요. 애초에 작업량 자체가 엄청나게 많은데다가 반복적이기도 했고요. 


 흠.


 그런데 어느날 그 강사가 푸념을 했어요. 어떤 회사의 사장이고 그냥 학교에 강사로 오는 사람이었거든요. 대학교 후배라서, 아는 사이라서 그냥 정으로 뽑은 애들을 몇년씩 월급을 줘가며 가르쳐서 드디어 쓸만한 인재로 만들어놓으면 그들은 대기업으로 떠나 버린다고요. 뭐 크게 비난한 건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참 섭섭하고 서운하다는 말을 했죠. 그게 2006년이예요. 지금은 그 상황이 더 안좋아졌겠죠.



 6.공업디자인 수업에 대한 일화를 하나 더 말해 보죠. 교환학생으로 온 것 같은 일본인 학생이 있었어요. 다른 과였는데 그냥 공업디자인 수업을 신청했나봐요. 한데 한국어를 사실상 할 줄 몰라서 말도 안 통하고 따라서 준비물 전달에서 애로사항이 있었죠.


 하지만 괜찮았어요. 제가 있었으니까요. 일본어 수업은 한번도 안받아봤지만 슈퍼로봇대전을 플레이한 것 만으로 일본어 독해와 회화가 가능하게 된 제가요.


 저는 그 학생의 전문 통역사가 되어서 선생의 말이나 다른 아이들의 의사전달 같은 걸 대신해주게 됐어요.


 그러던 어느날...


 수업하다 말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분식을 좀 사다 먹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모두의 관심이 그 일본인-여기서는 와타베라고 하죠 약간 바꿔서-에게 쏠리는 순간이 왔어요. 다들 그에게 궁금한 걸 하나씩 물어봤어요. 여자친구는 있느냐 그 여자친구랑 결혼할 계획이냐 한국은 어떤가 뭐 이런 것들요. 지금이라면 돈 안 되는 수고를 귀찮아하겠죠. 아예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척 했을 거예요 지금의 저라면. 하지만 그때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게 기뻤어요. 열심히 통역했죠. 그러다가...강사가 질문할 순간이 왔는데 그의 질문은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어요.


 "와타베,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지?"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다른 누구도 아닌 저에게 쏠렸어요. 와타베 씨야 저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니 당황할 필요 없었고 다른 사람들은 통역하는 입장이니...제일 난감해야할 건 저였죠. 저는...흠...


 '자...나는 이 상황을, 이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어. 왜냐고? 난 여은성이니까. 반드시 이 상황을 수습해 보이겠어!'


 라고 마음먹고...일단 한 번 크게 웃었어요. 그리고 "크하하 선생님. 뭘 그런 걸 물어봐여 아 웃겨."라고 말해 봤어요. 강사는 웃음기가 싹 가진 얼굴로 말했어요.


 "통역해."


 어쩔 수 없이 "이봐...타나베 씨는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라고 생각해? 내가 궁금한 건 아니고 선생이 궁금해하고 있어."라고 물어봤어요. 타나베는 몇 초 동안 굳어있다가 "그건...어려운 문제로군요..."정도로 대답을 마쳤어요. 

 와타베의 반응을 우려했던 거 치곤 싱거웠어요. 와타베 씨가 기분을 상해한 건 얼마 뒤 WBC에서 일본이 떨어졌다고 여겨졌을 때였어요. 연신 '쿠야시, 쿠야시!'라고 외쳤죠. 한데...그만 멕시코가 미국을 이겨버려서...


 7.글을 마치려다가...위에 쓴, 모르는 척한다는 말에 관한 일화가 있어요. 가로수길에 놀러갔었는데 저 멀리서 한 외국인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계속 붙잡고 있는 거예요. 아마 길을 물어보는 것 같았어요. 그 외국인이 작은 점에서부터 아주 가까워질 때까지도 그 외국인은 대답해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리고...바로 제가 그의 곁을 지나는 순간 그가 제게도 뭔가를 물어보려 했고 그가 시도조차 못하도록 말해 줬어요.

 "유감이군 나는 영어를 할 줄 몰라."

 그러자 그가 그냥 가려는 제 어깨를 잡았어요. 왜냐면 그 말을 영어로 했거든요......그래서 "착각하지 마 내가 할 줄 아는 영어는 방금 전 했던 그 말 뿐이야."라고 말하려다가...그냥 모르는 척 하는 걸 포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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