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8.02 15:14

여은성 조회 수:2161


 1.상담사들은 늘 뻔한 소리를 하죠. 나아지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햇빛을 쬐고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소리요. 이 말은 상황에 따라 옳은 솔루션이긴 하지만 정작 그들은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알지 못하면서 2천년전부터 해오던 말을 누구에게나 그냥 주워섬기는 거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자신만의 지옥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지옥으로 가는 거라고 봐요. 모두가 공감하는 지옥이 자신만의 지옥보다 나은 곳이라면, 그곳은 상대적으로 행복한 곳인 거겠죠. 


 모두의 지옥이 자신만의 지옥보다 확실히 좋은 점 하나는 그곳에서는 내가 누군지 헷갈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자신만의 지옥에서는 내가 지옥의 왕인지, 주민인지, 아니면 파수꾼인지 알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모두의 지옥에서는 남들이 알아서 나를 정의해 주죠.


 휴.


 하하, 사람들이랑 만난다고 쓴건데...다시 보니 뭔가 부정적인 글 같네요. 어쨌든 상담사들의 저 말은 늘 옳은 소리는 아니예요. 적절한 사회적 가면과 두툼한 지갑...둘 중 한가지도 가지지 않고 모두의 지옥에 가 봐야, 그 지옥의 다른 죄수들이 마련해 놓은 또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2.휴...일요일이군요. 일요일에는 일요일이 끝나는 걸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어요. 이런 날은 옥상 창고에 가서 에이스나 에이브 시리즈를 꺼내 오고 싶어지죠. 예전에 메르헨도 있었는데 메르헨 시리즈를 계속 가지고 있을 걸 후회돼요. 메르헨에도 괜찮은 소설이 꽤 있었거든요.


 이제는 책을 펼치는 순간 책 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능력은 사라졌어요. 상자에 포장해 놓은 에이스나 에이브 책을 꺼낼 때 나는 몇십년묶은 종이 냄새가 아련한 느낌을 들게 해요. 이제는 존경할 사람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서 느낄 수 없는 기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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