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7 14:01
EBS에서 일요일 밤 11시에 한국영화 특선을 해주는데 일부러 찾아 보는 건 아니고
그냥 누워서 채널돌리다가 하고 있으면 봅니다.
다음 주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 하는데 짧은 예고편 영상의 장면들이 어딘가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몇 주 전에 <인정 사정 볼 것 없다>를 봤을 때도 든 생각인데 한 20년 전 영화를 보면 왜 이렇게 어색하고 촌스러운지.
이미 겪었던 시간을 오랜만에 대하게 돼 그런 듯 싶은데 아무튼 무척이나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훨씬 더 오래전 풍경들을 볼 때 덜 어색한 느낌이 들어요.
어제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볼 때가 그랬습니다.
내용이야 따분하기 짝이 없는데도 배우들의 연기와 의상, 배경만큼은
뭐 하나 놓칠 게 없을 정도로 정겹고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신호가 자전거 뒤에 혜영을 태우고 달리던 둑길이나 골목길,
혜영의 묵호 집 담벼락에 널려 있던 다시마인지 미역인지 커다란 해초들.
눈길을 끄는 시대적 배경은 아들 영신이 엄마를 찾아 가겠다고 헤매던,
조선총독부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던 시절의 세종로 풍경에서 극에 달했죠.
미국 대사관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
2015.09.07 15:16
2015.09.07 16:06
엇. 그러네요. 덕분에 어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 다시 돌려봤습니다.
패션이 한 바퀴 돌아서인지 배우들 복장도 80~90 시절 영화보다 덜 이질적으로 느껴져요.
2015.09.07 15:22
2015.09.07 16:10
저는 배우들 연기할 때 키득거리며 따라하면서 봤어요. 그것도 나름 재밌더라고요.
흥미로웠던 건 신호의 본처 캐릭터. 도입부의 현재 시점에선 전형적인 부잣집 마나님 캐릭터인데 회상씬에선
너무 억척스러운 시골 아낙네라 저 여자가 초반의 그 본처가 맞나 싶었습니다. 후반부엔 다시 기품있는 모습으로 등장.
막 쥐어짜내는 신파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담백했던 것도 의외였네요.
2015.09.07 16:19
어제 볼까 말까 하다가 안 봤는데 이 글을 읽으니 한 번 보고 싶어지네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유튜브에 이 영화를 올려놨더라고요.
https://youtu.be/g7Depp17w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