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경험

2015.09.17 21:44

올렉 조회 수:930

며칠 전에 있었던 묘한 경험입니다.


나이가 좀 많은 남자를 무리에서 알게 되었는데, 무리에서 나이가 어린 여자들이 남자에게 '말을 놓으시라'는 말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가 '원래 말을 잘 못놓는다' 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듣고 있는데

그러면서 뒤에 '자기는 군필자가 아무래도 대하기가 편하다' 는 말을 했어요. 

좀 뜬금없이 튀는 말처럼 느껴졌는데 그냥 말을 '놓고 안놓고' -> '편하고 안편하고'의 주제로 넘어가면서 꺼낸 말 같긴 하더군요. 


대충 하는 말은 '군필자는 아무래도 힘든 경험을 같이 공유한 느낌이 들어서, 자기가 실수를 해도 왠만하면 받아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라는 식이었어요. 

근데 저는 솔직히 어떤 말인지도 알겠고, 특정 경험을 공유한 듯한 대상에게 더 편하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한듯 한데, 

'군필자'가 아닌 것이 명백한 여자들과 대화하면서 그런 말을 한다는게 좀 신기하다고 해야하나..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공감한다' 고 하면서 '저도 그래서 여자들이 더 편하더라구요' 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건 제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저도 여자들만의 공감대나 정서 같은걸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고, 

아무래도 남자하고의 친분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말을 제 입밖으로 꺼내서 하는 순간 스스로 좀 불편한 기분이 들었어요. 

군필자가 편하다고 말한 그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 그렇죠' 하는데 뭔가 저 스스로 어색한 느낌...


돌이켜 보니 저는 그가 맥락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솔직하게" 말한 것에 뭔가 이상한 영향을 받아서, 

'나도 이정도까지 솔직해져도 되나?' 라고 시도를 해본것 같은데 스스로 '역시 아냐..' 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하는 상대가 남자인데 거기다 대고서 '아무래도 여자가 더 편하다' 라고 이야기하는건 좀 아닌것 같아요. 

하지만 먼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상대방이니.. 길게 자책하진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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