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10.17 19:17

여은성 조회 수:823


  1.가끔 다른사람에 대해 상상해봐요. 다른 건 알고 싶지 않고 오직 하나만이 궁금해서요.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자신을 사랑할까?" 하는 거요.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 다루듯 하지는 않는 거 같아서요.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걸린 놈들은 빼고요. 그들은 이 세상이 대접하는대로 대접받는 곳이라는 걸 모르죠.


 물론 늘 말하듯이 어떤 것에도 나쁜면은 있죠.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건 좋지만 너무 사랑하게 되면 24시간 스스로를 걱정하게 돼요. 나를 걱정한다는 건 곧 나를 해칠 수도 있을 어떤것들을 상상한다는 거죠. 그것들에 대해 너무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를 병들게 만들고요.


 적당한 조정을 거쳐 적절한 수준의 자기애를 맞춰가려는 중이예요. 그래서 피트니스도 가고 피트니스의 사우나도 가죠. 사우나에 가는 건 다른 사람들이 몸을 담근 욕조에 몸을 담그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그것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보호기제죠.



 2.얘기가 나온 김에 흠 오늘 주제는 피트니스 얘기를 해보죠. 사우나...그러니까 목욕탕 말고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혀놓는 그 격리된 방 말이죠. 피트니스 사우나에 가보니 두개의 방이 있었죠. 하나의 방에는 103도 정도라고 써있었어요. 또 하나의 방에는 53도 정도라고 써있던 거 같아요. 저는 인간은 100도 정도의 공기에서 충분히 오래 버티도록 설계되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103도짜리 방에 들어갔어요. 흠...그런데...이 방에선 얻을 수 있는 게 없을 거 같았어요. 잃을 것도 없을 거 같았어요. 이 정도 더위로는요. 여기서 의미있을 정도의 수분을 잃으려면 꽤나 오래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그냥 나왔어요. 그리고 속는 셈 치고 50 몇 도짜리 방에 들어가 봤어요. 


 예전에 말했듯이 창작물에서 본 대사를 리바이벌하곤 해요. 그 대사가 확실하게 의미와 생명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시간과 공간을 만났을 때 말이죠. 그리고 53도짜리 사우나에 들어간 순간 바로 알 수 있었어요. 프리즌브레이크 1시즌 1화에서 한 흑인 엑스트라가 했던, 그로부터 10년 동안 외칠 기회가 없어서 못 해본 그 대사를 해야 할 때란 걸 말이죠. 


 "젠장할! 여긴 계집 입 속보다 더 뜨겁군!"


 흠.


 그 사우나에는 몇 명 정도의 남자(하긴, 그야 남자겠죠)가 있었는데 저를 흘끗 보더니 별 반응 없이 다시 시선을 돌렸어요. 영어 발음이 문제였던 건지 억양이 문제였던 건지 아니면 그들의 토익 리스닝 성적이 낮았던 건지. 


 하여간...뭐랄까 가만히 있으면 그럭저럭 버틸 만했는데 움직일 때가 문제였어요.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열기가 증폭되기라도 한 듯이 피부가 아팠어요. 그렇다고 계속 있기도 힘들었고요.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나 하다가 짤막한 과학 상식을 떠올렸어요. 뜨거운 열은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거 말이죠. 이 사우나 안에도 과학 법칙이 적용되기를 바라며 자세를 낮춰 보니 과연, 조금이나마 덜 뜨거워졌어요. 그렇게 빠져나왔죠.


 나중에 그곳은 습식 사우나고 100도짜리 사우나는 건식 사우나란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건식 사우나는 습식이랑 비교도 안 되게 위쪽과 아래쪽 온도가 차이나더군요. 건식 사우나에선 누워서 자도 될 거 같았어요.



 3.피트니스에서 운동은 그리 열심히 안 해요. 늘 그렇듯이 모티베이션의 문제죠. 그냥 들른 김에 사이클을 돌리며 종편 토론을 보고 벤치프레스를 몇 번 들어올리고 하며 어슬렁거리는 거죠. 그리고 진동 벨트와 파워플레이트를 돌리고 피트니스를 나가는 순간까지도 여전히 신발은 꺾어신은 채 그대로죠. 어느날은 트레이너가 다가와 운동은 좀 할 만 하냐고 물었어요. '운동하는 강도가 너무 약한 거 같아서' 말을 걸었다고요. 마침 심심하기도 해서 트레이너와 이런 저런 노가리나 까게 됐어요.


 뭐 그랬죠. 아무래도 남자가 운동을 열심히 하려면 주위에 잘 보이고 싶은 여자가 있어야겠지 않냐고요. 트레이너도 맞는 말이라고 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팔이 떨어질 거 같아도 반드시 매 세트 15회를 채우고 무산소가 끝나면 최소한 30분 이상 유산소를 하고 돌아가서도 탄산이나 맛있는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고 물만...그것도 얼음물이 아니라 적당한 온도의 물만 3리터씩 마셔주는 걸 매일 해야 해요.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한다는 건 글쎄요...


 흠.


 그야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죠. 만나는 남자든 여자든 다 좋으니까 만나는거겠죠. 그들에게 가장 나은 버전의 나를 보여 주고 싶기도 하고요. 휴. 그러나 그렇게까지...하기 싫은 일은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안 하는 계획표대로 살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작년에 한 2주 정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게 해 보긴 했는데 그 때는 사이클을 할 때 내가 좀비월드에 들어왔다고 가정하고, 뒤에서 뛰어오는 좀비들을 피해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는 중이라는 설정으로 미칠듯이 사이클을 했었어요. 30분 동안 좀비들로부터 도망다니고 나면 땀을 많이 흘린 건지 비를 많이 맞은 건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죠.



 4.휴.



 5.글을 다 쓰니 시간이 딱 좋네요. 슬슬, 좋아하긴 하지만 잘 보이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야겠군요. 이렇게 쓰니까 좀 이상한지만...저는 정말로 그(들)를 좋아해요. 흠. 그리고 그(들)도 저를 좋아하죠. 아니면 뭐 저를 좋아하는 척을 아주 잘 하는 거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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