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을 형성하는 것, 내면이나 외면적 변화는 꽤 오랜시간동안 꾸준히 지속되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그랬던것 같습니다. 일정한 중심을 가지고 곧고 꿋꿋하게 살아온 타입이 아니고 주변에 항상 영향 받으며 이리저리 흔들리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그리고 제가 큰 사고 없이 살아간다고 가정하면, 근래의 평균 수명으로 계산해보았을 때 살아왔던 날보다 살게될 날들이 그래도 두 배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그 긴 시간동안 어떤 생각과 경험을 하고, 어떤 내면적 외면적 상태에 도달할지 아직도 참으로 미스테리어스 합니다.


물론 변화의 범위는 점점 좁아지거나 이미 좁아져 있겠죠. 그 좁은 범위안에서 나만이 집중하는, 찻잔 속의 태풍같은 변화가 제가 기대할 만한 것이겠죠. 


어렸을 때는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피상적이잖아요? 적어도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특히 경험이 다르고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나이가 들면 뭔가 세상 만사에 무뎌지고 감정적으로도 더 메마른다라는 식으로 생각해왔어요. 

그리고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인격적으로 정형화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특히 사람을 만나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인식하게 되는 것들의 레이어가 불과 10년 전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복합적으로 변했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감각되는 것이 더 무뎌졌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닌것 같아요. 

때로 제가 전과 비교도 못할 정도로 정말 찬란한 경험들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작은 것들에 극도로 예민해지기도 하고요. 

경험이 쌓이고 생각도 쌓이면서 무슨 도화선에 불붙듯이 작은 경험들 하나하나에(실생활이나 예술작품을 통해 주어지는) 

머릿 속에서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빠르게, 펑펑 불꽃놀이처럼 터져나갈 때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만, 또는 인생의 일정한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인간이 언어적인 존재라면 긴 시간동안 내면적 서사를 꿰어가면서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저는 달리 다른 큰 꿈이나 욕구가 있는 타입의 사람도 아니니

열심히 생존해 나가면서 지금 하는대로 생각만 계속 이어나가도 몇 십년 후에는 지금의 제가 생각하기 어려운 어떤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건 외부에서는 온전히 관찰하기 어렵겠지만, 어쨌든 저 혼자서는 무리없이 쭉 즐겨나갈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 훗날 다른 사람들은 그냥 저를 무뚜뚝하고 말수없는 노인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만으로도 무한히 환희에 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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