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3 21:38
-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에 대한 글을 썼을 때 넷플릭스는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되더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지난 주말 데어데블 시즌2를 몰아보고 나니 넷플릭스에 대한 이용 욕구도 생깁니다.
데어데블 시즌1은 거의 런칭됐을 때 봤는데 재미있었지만 두 번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너무 어둡기도 하고 - 제시카 존스는 더 어두운 느낌이라 재미있게 보다가 한 번 스톱하고는 더이상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
마블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저에게 여러 번 돌려볼 만한 요소가 있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시즌2를 보고나니 시즌1을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그만큼 좋았습니다.
시즌1의 피스크에 견줄 만한 악당이 없다는 아쉬움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피스크의 부재보다 저도 그 핸드라는 조직에는 별 감흥이;;)
퍼니셔의 등장으로 무엇이 선이고 정말 헬스키친에 필요한 건 무엇인가,
('자경단'의 존재와 역할에 있어서) 경계선과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등등의 고민이 시작됐다는 점이 좋았어요.
데어데블이 그러한 고민을 하는 과정은 좀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일단 변호사 사무실에 민폐를 끼치는 데다, 이랬다 저랬다 어쩌자는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옥상에서 퍼니셔와 둘이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데어데블의 얘기는 영 집중이 되지 않았고요.
그래도 죽이면 안 돼.가 전부라는 느낌;
퍼니셔는 별도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었다는데,
데어데블과 대치되는 느낌이 저는 좋았던지라 단독 드라마는 어떨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일렉트라의 등장은 조금 신선했습니다.
퍼니셔로 쭉 이야기를 끌고 갈거라고 예상했는데 갑자기 중간에 등장해서 새로운 플롯을 몰고가서요.
캐릭터 자체는 좀 전형적인 느낌이었지만 일렉트라를 연기하는 배우는 또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카렌은 시즌1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어요.
원래 마이웨이로 움직이면서 민폐 끼치는 캐릭터는 딱 질색인데,
아직까지는 대체로 선을 많이 넘지 않으면서 고집스럽게 자기 할 일을 하는 면도 좋고요.
그런데 좀 찾아보니 험난한 인생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짠하네요;
그 외에 그로토의 장례식에서 신부님이 하는 얘기가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어요.
2016.07.13 21:55
2016.07.14 08:16
저도 제시카 존스 시즌 1을 보다가 너무 어두워서 못보고 있습니다. 순서대로 봐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데어데빌 시즌 2도 시작 못하고 있고요. 제시카 존스를 보기가 왜 이리 힘든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겪는 트라우마를 연속으로 몇시간씩 보기 힘든것 같아요. 성폭력, 나아가서 타인에 의해 큰 불행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윤리적, 심정적으로는 공감을 하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일정 이상의 공감, 자기화는 안하고 있었던 것 같거든요. 세월호 비극은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지만, 당시 아이들의 공포와 부모님들의 고통을 아주 조금만 생각해도 눈물이 났었고, 팟캐스트를 듣다가 말미에 세월호 부모님들의 인터뷰가 나오면 울컥 해서 넘겨버리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시카 존스를 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공감과 동정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더 불편해 지는 것은, 저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마음의 벽이 침범당하는 느낌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으니 포겟몬 먼나라 이야기 같네요 해볼 엄두도 안나고.
뭐 그거 해서 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