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8 20:15
강우석 감독은 이 쪽 영화판에서는 여러모로 애증의 대상이 되는 분입니다.
일반관객분들이야 당연히 영화를 영화로 판단해야지 하는 절대적 관점으로 이 분의 영화를 보시겠지만
영화쪽 사람들은 여러모로 상대적 관점으로 이 분의 영화를 보게 되지요^^
저는 강우석 감독에 대한 '애' 가 상대적으로 강한 편인데요
아마도 감상적인 이유일 거라고 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추측하게 됩니다.
저는 80년대 초반부터 극장에서 영화를 본 세대입니다.
과거 썼던 글에서 몇 번 언급한 것처럼 그 당시의 한국영화는 정말 끔찍했죠
그러다가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구세력이 정말 '멸종' 해 버리는 상황이 옵니다.
하지만 구세력중에서 혼자 살아남은 사람이 하나 있으니......그 분이 바로 강우석 감독이죠
당연히 옛시절을 그리워해서 그분에 대한 감정이 좋은 건 아니구요^^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애틋함'에 가깝겠지요
아무리 끔찍했다고 해도.......제가 당시에 본 것들은 지금도 모두 제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그건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제 몸의 일부니까요
........각설하고 영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강우석 감독이 '이끼' 이후로 계속해서 변신을 시도하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이번 영화만큼 많이 변했던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실패가 될 게 분명해 보이지만.........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겠죠
처음 '김정호' 의 이야기를 영화로 한다고 했을 때 떠올렸던 이미지가 있었죠
제가 어렸을 때 대충 알고 있던 고생고생해서 수십년간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지도를 만들어 낸 한 남자가 그 고생의 결과물에 대해서 보상은 받지 못 할 망정
타국의 간첩혐의를 뒤집어 쓴 체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진다........라는
매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울컥해 하는 정서가 함축되어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하구요......
당연히 강우석 감독이 그 점에 착한해서 실미도처럼 '울컥' 하게 만들어서
다시 흥행감독으로 재기하고.........영화관계자들한테는 올드하다고 욕 좀 먹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막상 영화는 그런 정서를 너무 노골적으로 배재하려 하더군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죠
남자가 나이가 들면......눈물이 많아지고........감상적이 된다는 세간의 말처럼
마초감성의 대명사 강우석 감독도 생물학적으로 변했고
현재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과거에 알던 김정호라는 인물에 대한 평이 변한 것도 원인일 꺼구요
각색작업을 너무 대충한 것도 문제구요.......
하지만 그걸 다 떠나서
강우석 감독 이하 만드는 분들 모두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잡담
8.15 이후 50년이나 뒤에 일본문화개방이 이뤄졌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당시에 한참 언론에서 나왔던 말은
'역사적인 이유 &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라는 게 주를 이뤘는데요
이제 20년쯤 지나고 저도 나이 좀 들면서 다 이유가 있구나 라고 혼자 생각하게 됬습니다.
모두 다 '우리 민족의 주체성' 과 관련이 있는 거였죠
우리민족의 정서........고유하다고 생각했던 그것들이 거의 다........
사실은 남의 것이라는 걸 좀 더 숨길 필요가 있어서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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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의 흥행이 예상보다 아주 저조하더군요. 개인적으론 처음부터 강우석 영화라 안 볼 생각이었지만, 이 정도로 흥행 성적이 형편 없을 줄은 몰랐네요. 생각만큼 저처럼 강우석 감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사람들이 많았던 걸까요? 아니면 그것보다는 그냥 영화가 별로라서 그런걸까요...어쨌거나 차승원을 비롯한 배우들만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