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계조)

2016.12.10 09:13

여은성 조회 수:821


 

 1.하아...날이 밝아져 버렸네요. 돌아올 때 택시기사에게 주택가까지 들어가자고 하는 건 좀 미안한 일이예요. 비가 오거나 정말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역 앞에서 내려 걸어오죠. 걸어오면서 폐에 차가운 공기가 들어온 덕분에 내가 현실 세계에 있다는 걸 상기하게 됐어요. 



 2.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것과 아는 것이 완전 별개예요. '저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는 게 호감이라는 거겠죠. 그런 마음을 먹는 시점에선 아무래도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그런 마음을 먹는 기준은 외모와 분위기인 거고요.


 하지만 알면 알게 될수록 좋아하는 마음은 사라지는 거예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실망스러운 모습, 기대와 정반대의 모습이 보여서 관심이 식는 게 아니라 그냥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관심이 식는 거예요. 그 사람의 좋은 면을 봐도 관심이 식는 건 마찬가지예요. 흠...왜그럴까요.


 어쩌면 '저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와 '저 사람을 가지고 싶다.'를 헷갈리는 건지도 모르죠. 전자는 호기심의 감정일 뿐이니까요.


 

 3.그야 어떤 경우였든간에 외모는 트리거일 뿐이예요. 외모가 동력은 될 수 없는 거죠. 예전에 썼듯이 아무리 예뻐도 이미 본 예쁜 얼굴엔 놀라지 않으니까요. 외모는 베어그릴스가 가지고 다니는 파이어스타터 같은 거예요. 파이어스타터는 불을 붙이는 데 쓰일 뿐이고, 불이 타오르도록 만들려면 적절한 장작들이 필요한거죠.


 물론 파이어스타터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예요. 서바이벌 강자라고 칭송받는 베어그릴스가 왜 애초에 파이어스타터를 늘 가지고 다니겠어요? 불이란 게 쉽게 붙는 거였다면 부싯돌을 쓰거나 나무의 마찰열로 불을 붙이고 다니겠죠. 


 하지만 어쨌든 파이어스타터로 불을 유지할 순 없는 거니까요. 비하하려는 의미로 쓰는 게 아니라 '짚신도 짝이 있다'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그러지 않을 것 같던 사람들도...결국은 자신만의 모닥불을 밝히게 되니까요.



 4.휴.



 5.그런데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라는 말이 있죠. 심지어는 나무위키에도 등재되어 있어요. 


 사람들은 이건 창작물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하겠죠. 왜냐면 현실에서는 외모보다 중요한 게 많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요. 현실에 그만큼 충분히 특별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뿐이지 저 법칙은 현실에서도 유효하다고 여기고 있어요.


 제 글을 많이 읽어 온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눈치를 챘겠죠. '지금 Q얘기를 하려고 돗자리를 정성들여 까는 중이군. 다섯 문단에 걸쳐서.'라고요. 네, 정답이예요. 그야 Q가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드는 외모는 아니예요.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도 있는 것 같다지만 어쨌든 내게는요. 하지만 많은 걸 용서하게 만드는 외모이긴 하죠. 다른 누군가가 내 앞에서 Q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나는 그 사람의 점수를 99점 깎을거예요. 만약 1점이라도 감점이 있는 상태였다면 그대로 아웃인 점수죠. 

 

 하지만 Q가 내게 Q처럼 행동하면 Q를 아웃시키지 않기 위한 그럴듯한 설명을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거죠. 그리고 만들어내는거죠. 


 '아 그렇구나. 이 아이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문명과 관습에 완전히 침식당하지 않도록 야생성을 늘 일정 부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일부러 저러는 거야! 다 의도적으로 저러는 거지. 나쁜 아이라서 저러는 게 아니야.'


 ...라고요. 완전 헛소리지만 전에 썼듯이 중요한 건 허상이니까요. 실체보다 중요한 허상의 '실체화'를 진행시키는 거죠. 왜냐면 Q의 가게에 다시 가고 싶어졌거든요. 그래서 가도 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해요. 아주 드문 일이겠지만...외모가 충분하다면 트리거가 아닌 지속시키는 동력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는 건가봐요.



 6.'가게에 가고 싶으면 그냥 가면 되지 왜 이유를 만들어내는 수고를 하는 거지?'라고 한다면...Q의 가게가 교촌치킨은 아니니까요. 교촌치킨같은 호프집이었다면 그냥 갈 수 있겠지만 교촌치킨이 아닌 Q의 가게에 다시 간다면 내가 헛짓거리에 돈을 쓰는 중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납득은 시켜야 하거든요. 아니면 잘 속이기라도 해야 하고요. 


 하긴, Q의 가게가 치킨집이 아닌 건 다행이긴 해요. 치킨집은 치킨을 먹으러 가는 곳이지 사장을 보러 가는 곳은 아니니까요. Q가 치킨집사장이었다면 체크카드를 긁을 때 한 5초정도 얘기할 수 있겠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누군가와 5초 얘기하는 건 나를 재수없게 보이도록 만들 뿐이거든요. 다른 사람들과 말을 붙일 땐 괜찮은데 내가 호감있는 상대와 말할 땐 이상하게도...처음 5초는 거의 그래요. 강한 인상을 남기려다가 그렇게 되는 걸까 싶어요.


 Q와 3시간 이야기한다고 치면 남은 2시간 59분 55초동안 그 첫 5초를 설명하는 데 써요. 처음 5초동안 했던,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 나쁜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는 걸 설명하는 데 2시간 59분 55초가 쓰이는거죠. 뭐...애초에 그런 설명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낫지 않냐고 하겠지만 설명할 일을 만드는 건 사실 다들 저지르는 일이예요. Q는 위에 쓴 것처럼 스스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뿐이죠.



 7.다시 나가야겠어요. 혼자 자려니까 왠지 무서워져서요. 수영장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헤엄치는 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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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냥 한번 써봐요. 등록하려다 다시 읽어보니 최소한의 고찰도 없이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읽혀서요. 


 위에 쓴 외모는 생김새라기보다 표정을 말하는 거예요. 타고난 생김새는 아무리 좋아도 조각품일 뿐이거든요. 외모라는 것은,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어떤 표정을 짓는 순간에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닌 블렌딩된 표정 말이죠. 기쁨의 표정인지, 슬픔의 표정인지, 고단함의 표정인지 알 수 없는 동시성을 발현시키는 표정을 처음부터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지을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런 사람은 구질구질하게 말 따위로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요.


 천 마디의 언설로 자신을 포장해 봐야 나는 말은 잘 믿지 않거든요. 의심이 많아서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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