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늘 하던 얘기이긴하지만.



* 박근혜가 탄핵 당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승리, 차근차근 발전해가는 한국 민주주의, 시민의 승리. 뭐 이런 말들이 돌아다니더군요.


다 좋습니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어디까지 맞는 말일까. 박근혜가 퇴출당했으면 사회가 진보한 것일까. 박근혜가 그대로였으면 사회가 썩은것일까.

후자는 맞을지 모르지만 전자는 미심쩍습니다. 진보까진 아니라해도 '야권'이었던 김대중-노무현에 이어 등장한 것이 이명박-박근혜입니다.

더군다나 박근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입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군부독재시절의 망령이고, 그 시대의 이미지를 계승한 존재이지요.

박근혜에게 그걸 빼면 남는게 없습니다. 개인이 정치인시절 했던 일들? 뭘했는지 모르지만 설령 뭘했다해도 그걸보고 뽑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인터넷 게시판엔 정책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그런게 당선에 반영됐다...라는 얘길 하시는 분들이 종종보이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얼마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미지의 대결일뿐.


어쨌든, 그런 사람이 선거에서 선출되었습니다. 군부독재의 망령이 뽑혔고, 이는 시사하는바가 대단히 크다고 봅니다.

결국 현재의 한국사회는 군부독재시절의 이데올로기를 간직하고있다는 얘기에요.

그것이 경제 성장에 대한 이야기건, 복지에 대한 이야기건, 인권에 대한 이야기건, 어느측면에서건 말입니다. 

문재인이 아주 아슬아슬한 %차이로 패배했으니 그를 뽑은 절반의 사람들은 군부독재 망령과 거리가 멀까요?

설마요. 우린 같은 곳에서 자랐고 교육받았습니다. 심지어 이글을 쓰는 메피스토도요. 

어떤 형태건 박근혜를 선택한 이데올로기는 좋건 싫건 우리에게도 녹아있을겁니다.


뭐 잡설이 길었군요.

작금의 여혐현상, 혹은 집단적인 넷상의 움직임을 보면 결국 이정도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미리말씀드리지만 메피스토는 넷상의 움직임을 평균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지요.

항상 '나는 진보포지션이다'라는 사람들로 가득찬 넷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사회평균이라고 보거든요. 박근혜를 당선시킨 토양말입니다.


착취합리화, 결과지상주의, '선견지명을 가진 리더'에 대한 찬양과 열광같은, 참으로 쌍팔년도 한국적인 요소들이 뒤범벅된 황박사건은 쌍팔년도가 아닌 2000년 이후에 벌어진 일이지요.

우리가 '진보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들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것들인지, 간단히 부정되는 것들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해요. 그 연장선상에 작금의 여혐논란들이 있고요.

넷상에서 기존 네티즌들이 그렇게나 혐오하던 일베에서나 추천받을법한 글들, 혹은 일베에서나 볼법한 논리가 공감을 얻잖아요.

결국 사람들이 일베를 비난하고 금기시했던건 일베의 기저에 깔린 이데올로기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지나친 자극'때문이었다는거죠.

그러니 '지나친 자극'이 빠진 자신들의 여혐에 성평등이라는 레테르를 붙이는거겠고요.


지나친 자극만 없다면, 언제든 외국인도 혐오할 수 있고 여성도 혐오할 수 있다는 얘기에요.

진보적 가치들이 보호하고 개선시키려는 대상들에게서 '자극적인 사건'만 나온다면 사람들은 그꺼이 그 대상을 '일베'라고 취급할겁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 뭐 이 글을 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평범하게 학교다니고, 평범하게 친구들 만나고, 평범하게 회사다니고. 이 사회에 내제된 수구의 망령이 제 뇌내 어딘가에 붙어있겠지요.

결국 필요한건 그 망령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검열일겁니다(이거봐 이거봐 단어선택부터 벌써).


p.s : 글이 김빠진 사이다가 되는건 내일 출근과 제 피로감 때문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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