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밝히자면 전 두산 베어스의 팬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구팬이 그렇듯 시즌 중 하루에 4경기가 벌어지는 각각의 경기를 다 꼼꼼히 체크하죠.

특히 각 스포츠 케이블의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가 활성화 된 이후에는 일부러 결과 안 듣고 그 프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두산 경기야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경기들 역시 어느 하나도 재미없는 게임이 없는 게 두 팀 중 상대적으로 좋아하는 팀.. 싫어하는 팀은 매 매치업마다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상대적으로 좋아하는 팀과 싫어하는 팀은 매 시즌 두산의 순위와 그 팀의 전력,순위와 연관있습니다.

한화가 지난 2년간 저의 세컨팀이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원래 그들의 선굵은 야구와 뭔가 투박해 보이는 선수들.. 그리고 두산에서 방출, 트레이드 된 정원석, 이대수의 존재..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꼴찌이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 야구팬들도 그럴 거에요. 약자를 응원하는 건 인지상정인 일이라.. 더군다나 제 퍼스트팀에게 영향도 별로 안 미치고.. (만약 두산이 같이 꼴찌 경쟁을 하고 있다면 한화를 응원하기 힘들었겠죠.)

엘지 역시 지역 라이벌로서 언제나 경계하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안 좋은 성적에 이제 챙겨보며 응원까지 하게 됐구요. 아마 엘지가 치고 올라온다면 당연히 그 옛날처럼 그 팀이 싫어지겠죠.

모든 팀들이 마찬가지입니다.

전 sk는 신생팀으로서 열심히 하는 게 예뻐 보여서 응원했었지만 지금은 어느 팀보다 얄미워 죽겠고..

기아는 그 옛날 해태 시절엔 그렇게 싫다가 몇 년 헤매고 다닐 땐 최희섭, 서재응 응원하면서 '잘 좀 하지..;란 마음으로 챙겨 보다가 작년에 우승하고 다시 경계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원래 그닥 좋아하진 않다가 요근래 몇 년 리빌딩 기간 동안 살짝 응원 좀 하다가 이번 시즌 기점으로 다시 싫어졌고..

롯데는.. 프로야구 활성화의 대의를 위해 응원하는 정도..?

모든 팀을 언급했는데 딱 한 팀 남았죠. 바로 넥센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팀 얘기를 하려고 앞에 이렇게 길게 얘기했던 거구요.

 

이 넥센이란 팀은 한국 프로야구 판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비록 그들의 강성팬은 별로 없지만 그 팀을 싫어하는 팬들 역시 없다는 겁니다. 바로 안티 없는 팀이죠.

팬들이 넥센을 욕할 땐 넥센을 욕하는 게 아니라 이장석 구단주를 욕하는 겁니다.

야구팬들이 넥센을 바라 보는 심정은 '환경만 좋으면 전교 1등 할 수도 있는데 못난 아버지 만나서 고생하는 같은 반 급우를 보는 심정' 정도?

위에도 얘기했지만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영원한 동지가 없는 야구판에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넥센 만큼은 응원합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도저히 그들이 지길 바랄 수가 없어요. 심지어 두산이랑 붙을 때도 우리 팀이 여유 있을 땐 넥센을 응원할 때도 있습니다.

그건 한화랑의 경우랑도 달라요. 순위랑도 상관 없단 말이죠. 

두산이랑 순위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하더래도 넥센만큼은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들이 못난 구단주와 열악한 환경, 그다지 많지 않은 팬.. 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승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넥센의 팬들은 모든 야구팬들이 그들의 팀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좋아할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건 엘지 팬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두산 팬인 제가 엘지가 이겨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그만큼 그들이 이제는 라이벌로도 안 보인다는 거니까요.

다른 팀 팬들이 자신의 응원팀이 지길 원한다는 건.. 그만큼 응원팀이 두렵다는 얘기일 겁니다.

그렇기에 제가 앞에서 '나는 이 팀은 싫어'라고 앞에서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겁니다. 그건 그들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얘길 들은 해당팀의 팬들은 뿌듯해 할 거에요.

 

하지만 넥센만큼은 그런 냉혹한 승부의 세계의 룰이 판치는 야구팬들에게서 조차 그 사각지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넥센팬들은 타팀팬들의 동정어린 응원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빵빵한 지원.. 팀을 사랑하는 구단주..를 만나서 자신의 팀 역시 모든이들이 두려워하는 공공의 적이 되길 바랄 겁니다.

어느 누구도 싫어하지 않지만.. 그래서 슬픈 넥센 히어로즈..

비록 넥센팬들은 노땡큐겠지만 전 순위에 상관 없이 (그들이 1등을 달리고 있어도) 당분간 그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들의 프런트를 부러워 하게 되는 순간...

전 넥센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넥센팬들의 바램일 것입니다.

빨리 그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  착한 마음 따윈 필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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