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자리)

2017.06.27 18:50

여은성 조회 수:737


 #.굿와이프에서 알리샤 플로릭이 콜린 스위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어요. 당신에겐 레스토랑의 제일 좋은 자리에서 식사하는 게 그토록 중요하냐고요. 콜린 스위니는 '물론이죠.'라고 대답하고요.


 알리샤 플로릭은 콜린 스위니 같은 놈들을 이해할 수 없었을 거예요. 나름대로의 커리어와 한 가정을 책임져왔다는 자부심...뭐 그런 것들이 내면에서부터 그녀를 지탱해주고 있을 테니까요. 꼿꼿이 설 수 있도록요.


 그러나 그런 것들이 없는...풍선처럼 떠도는 남자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뭐가 있겠어요? 뻔한 것들이예요. 내가 먼저 인사하지 않아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내게 먼저 인사하는 것, 레스토랑의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아서 거들먹거리는 것...기껏해야 그런 것들이죠.


 

 -------------------------------------



 1.전에 썼듯이 요즘엔 캬바쿠라에도 밀폐된 룸이 다 구비되어 있어요. 처음 가는 바에 갔는데 룸이 없으면 그냥 나가요. 그건 시설투자를 제대로 안 했다는 뜻이니까요. 시설에 투자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인적자원이나 다른 요소들에도 투자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겠죠.


 그리고 또 하나...모든 룸이 균일하게 똑같은 크기로만 있는 곳에도 잘 안 가요. 여러 개의 룸 중 하나의 룸만큼은 다른 룸보다는 넓어야 해요. 모든 룸이 똑같은 크기라면 '제일 좋은 룸'이란 게 없는 거니까요. 위에 쓴 레스토랑의 '제일 좋은 자리'처럼요. 


 '대체 얼마나 사람을 끌고 다니길래 제일 큰 룸을 원하는 거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혼자죠. 나는 친구가 없으니까요.



 2.처음에는 나도 플로릭 같았어요. 혼자 오면서 꼭 제일 좋은 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설령 vip룸이 비어 있어도 내가 들어가겠다고 하면 '당신 한 사람 때문에 큰 룸을 정리하고 셋팅하고 신경쓰는 것도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거야. 혼자 왔으니 적당한 자리에서 마시면 안 될까.'같은 대답이 돌아오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는 것도 좀 아니겠다 싶어서 수락했어요. 


 지금 되새겨보면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해야 했어요. '아 그래? 그럼 대신에 돈도 적당한 자리에서 마시는 만큼만 쓰도록 할께.'라고요. 


 그 시절에는 가장 큰 룸을 예약해도 갑자기 어딘가의 회사에서 단체예약이 들어왔다거나 하면 양보해 주곤 했어요. 심지어는 그곳에서 마시고 있던 중에도 갑작스럽게 단체고객이 온다고 하면 비켜 주기도 했고요. 나는 착한 사람이니까요. 



 3.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달라졌어요. 가장 좋은 자리에서 놀 수 있는 자격이 있는데 그러지 않고 양보해봤자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거든요. 애초에 처음부터, 가장 좋은 룸은 당연히 내 것이었어야 하는 거예요. 그야 이런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건 아니예요. 사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 가게에 안 가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모든 가게에 선언했어요. 이제부터는 이 가게에 오면 제일 좋은 곳을 차지해야 하니, 그게 마음에 안 들면 호객문자를 하지 말라고요.



 4.휴.



 5.물론 룸 안에는 화장실이 있어요. 하지만 화장실을 갈 때는 반드시 밖에 나가서 룸 구역-부스 구역-테이블 구역을 빙 돌아서 공용 화장실에 가곤 했어요. 왜냐면 제기랄! 콜린 스위니가 가는 레스토랑의 좋은 자리는 남들의 눈에 띄잖아요.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제일 좋은 자리를 누가 차지했는지 쉽게 알려줄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룸은 안에 처박혀만 있으면 남들의 눈에 띌 수가 없단 말이죠. 내가 혼자서 20인짜리 룸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다른 고객들이 알게 만들려면 한번씩은 룸에서 나와줘야 하는 거예요. 


 거들먹거리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인거죠. 쳇.



 6.'그런데 대체 왜 제일 큰 룸을 차지해야 하는 거지?'라고 물을 수도 있겠죠.


 그야 내가 위에 썼듯이 콜린 스위니 같은, 풍선같은 놈이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풍선 타입의 남자 녀석들은 빵빵해져 있든, 쭈그러져 있든 풍선인거죠. 그리고 쭈그러져 있는 걸 좋아하는 풍선은 없죠. 당신이 풍선이라면, 가능한한 안에 공기를 많이 채워서 빵빵해져 있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걸 좋아할 테니까요. 허영이라는 공기를 많이 주입하면 주입할수록 더 커 보일 거고요. 실제로 커지는 건 아니고, 부풀린 모습일 뿐이지만요.


 음...하지만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어요.


  

 7.왜냐하면 내가 알게 된 건 이거거든요. 남들을 번거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냥 번거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 번거로움을 면제해 줘도 사람들은 전혀 고마워하지 않거든요. 


 사람들은 매우 이상해요. 나로 인한 번거로움을 기어코 겪도록 만들어야 나를 존중해줘요. 나로 인해 겪어야 할 번거로움을 없애 주면 고마워하긴 커녕 얕잡아보는 걸 너무 많이 겪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힘들고 번거롭게 만들 수밖에 없어요.


 ...왜 사람들은 나를 나쁜 쪽으로 바꿔놓으려고 그렇게 열심인 걸까요? 사람들은 24시간, 매순간마다 주의를 주려는 것 같아요. 당신이 나를 쥐어짜낼 수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으면 나는 당신을 우습게 여길 거라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52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06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744
126136 게시판 이제 되네요. [10] poem II 2012.06.26 17353
126135 나이별 경기도지사 지지율 [1] 그림니르 2010.06.02 12795
126134 경기도민, 오늘 투표하고 왔어요.. [2] 화기치상 2010.06.02 10433
126133 방송3사 출구조사는 감격, YTN 출구조사는 불안 [2] Carb 2010.06.02 10111
126132 경남 도지사 초박빙 alan 2010.06.02 9319
126131 [불판]개표방송 [13] 20100602 2010.06.02 9165
126130 구로구, '오세훈' 기표된 투표용지 배부...-_- [7] look 2010.06.02 10810
126129 근데 왜 비회원도 글 쓰게 하셨죠? [2] 비회원 2010.06.02 9475
126128 결코 인간편이 아닌 스티브 잡스,.. [7] 자연의아이들 2010.06.02 10653
126127 파이어폭스로 잘 되네요 [4] anth 2010.06.02 7379
126126 유시민이 이기는 이유.jpg [7] 그림니르 2010.06.02 12562
126125 개표방송 보는데 떨려요. digool 2010.06.02 6478
126124 [서울]한명숙 1% [22] 스위트피 2010.06.02 9578
126123 절호의 찬스! [1] 얏호 2010.06.02 5982
126122 옛날 종교재판이 판치던 시대 과학자들의 심정을 [1] troispoint 2010.06.02 6688
126121 노회찬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 [8] 그림니르 2010.06.02 8844
126120 현재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은 어떻게 되나요.. [1] 장외인간 2010.06.02 5815
126119 잘가라_전의경.jpg [5] 댓글돌이 2010.06.02 9025
126118 계란 요리 드실 때, 알끈도 드시나요?? [14] 한여름밤의 동화 2010.06.02 8703
126117 좀 의아스러운게.. [5] 장외인간 2010.06.02 70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