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영어로도 다시 읽어야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읽을 엄두가 나지 않네요.

몇 년이 더 지나고 나니 더 읽을 수가 없습니다. 집에 원서 1984도 있고 오디오북도 있는데 둘 다 손댈 용기가 나지 않아요. 


고문 장면이 나오는 영화도 볼 수가 없습니다. 동물실험에 대한 영상도 스킵하게 됩니다. 

정말 한심하게도 아직까지도 세월호에 대한 소상한 글을 읽을 용기가 안 납니다. 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러면서 세월호 추모 집회에는 꼬박꼬박 나가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한데- 그래도 힘들어요. 악마같은 박ㄹ혜가 집권하고 있을 땐 더 힘들었는데 그래도 요새는 볼 용기가 약간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댓글로 '그래도 이런이런 이유가 있으니 봐야지!'하고 꾸짖어주시면 그 말에 설득되고 싶기도 합니다. 


가장 힘든 건 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에 대한 기사입니다. 제목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라서 자세한 내용은 아예 피하게 됩니다. 그런데 피해자 가족들은 가해자들의 감형을 두려워하고 있더군요. 여기에 지지의 말을 보태고 싶지만, 내용도 모른 채 보탤 수도 없잖아요. 


뇌과학으로는 설명이 가능해요. 십대 때 아무렇지도 않게 봤던 잔인한 장면들이 성인기 때는 더 힘든 이유는, 그게 더 실감나서라죠. 어릴 때는 동화에서 '목을 쳤습니다' '잡아먹었습니다'라고 하면 그냥 깔깔깔 웃을 수 있지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갖고 있는 심상이 많아지고 공감 능력이 발달하다보면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감정 이입할 수 있게 되어 감정적으로 더 많이 흔들리게 됩니다. MRI를 찍으면서 <바퀴벌레를 씹어먹는다>같은 내용을 보여주면, 십대들의 뇌는 그냥 텍스트를 해석하는 부분만 활성화되는데 어른들의 뇌는 역겨움과 감정을 느끼는 부분도 활성화된다고 하더군요. 


다른 어른들은 공감 능력과 상상력이 발달하면서 담대함도 같이 발달할 것 같은데 저는 너무 소심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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