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자고 싶을 때

2017.10.28 01:00

Bigcat 조회 수:949

File:Henri de Toulouse-Lautrec 062.jpg

침대에서, 앙리 툴루즈 로트렉, 카드보드에 유채, 1893년, 오르세 미술관 소장






환절기라 몸살이 심하네요. 할 일은 많은데....이런 그림 보면 마냥 푸근하게 느껴집니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제가 누리는 일상의 작은 복 하나를 무척이나 감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건 뭐냐면…피곤하거나 몸살이 났을 때 맘껏 잘 수 있다는 겁니다. 워낙 저질 체력을 가진 저로서는 피곤하고 힘들 때 마다 잠자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는데 이럴 때 이렇게 맘껏 잘 수 있다는 건 제가 가진 작은 일상의 행복 중 하나죠.



최근에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어도, 그리고 글만 써도 엄청난 체력 소모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식 노동자'라는 말이 나온게 실감이 납니다. 사실 인문학 글쓰기나 강연이 정말 돈이 안된다는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닌데(물론 인기 작가나 강사들 빼구요…) 먹고 살기 위해 이렇게 아둥바둥 강연 준비를 하고 글을 쓰고 할 때 새삼 생계 수단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실감하게 됩니다. 뭐 예전에 직장 다닐 때랑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하는 것만 생각하면요.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렇게 잠자는 시간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것 정도? 그래도 예전에 출퇴근 시간 꼬박 지켜가면서 일하던 때 생각하면 뭔가 엄청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Henri de Toulouse Lautrec´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침대에서 키스 부분, 앙리 툴루즈 로트렉, 1892년, 마분지에 유채, 개인소장





이 두 사람은 화가 로트렉이 자주 다니던 클럽의 댄서들인데 로트렉과 친분이 있어서 이렇게 모델이 되었습니다. 로트렉과 같은 사조의 인상주의 화가들은 삶의 독특한 풍경 혹은 진솔한 생의 모습을 담기 위해 이렇게 전문 모델이 아닌 주변 사람들을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덕분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나 사진 속의 풍경같은 구도의 작품들이 많이 그려졌죠. 




 




관련 이미지


이 두 사람이 실제로 동성애자이고 실제 커플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그렇다면 로트렉을 위해 실제 연인들이 일종의 연출을 해 준 셈인데…평소 로트렉이 이들에게 정말 좋은 인상을 주었거나 아니면 나름 인간적인 신뢰가 깊었던듯 합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게 보입니다. 시대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이런 그림들은 대중에 공개할 성격의 작품은 못되고 로트렉 혼자서 간직할 작품들인데 분위기가 아주 정감있고 따뜻해 보여서 말입니다.




















드가 역시 자기가 맘대로 드나들던 클럽과 술집의 여급과 댄서들을 소재로 그림을 많이 그렸었는데 - 결코 대중에게 선 보일건 아니었고 - 자기 혼자 보고 간직하려고 그린 그림들이었는데, 유가족들이 식겁할 그림들이 정말 많았죠. 영감탱이가 어찌나 심술궂은지, 거기 여자들을 진짜 성질 사나운 마귀 할멈들처럼 그려놨…그런데 더 깨는건 그 여자들이 옷도 제대로 안 입고 있…다음 무대 나가려고 옷 갈아입는 모습들을 주로 그림…대체 뭔 생각으로 그린 건지…-_-; 




드가와 비교했을 때 이 그림에서만큼은 어떤 정감이 느껴집니다. 그런 한 편으로는 이 커플이 언듯 봐서는 마치 남자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그림 처음 봤을 때는 소년들을 그린 그림인 줄 알았죠.(지인들도 다 남자인 줄 알았다고…) 



아무래도 그런 모호함이 이 그림의 매력인듯 합니다.



File:Lautrec the kiss 1892.jpg

키스, 앙리 툴루즈 로트렉, 마분지에 유화, 1892년,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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