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호 후기는 좀 더 조심해서 써야지 싶어 단어를 좀 고르고 생각해봐야지, 생각했으나, 

더 잘 정제하는 노력에는 아직 정성과 능력이 미치지 않네요. 


시놉에서 파란 피라든가, 비밀스러운 상대를 관찰한다든가, 하는 부분들이 좀 당혹스러웠으나,

'문근영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라는 말에 내심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었습니다.

부국제 개막작이라는 것도 뭔가 실패하지 않을 거란 인증을 받은 느낌이었고요.


결론은 실망과 당혹이지만요.


영화가 시작되고,

이거..내 기대와는 좀 다르네..라는 걸 깨닫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성기고, 성기고 성긴 면이 계속해서 드러나서 나중엔 기대도 안 하게 되었어요.


전 이 영화의 이야기, 캐릭터 설정, 배우 연기에 실망입니다.

오로지 감독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열심히 동원되고 있을 뿐, 자체의 의미가 없어요.


이야기를 어쩜 이렇게 나이브하게 주조했는지 당황스럽습니다. 왜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가 없어요.

얘는 나쁜 애로 설정되어있으니까 나쁜 행동을 마구 한다! 뭐 이런 식인데,

행동의 개연성과 필연성을 그저 캐릭터 설정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이 사람은 글이 안 써지는 소설가니까 -> 누군가에게 확!!!! 꽂힐 수 있다,

이 사람은 배신의 상처가 크니까 ->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지, 암,

그런데요, 감독은 필요한 게 다 들어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관객에게는 그럴 수 있게 설득을 해야죠. 플롯을 괜히 섬세하게 짭니까. 저걸로 충분하면 다이제스트 요약본 줄거리를 만들지 왜 2시간가량 늘어놓는 이야기를 만들어요.


여러 면에서 어이없어서 몇 번인가 피식피식했는데,

영화 중반엔가, 굉장히 확 튀는, 공들여서 꼭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 이 영화의 모든 상징과 주인공의 마음을 영화적 환상으로 형상화하여 은유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은 장면에서, 마지막 기대를 다 내려놨습니다.

이 장면 하나를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도 한 번 만들어보고 캐스팅도 하고 배우도 고생시키고 한 건지. 보여주고 싶었던 이미지 몇 장이 있었으면 화보집을 만드는 게 더 좋았을 텐데요.


행동의 개연성을 인물 설정으로 다 밀어 넣었다고 얘기했는데,

가장 불만스러운 건 (이건 영화 초반에 나오니 스포는 아니겠죠) 굳이 문근영 배우 캐릭터가 장애가 있어야 했나? 예요.

이런 긴 불호 후기를 적는 건, 좋을 수 있었을 부분들에 왜 노력을 더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거예요. (혹은 고나리질이란 것도 인정)

그녀가 세상에서 겪는 일들과 바라는 바, 상대 배역이 겪는 일들과 그로 인한 몸의 상태, 그리고 바라는 바, 그리고 장소, 이런 것들이 상징과 은유로 잘 직조되었으면 단순하고 예쁜 동화가 만들어졌을 것도 같아 아쉬웠거든요.

주인공에게 그 정도의 장애를 부여했으면, '그로 인해 박탈감을 수없이 많이 겪어왔고 상처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사랑해준 단 한 사람' 정도로 쓰고 버리지 말았어야죠. 심지어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 '나무'에 대해서 영화 내에서 그 의미가 모순되기도 하고요.


문근영 배우는 정말 열심히 연기하는 게 보여요.

하지만 감독이 원하는 이미지에 지나치게 갇혀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이 그녀를 아끼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들로 한정해서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뭐 그것까지도 괜찮아요. 감독이 배우의 전작에서의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하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라 거기서의 앵글도, 모션까지 따오는 건 정말 아니죠. 후반부의 어떤 장면은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명장면과 존똑. 


이게 문근영 배우의 인생캐라면 그건 그녀에게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은 없다고 단정 짓는 말이에요. 전 그녀가, 지금까지 소비되어온 캐릭터보다 훨씬 더 좋은 연기를 해낼 수 있는 배우라고 아직 믿고 바라고 있습니다.


김태훈 배우에 대해선, 감독이 이 인물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여전히 아리송해요.

이 인물을 감독이 애정하고는 있는지도 모르겠고.

안쓰럽긴 하지만 보고 있으면 짜증도 나고, 변태적이기도 한 것 같은데 순수한 마음도 있고 그런 인물로 둔 걸까요. (힘들어하는 감독 자신을 투영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여러 번 들었네요.)

뭐 캐릭터 설정에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 것 같으니 다음 얘기로 넘어가자면

김태훈 배우 연기는 여러 번 당혹감을 주네요. 역시나 본인은 애쓰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감독이 원하는 건 여기서 몇 번을 찡그려달라, 같은 주문 같아서 어색하기 그지없네요.


주변 인물들 역시, 그저 클리셰뿐으로 역시나 소모되었고요.



영화 초반 크레딧에 미술 스탭이 떴을 때, 아 이 미술감독은 참 신났겠다, '유리정원'이라니! 얼마나 미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다 보고 나니 오히려 창피할 것 같아요. 예산이 부족했던 걸까요. 꽤나 중요한 어떤 장면은 '아니, 저건 개콘 벌칙 분장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제 개막작 선정이라는 게,

영화제 홍보에 도움만 된다면 작품 자체가 어떤지는 별 상관없나 봐요.



* 뚜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이 영화가 장애 및 여성 캐릭터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감독의 전작인 <마돈나>에서도 당혹스러웠던 느낌이 있었던 것 같네요. 뭔가를 지적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편견과 고정관념을 그 근거와 도구로 삼는..



http://v.entertain.media.daum.net/v/20171031170257593?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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