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의 인상이 굉장히 기분 잡칩니다. 아니 옥신각신 와중에 하반신 부딪긴다고 찌릿찌릿 하는건 너무 쌍팔년도 화장실 유머 아닙니까. 지저분하잖아요.
거기서 삔또가 확 틀어져서 그냥 나올까 하다가, 지금 자리를 뜨면 영화를 본 시간보다 영화 앞에 광고 본 시간이 더 길겠다 싶어서, 좀만 더 참고 보자 했습니다.
근데 뒤는 재밌었네요.

이 영화의 모든 중심 인물들이 불륜을 합니다. 적당히 시간 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그 사실을 관객한테 던져주는데, 서로에게 면피를 주기 위한 간편한 설정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누가 쌍x이네 누가 개x이네 소리를 방지하려는 거죠.
물론 관객 누군가는 이들의 불륜의 경중과 선후관계와 책임 소재를 따지며 쌍x과 개x을 찾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요. 의도한 재미는 아닐것 같긴 합니다.

이상적 불륜관계 시뮬레이션 같아요. 말그대로 “이상적”입니다.
자식없는 부부관계, 경제적 여유(말로는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그려지진 않으니), 불륜상대에게 돈 퍼다붓는 일도 없고, 안에서는 결혼 상대에게 나름대로 충실합니다. 불륜상대도 매너가 좋아요. 일상을 파괴하는 양아치는 딱 한번 나옵니다. 코미디답게 혹은 그 이상으로 간편하게 해결되구요.
자유연애주의자 몇명 모아서 맘맞는 사람끼리 혼인신고시키고 또 그 안에서 맘맞는 사람끼리 불륜 짝지를 맺어줘도 이렇게 깔끔하진 않을것 같아요. 이상적 불륜 입자를 가정하고 그 운동을 사고실험하는 느낌.

이엘 배우의 힘이 아주 큽니다. 불륜의 여신이에요. 가디스 오브 치팅. 불륜을 잘하는게 아니라 아름답게 합니다. 이태리 주방장의 반대 극단에 서서 사랑과 전쟁 OVA를 바람 바람 바람으로 만듭니다. 대사빨이 좋아서 계속 편들고 싶어져요.
이 외에도 배우들이 대화를 핑퐁핑퐁 주고받는게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이 재미가 좋아서 괜찮게 봤습니다.


이 영화가 마냥 자유연애주의적 불륜 유토피아라면 마지막 주인공 4인방의 식사가 그렇게 표현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불륜에 대한 가치판단은 제쳐두고 일단 얘네는 이렇게 충돌하고 상호작용한다는 그 시뮬레이션의 최종결과를 보여주듯 덤덤하고 불편하고 어색합니다.

신하균의 애가 신하균의 애가 맞을지 계속 신경이 쓰이는 사람들은 영화가 별로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상사 ost는... 럭키에 나왔던
폭풍처럼~ 나타타는~ 그 사나이~
이 노래랑 비슷한 인상입니다.
별론데 쓸데없이 잘 들려요.


나름 정리하자면, 부도덕한 상황으로 웃기려는 코미디 영화가 가진 약점을 완전히 해결하진 못했지만, 배우 연기와 대사빨이 주는 재미가 준수한 영화 정도로.. 그리고 음악은 엄청 잘 갖다쓸거 아니면 그냥 가사 없는거 쓰거나 외국노래 썼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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