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3 00:47
영화 유전(Hereditary)에서는 비슷한 구조의 공포영화에서처럼 고구마 먹이는 캐릭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남편이자 아버지인 정신과의사 스티브죠.
고구마라고 하면 좀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그는 DID와 치매가 있는 장모님을 모시고 살았고,
아내는 몽유병이 있었고 한때 자식들 몸에 신나를 부은 다음에 불을 지를 뻔 했었죠.
아들은 파티에 동생 데리고 갔다가 동생이 땅콩 들어간 초코 케잌 먹고 알러지 반응을 보이자 ... (영화의 중요한 스토리)
그 뒤로 아내는 착란증상까지 보입니다.
이 정도면 이 가족을 어떻게나마 제대로 "굴러가게" 하려고 노력하는 스티브는 정말 성인군자입니다.
내가 스티브의 입장에 있었다면 그런 생활을 과연 얼마나 견딜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정말 어마무시한 캐릭터입니다.
영화는 소문만큼 무섭지는 않았구요,
그건 좀 억지스러운 것 같은 여러가지 장치들 때문인 듯 한데,
그런 장치들이 억지스러운 건 미국적인 신내림/빙의를 둘러싼 공포의 요소들과
유사한 현상에서 한국적인 공표의 요소들이 달라서가 아닌가 싶어요.
영화 곡성과 비교될만한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곡성이 동네 전체를 잡아먹는 스케일인데 반해,
유전은 가족 하나를 먹는다는 정도라서 스케일이 좀 작아보인다는 정도.
곡성에는 기차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데려가기에 좋은 곳 같아요.
2018.09.03 08:20
2018.09.03 10:07
아하. 그렇군요.
멜론 먹으면서 기차 여행이라...
상큼하고 물기 있는 느낌이네요.
2018.09.03 19:29
간혹 남편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감상들을 봤는데 그럼 저기서 남편이 도대체 뭘 어쩌라는거야? 이런 생각만...
최후의 최후까지도 이성을 잃지않고 최대한 정상적인 선택을 하죠. 물론 그시점에서 영화가 그걸 태워버리기만하면 어떻게 해결될 것 같은 분위기로 몰고가서 또 남편이 답답하게 여겨지는 상황이 되지만...
2018.09.04 10:21
네, 남편이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감상도 있긴 한데,
저는 남편이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남편은 정신과 의사이고, 아내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죠.
남편은 사실 아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영화 속의 기괴한 일들은 모두 아내의 착란이었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애초에 찰리도 ( ) 않았고, 피터도 매우 정상적으로 불량학생들과 어울리며 살고 있었는지도요.
하지만 그렇게 끝내면 영화가 너무 시시해지니까 ...
그럼 다시 한 번, 왜 남편이 정신과 의사라는 설정을 넣었을까 싶기도 하죠.
2018.09.04 16:15
이 영화에서 남편은 유일하게 이성적인 캐릭터이기도 했지만, 계속 문제를 회피하고 덮으려고 하는 캐릭터라고도 생각했어요. 아들과 아내가 드디어 감정을 드러내고 다툴 때 오히려 이를 막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기도 했고요. 그것도 정신과 의사인데요. 아내가 착란 증상을 보인다고 생각했다면, 병원에 보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삭제 씬 중에 남편이 의사를 불러서 아내와 상담을 시켰지만, 아내가 모두 부정하고 아주 정상적인 것처럼 연기를 해서 의사가 그냥 돌아가는 장면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2018.09.0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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