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앞서,


최근에 성범죄 관련 무고에 대한 수사지침과 관련하여 사회적인 논란이 일어나고 있고,

또한 관련 문제에 관한 법적인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정보의 제공 차원에서 적는 것일 뿐

보배드림 판결의 당부당을 따지거나 '피해여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아래에서 전개되는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임도 아울러 밝힙니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내용의 고소가 있었고, 제1심 법정에서 피해자는 동일한 취지로 증언을 하였으며

이러한 내용이 인정되어 강제추행죄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상황입니다.

이에대하여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주장이 인정되어

'신체접촉사실은 인정되나 움켜쥔 것이 아니라 실수로 부딪힌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어 무죄'

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선 무고죄에 관해서.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언뜻 생각해보면,

"어? 법원에서 움켜쥔게 아니라 부딪힌거라고 했으니 여자는 거짓말한거네? 그럼 무고아냐?"

라는 생각을 해봄직도 합니다.

그러나,

범죄피해를 신고하는 사람은 억울한 마음에 다소 사실을 과장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입니다.

일종의 인지상정이지요.

심각한 범죄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냉정함과 객관성을 잃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사실만을 신고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따라서 무고죄의 요건인 '허위의 사실'을 글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억울한 사람을 두번 죽이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요.

그래서 이에 관해 우리 대법원은 "설령 고소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에는 무고에 대한 고의가 없다 할 것이고, 고소내용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하여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939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내용이 사실과 반하더라도 이는 착오에 의한 것이어서 허위성에 대한 인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설사 스친 것으로 느꼈는데 '움켜쥐었다'고 고소한 것이라도 판례의 기준에 따르면 '정황의 과장'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두 사람 간에 사전에 어떠한 원한관계가 있었다거나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사주를 받아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거기까지 검토하는건 이미 가정이 아나라 망상의 영역이겠으므로 일단 여기까지만.


그다음 위증죄입니다.

형법 제152조(위증, 모해위증) ①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개된 판결문을 보면 증거의 요지 중 "증인 OOO의 법정진술"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 증인 OOO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을 신고한 피해자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를 설명하려면 먼저 형사소송에서의 증거인부절차에 관해 설명해야 하고 그러러면 그 전제로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에 관한 길고 지루하며 알아먹기도 힘들고 딱히 알 필요도 없는 내용까지 설명해야 하므로 생략합니다.

그냥 제일 중요한 증거니 심리가 이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셔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아무튼 피해자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내지는 움켜쥐는걸 느끼고 바로 뒤돌아 항의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위에 무고부분과 마찬가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증언을 했으니 위증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위증죄에 있어서 '허위의 진술'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의미합니다.

즉, 객관적인 사실 여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설령 객관적인 사실과 반하더라도 자신의 기억에 따라 진술했다면 위증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설령 착각일지라도 정말 움켜쥔 느낌으로 기억하여 그대로 증언했다면 위증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판결문에 나타난 바와 같이 움켜쥔 느낌인지 단순하게 부딪힌 느낌인지가 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다루어진 상황이므로

만약 단순히 부딪힌 기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장하여 '움켜쥔 느낌'으로 증언한 것이라면 이론상으로는 위증이 성립할 수도 있겠으나

이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고 또한 실무상 이정도 내용이라면 설사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라고 하더라도 위증으로 기소하지는 않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한줄로 요약하면,

설사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주장이 인정되어 무죄판결이 선고되더라도 피해자가 무고나 위증으로 처벌받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가 되겠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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