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즘 곱슬은 sns에 페이지를 열어서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어요. 페북이나 유튜브처럼 자신의 썰을 이리저리 푸는 글인데 허세는 빼고 담백함을 담아낸 컨셉이예요. 그 중에서 최근 쓴 글에 이런 말이 나와요. 연애나 구직이나 비슷한 점이 있다...잘 되는 사람들은 계속 잘 되고 안 되는 사람들은 계속 안 된다라고요.


 이건 맞는 말인데 문제는 이거예요. '잘 되는' 사람들도 꼭 자신이 잘 되는 필드에서 안 머무르고 자신이 잘 될지 안 될지 보장할 수 없는 필드에 늘 도전하거든요. 연애든 구직이든 말이예요. 아마도 자신의 퍼포먼스로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트로피를 가지고 싶은 거겠죠.


 그 글을 보니 예전에 29와 했던 대사가 떠올랐어요.



 2.예전이라고 해 봤자 몇년 전인데, 29에게 이렇게 말했거든요. '젠장, 돈이 모자라 형...돈이 모자란다고. 이봐 난 정말 큰 거 안 바래. 하룻밤에 딱 100만원씩만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 그러면 그걸로 만족하고 살거야.'라고요. 그러자 29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어요.


 '은성아, 내가 보기에 넌 하룻밤에 100만원 쉽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그땐 하룻밤에 1000만원 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닐 놈이야.'


 그말을 듣고 나는 손을 내저었어요. 절대 그렇지 않다고요. 하룻밤에 100만원만 써도 그 이상 필요없을 정도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데 대체 왜 하룻밤에 1000만원을 쓰는 미친 짓을 하겠냐고 말이죠. 설령 하룻밤에 1000만원을 쓸 수 있게 되어도 그런 곳에 가느니, 하룻밤에 100만원만 쓰면 되는 가게에 가서 놀거라고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나보니, 29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맞췄던 것 같아요. 아니 내가 그때와 비교해서 돈이 엄청 많아진 건 아닌데, 에고는 훨씬 더 커졌거든요. 거추장스럽게도요. 전에 썼듯이 인간은 나잇살을 먹는다고 다른 걸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에고의 크기...이거 하나만큼은 그냥 얻을 수 있으니까요. 에고가 커진다는 건 어깨의 짐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과도 같은 거예요. 그 짐의 무게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요즘 노력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 거죠.

 

 다만 29가 한가지 틀린 게 있어요. 100만원을 쓰다가 갑자기 씀씀이가 천만원으로 오를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설령 하룻밤 1000만원 레벨까지 간다고 해도 100에서 200으로...거기서 300으로...거기서 500만원...700만원...이렇게 가다가 천만원으로 가는 거죠. 



 3.오늘은 가로수길을 이리저리 둘러봤어요. 전에 가로수길에 간 일기에 썼던 BMT 바는 플래시 바라는 비지니스바로 바뀌어 있었어요. 어차피 똑같은 체인점식 캬바쿠라일 테지만 그래도 BMT가 차라리 있어 보이긴 해요.


 어쨌든 가로수길의 위상도 많이 사그라든 건지...아니면 평일 낮이어서인지 사람은 많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예전보다는 좀더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된 거리들을 보니 연남동이랑 홍대와 꽤 닮아진 것 같았더랬죠.


 그래요...뭐 그런 거리들이 있죠.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카페에 대한 로망은 없어요. 하지만 압구정로데오...연남동...가로수길...이런 거리의 어떤 몇몇 골목들은 나같은 사람에게조차 카페를 차리는 로망이 들게 만들곤 해요. 평화롭고 조용한 가게...찾아내기 힘든 가게에서 커피를 팔다가 돌아가는...조용히 살아가는 삶 말이죠.



 4.휴.



 5.뭐 그래요. 나는 듀프레인처럼 지후아타네오로 떠날 용기는 없거든요. 언젠가 평화를 찾아 간다면 결국 서울 안에 있는 어떤 곳을 물색할 수밖에 없는거예요.


 하하, 하지만 아직은 요란한 게 좋으니까...시끄러워도 돼요. 아니 사실, 평화를 찾아 어딘가로 떠나는 시점에서 그건 이미 내가 아니겠죠. 그냥 뭐...한심한 늙은이가 되어 있는 거겠죠.



 6.가로수길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결국 프랜차이즈로 갔어요. 라멘집에 가서 라멘 교자 부타동을 먹었죠. 기분이 좋은 시기엔 폭식을 하곤 해요. 폭식을 꼭 하지 않더라도, 음식이 모자라면 순식간에 화가 나거든요. 차라리 음식을 많이 시켜서 남기는 게 기분을 다스리는 데 좋아요.


 그리고 돌아오면서 크리스피도넛을 샀어요. 오늘은 수요일...한박스 사면 한박스 더 주는 날이니까 일주일간 먹을 도넛을 리필하는 날이거든요.



 7.하아...어쩌나...어제도 아니고 오늘 새벽엔 술 냄새만 맡아도 싫었거든요. 아니, 술 냄새를 맡는다는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 나았어요! 오늘은 간만에 골목식당 본방사수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시 놀러나갈 수 있게 됐다고요. 아니 사실 나는 술을 별로 안좋아해요. 내가 술을 많이 마실 땐 술게임을 하다가 졌을 때 정도거든요.


 어쨌든 이제 다시 마구마구 놀러가고 싶다...이거죠. 오늘은 남자를 데려가고 싶네요. '남자랑 술을 마시고 싶다.'는 게 아니라 호스티스들을 보러 가는데 남자 하나를 달고 가고 싶다 이거죠. 하지만 당장 불러서 나올 놈은 없으니까 패스. 그냥 혼자 놀수밖에요. 


 한데 아까전에 가로수길에서 이따가 열 바들을 보고 나니, 그냥 여자가 안 나오는 술집에 혼자 가서 칵테일 한잔 나쵸 한접시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나는 도시의 차가운남자...뭐 이러면서 술마시는 거요. 어 아닌가? 나는 차가운 도시의남자...였던가. 아무려면 어때요. 역시 외로우니까 혼자마시는 가게는 패스.


 오늘은 어딜 갈까...공기청정기가 제대로 완비되어 있는 곳으로 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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