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리버럴이었는데 늙어서 뇌가 굳더니 꼰대 파시스트가 되어버린 것일까


사람들이 숨쉬듯 내비치는 쇼비니즘이나 파시즘은 새삼 놀랍지도 않은데

왜냐하면 표리일체, 일관성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내로남불 말 참 잘 지었어



사랑하는 친구는 자칭 아나키스트였다

누구보다 충실히 국방의 의무를 다했고

사교육업계에서 잘나가는 그

나름 철지난 사상이라도 붙잡고 있었으니 꼰대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직업상 어린애들이랑 대화를 많이 나눠서 젊게 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결국 머릿속 세계관과 현실은 괴리되는게 범속한 삶이겠지만


그가 보는 오랜벗은 회색일까 체크무늬 옷을 입고있을까 아니, 얼룩말일지도


말이 되고 싶었다

풍경을 귓등으로 흘리며 폐활량 걱정없이 질주 할 수 있는 말

저녁노을을 향해서 달려서

서쪽에서 해가 뜨게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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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트위터에서 자신만의 왕국에 빠져사는 듀나를 원망하기도 했었는데

편의성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눈치 볼 것 없이 손가락 몇번 놀리면 거슬리는걸 배제할 수 있고 누가 탓하지도 않고

듣고싶은 이야기만 골라 들을 수 있는 city of solitude

이미 썩은 연못과 내 앞뜰의 우물 중 뭐가 소중하겠나


사실 이 게시판의 수명은 되도않는 인민재판을 실시했을 때 이미 끝장나있었다고 생각했다


정 떨어질만도 하지




그럼에도 다시 이곳으로 온 것은

결국 넷상의 모든 커뮤니티는 작은 왕국들이었기 때문이다

철권에 의해 통치되는

그 자유롭다 못해 방종이 판치는 쓰레기통조차 대세는 마이너갤러리라는 걸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통제와 관리에 목말라 있는지

약자야말로 누구보다 힘과 질서를 갈구한다더니



아무튼


그래서 왕에게 버림받은 이 폐허가 좋다

경치의 변화가 너무 빠르지 않고

누가 옆에서 불관용을 해도

혹은 누가 면전에 침을 뱉어도 

이 심장을 칼로 찔러도

폐허에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까

그리고 쥐와 고라니, 귀뚜라미가 꽤나 복작복작

귀를 무료하지 않게 해주니까




파랑새의 가벼움과 조리돌림 기조에 적응못한 주제에 파랑새 같은 에필로그를 읊고 있다니 우습네



안식을 얻었다고 되뇌이지만

가끔 어렴풋한 기억 속 정든낯의 노숙자가 기침을 참지 못하다가 가래를 탁 내뱉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걸 지켜보고 있자면 쓸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폐허도 영원하진 않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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