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6 15:39
요즘 애들 애정 앞에 당차다던데, 아직 학생 티 채 벗지 못 한 우리 막둥이,
비비다 만 자장면을 앞에 두고 춘장처럼 진한 눈물 뚝뚝 흘리실 제,
서빙하는 아주머니 조용히 다가와 심히 근심서린 목소리로
"자장면이 이상하대요?"
물으시니, 확실히 요즘 시대의 신파란 당연한 것 아니요, 그래서 더 값지게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 월급 내가 주는 것이라면 그만 떨치고 일어나 동물원으로 가 곰친구라도 만나거라 하고 싶다만.
너나 나나 연식의 차이 다분할 뿐, 외거노비 신세인 것은 반상의 도리가 금전으로 명확한 이승의 업보라
우리는 사냥을 찐빠내고 돌아와 헛헛한 마음으로 모닥불이나 바라보던 구석기인처럼
세수 하고, 화장을 고치고, 말 걸면 죽여버린다는 포스 풀풀 풍기며 껌뻑이는 커서나 노려보고 있는 것입니다.
춘장같이 검은 눈물 비강으로 흘려 넣어 훌쩍 훌쩍 그 짠내 삼켜가며.
천지분간 못 하고 날뛰던 젊은 날에는 너의 심장 후벼팔 때 살짝 쓸린 내 손의 상처가 더 아팠고,
깊은 밤에 걸려 온 전화마다 짜증내지 않았던 것은, 끝내 애정청산의 귀책사유 너에게 귀속시키고자 했던 나의 졸렬함.
그러나, 나이 여든이 되어서도 트로트 만은 듣지 않겠다고 코웃음치던 오만이
닭발을 앞에 두고 문득 소주 품은 물컵 서러워 끅끅 지랄할 때,
신파라 그리 차갑게 비웃었던 심수봉을 꺼내어 부르는 것입니다.
존 덴버를 사랑했던 우리 모친, 머리 검게 물들이고 오던 그 무렵부터 심수봉을 그리 들어
유치하게 무슨 트로트냐며 타박했더니
"너도 트로트 듣게 되는 날 곧 온다"
악담하시며, 의미심장한 미소 흘리셨으니.
어머니, 소자는 아직 머리도 거뭇 하건만 심수봉 꺼내어 들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봄이 오는 싱숭생숭한 오후에 노래 한 곡 듣고 가십시다.
아.. 소주 마시고 싶으다
2019.02.26 15:57
2019.02.26 19:15
2019.02.27 06:29
2019.02.27 07:08
2019.02.27 13:24
왜요~ 삶의 무의미하고 무용한 부분을 집어내어 웃음의 패턴으로 제시하는 건 재능입니다.
칭찬으로 들으셔야 합니다. (쓰앵님 모드~)
20대 초반부터 심수봉 좋아라 했던 사람은 뭐가 되는?
장르가 뭐시건 삶의 진면목을 꿰뚫어 보는 좋은 노래는 세대를 초월하는거 같아요.
반대로 동요 중에서 ‘섬집애기’나 ‘노을’ 같은 노래들은 이 나이 들도록 코끝이 찡 해지고
까를교에서 생전 처음 들어본 보헤미안 지역에서 오랜 세월동안 전래해왔다는 선율에 나도 모르게 발이 멈추고
그것을 예술 좀 ‘한’다는 제 친구들은 ‘뽕끼’라고 부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