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떤 사람은 제목을 보고 이랬겠죠. '마동석은 좀 똑똑하면 안 되나? 사람 차별하는 건가?'라고요.


 한데 이 영화에 나오는 마동석은 우리가 잘 아는 마동석이예요. 목 아래가 마비되고,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회색 뇌세포를 분주히 움직여대는 마동석이 아니란 말이죠. 그런 마동석은 애초에 존재했던 적도 없지만요.



 2.우리가 잘 아는 마동석인데도 마동석이 이 영화에서 가장 똑똑하단 말이예요. 게다가 가장 교활하기까지 하고요. 마동석이 평소보다 더 똑똑해지거나 더 교활해진 게 아닌데도 어떤 지구에서 그가 원탑으로 똑똑하고 교활하다면? 그게 어떤 지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문제가 있는 거죠. 우리가 잘 아는 마동석보다도 멍청한 사람들이 형사나 수사관, 경찰서장, 검사를 해먹고 있는 영화라는 뜻이니까요. 



 3.이런 영화에 나오는 형사는 똑똑한 형사일 수도 있고 멍청한 형사일 수도 있어요. 형사 치고는 똑똑한 사람일 수도 있고 형사 치고는 멍청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그 형사가 멍청한 형사가 아니라 멍청한 사람이라면 그건 큰 문제가 되죠. 아무런 멍청한 형사라고 해도 그 멍청함에는 마지노선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가 형사라면 말이예요.


 하지만 이 영화의 형사는 뭐랄까...문제해결을 할 때 정말로 머리를 안 써요. 뭔가 그림을 그리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가서 대충 들이대다 보면 콩고물이 떨어질 거라고 여기면서 사는 것 같아요.



 4.휴.



 5.사실 마동석 영화는 데이트용 영화로 늘 좋은 편이였어요. 여자친구.ver2와 데이트할 때 딱히 볼 게 없으면 다른 영화를 보는 것보다 차라리 여자친구.ver1과 본, 마동석 영화를 한번 더 보는 게 좋을 정도로요. 적당한 폭력성과 적당한 유쾌함이 있었죠.  


 한데 이번 마동석은 진짜로 악당이예요. 최근 마동석은 성질만 좀 더럽거나 정의로운 나쁜 놈 정도로 나왔었는데 이번 마동석은 정말로 사악하단 말이죠. 영화 자체도 19금이라 칼질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서늘하지만, 그보다 더 쌔한 건 마동석이 진짜로 나쁜 놈이란 점 같아요.



 6.한데 또 어이없는 건 감독이 기존 마동석의 이미지를 써먹고 싶었는지, 후반부 쯤에 마동석은 또다시 츤데레 조폭으로 변신해요. 모든 걸 아는 관객들 입장에선, 옛친구에게 자객을 보낸 마동석이 여학생에게 우산을 주는 장면이 굉장히 이상하거든요.


 그리고 마동석의 명령을 받아서 마동석 옛친구에게 칼침을 놓은 마동석 부하는 고깃집에서 형사들과 조니워커를 나눠마시고 있고요. 


 이게 참 이상한 느낌인 게 무간도에나 나올 법한 조폭과 한국 코미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조폭의 모습이, 한 영화에서 필요에 따라 소환되고 있단 말이죠. 그게 각각 다른 캐릭터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똑같은 조폭 캐릭터가 대부를 찍다가 갑자기 신라의 달밤을 찍는 듯한 낙차를 보이고 있으니 진짜 기괴해요. 그야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르겠지만, 관객 입장에서 보면 무섭거든요. 몇십분 전만 해도 잔인하게 칼침을 놓던 조폭이 갑자기 고깃집에서 유쾌한 척 하며 형사들과 위스키를 나눠마시고 앉아있으니 말이죠.



 7.어쨌든 등장인물들이 멍청하거나 엉뚱하니, 영화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어요. 축구로 치면 공격수는 공격을 하고 미드필더는 패스를 하고 수비수는 수비를 해야 하는데, 모두가 그냥 90분 동안 공을 쫒아다니는 조기축구회처럼 플레이를 하니 게임이 재미없게 흘러간단 말이죠.


 특히 초반부터 등장하는 여자 수사관의 존재는 여혐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요. 주인공이 무언가를 진행시키고 싶을 때마다 편하게 써먹는 셔틀 이상의 의미가 전혀 없거든요. 얼마나 젠더 감수성이 모자라야 저런 여자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주역 3명을 평하자면, 주인공은 지금까지 본 '언제나 화가 나 있는 형사' 타입의 주인공 중에 가장 무미건조했던 캐릭터였어요. 그리고 연쇄살인범은? 아무리 봐도 감독이 그러라고 하니까 살인을 하는 것처럼 보여요. 연쇄살인범이라면 그럴싸한 이유가 있거나 그럴싸한 분위기가 있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는데 이 녀석에겐 두가지가 다 없거든요. 그리고 마동석은...나쁜 짓을 두어 번 하는 것 빼곤 평소의 마동석으로 보면 될듯해요. 개봉한 지 얼마 안됐으니 스포는 가능한한 안 썼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3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0
126070 생산성, 걸스로봇, 모스리님 댓글을 읽고 느낀 감상 [20] 겨자 2018.10.24 471000
126069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 - 장정일 [8] DJUNA 2015.03.12 269806
126068 코난 오브라이언이 좋을 때 읽으면 더 좋아지는 포스팅. [21] lonegunman 2014.07.20 189491
126067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의 글 ㅡ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 결코 아니다' [5] smiles 2011.08.22 158052
126066 남자 브라질리언 왁싱 제모 후기 [19] 감자쥬스 2012.07.31 147370
126065 [듀나인] 남성 마사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9] 익명7 2011.02.03 106109
126064 이것은 공무원이었던 어느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1] 책들의풍경 2015.03.12 89307
126063 2018 Produce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18.01.21 76261
126062 골든타임 작가의 이성민 디스. [38] 자본주의의돼지 2012.11.13 72970
126061 [공지] 개편관련 설문조사(1) 에 참여 바랍니다. (종료) [20] 룽게 2014.08.03 71721
126060 [공지] 게시판 문제 신고 게시물 [58] DJUNA 2013.06.05 69112
126059 [듀9] 이 여성분의 가방은 뭐죠? ;; [9] 그러므로 2011.03.21 68457
126058 [공지] 벌점 누적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45] DJUNA 2014.08.01 62753
126057 고현정씨 시집살이 사진... [13] 재생불가 2010.10.20 62417
126056 [19금] 정사신 예쁜 영화 추천부탁드려요.. [34] 닉네임고민중 2011.06.21 53613
126055 스펠링으로 치는 장난, 말장난 등을 영어로 뭐라고 하면 되나요? [6] nishi 2010.06.25 50796
126054 염정아가 노출을 안 하는 이유 [15] 감자쥬스 2011.05.29 49801
126053 요즘 들은 노래(에스파, 스펙터, 개인적 추천) [1] 예상수 2021.10.06 49780
126052 [공지] 자코 반 도마엘 연출 [키스 앤 크라이] 듀나 게시판 회원 20% 할인 (3/6-9, LG아트센터) 동영상 추가. [1] DJUNA 2014.02.12 494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