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른 곳에 먼저 올려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ㅠㅠㅠㅠㅠㅠㅠ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되었을 때부터 왠지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거라면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 수상을 하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고 적절할 것 같다고 느꼈고 심사위원단이 그걸 조금이라도 고려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적어도 나는 친한파로 알고 있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도 <기생충>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았다. 그래서 황금종려상을 놓고 아는 동생과 내기도 했다. <기생충>이 공개가 되어서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엄청난 호평을 받았을 때 정말 이번에는 황금종려상을 받는 건가 싶었다. 그때부터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기를 진심으로 원하게 되었다. 

내가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영화가 이창동 감독의 <시>였다. 그때 칸영화제가 진행되는 기간에 극장에서 그 영화를 보고 나름 확신을 했었으나 <시>는 아쉽게 각본상에 그치고 황금종려상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엉클 분미>에게 돌아갔다. 

그때에 비하면 이번에는 별 근거도 없는 믿음이 실제로 실현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었을 때 이번에는 뭐 하나 받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심사위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황금종려상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되던 셀린 시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 온 파이어>가 각본상을 수상하게 되자 <기생충>이 정말 황금종려상을 받는 건가 기대를 품게 되었다. 마티 디옵 감독의 <아틀란티크>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자 황금종려상은 타란티노냐 봉준호냐로 압축되었으나 여전히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입을 통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호명되었고 드디어 내가 올해 칸영화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가졌던 이상한 예감은 현실이 되어 버렸다. 너무 기뻤으나 한편으로는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면서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흥분한 상태로 밤을 꼴딱 새고 말았다.(내가 흥분 상태에 빠지게 될 때 밤을 새는 것은 나에게 꽤 자주 벌어지는 일이기는 하다.) 봉 감독님에게 축하 문자를 보내드렸는데 얼마 안 있어 답장이 와서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기생충>이 칸 경쟁부문에 진출했을 때 봉 감독님에게 황금종려상 수상을 기원하는 문자를 보내드렸던 때가 떠올랐다. 그 기원이 실현된 현재 상황에서 그 기원 문자가 나에게 너무 의미심장하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겸손함이 묻어나시는 봉 감독님과 한국의 모든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리신 송강호 배우님의 수상 소감이 정말 멋졌다. 알리체 로르와커, 켈리 레이차트,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등 내가 좋아하는 감독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되어 더욱 기뻤다. 빨리 <기생충>을 보고 싶다. 

국내 최초로 황금종려상 수상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칸영화제와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에 나는 우연히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97년 칸영화제 수상 결과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 향기>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가 공동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가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마디로 아시아 영화들이 주요 부문의 상들을 휩쓴 것이었다. 그 기사를 읽던 나는 스스로 어떤 질문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그때 왜 그 질문을 하게 됐는지는 지금까지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냥 그 기사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같은 거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만약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그건 확신할 수 있다. 내가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나에게는 지금과 같은 영화와 관련된 지인들이 단 한 명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질문과 함께 나는 지금까지 영화와 운명을 함께 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도대체 한국영화는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거였다. 97년에 일본, 이란, 홍콩 영화들이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마당에 한국영화는 왜 아무 상도 받지 못한 건가에 대한 단순한 의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의문은 나로 하여금 그때까지 이름만 알고 있었던 일본영화들인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7인의 사무라이>를 비롯해서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2분의 1>, 잉마르 베리만의 <산딸기>, 윌리엄 와일러의 <우리 생애 최고의 해>와 같은 작품들을 캐나다에서까지 구입해와 보게 만들었고 나는 이 영화들을 보고 이전과 다른 영화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 영화들을 찾아본 것은 그 영화들이 한국영화보다 어떤 점에서 더 훌륭한가를 스스로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위와 같은 우연한 계기로 인해 가지게 되었던 질문인 '도대체 한국영화는 뭐하고 있는 거지?'에는 '한국영화는 도대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왜 못 받고 있는 거지?'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질문을 하게 된 이유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스스로 갖게 된 그 질문은 그 질문을 하게 된 지 22년만인 올해 드디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일단락되었다. 생전에 과연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하던 그 질문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최초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너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 허탈감이란 어디까지나 나에게만 해당되는 감정이다. 내가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97년에 그 기사를 보고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던졌던 그 질문이 애당초 너무 유치하고 진부한 것이었을지는 몰라도 그 질문으로부터 촉발된 계기로 인해 지금까지의 내가 형성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그 질문'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그 질문' 이후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것인가가 나에게 과제이다. 그 답을 찾지 못하는 이상 이 허탈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에서 12살때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는데 나는 지난 22년간 무엇을 했던 건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나의 첫 질문이 사라진 마당에 나를 더 돌아보게 된다. 어쨌든 뭔지는 몰라도 앞으로 나의 삶이 지금과는 달라야 할 것이고 뭔가 변해야 할 것이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그 질문' 이후에 대한 해답을 얻어 이 허탈감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일 뿐 그 누구와도 상관이 없다. 따라서 이 글은 애당초의 취지대로 축하 인사로 마친다.

봉준호 감독님, 진심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제72회 칸영화제 수상 결과
황금종려상 - <기생충> 봉준호 감독
심사위원대상 - <아틀란티크> 마티 디옵 감독
감독상 - <영 아메드>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심사위원상 - <레미제라블> 라쥬 디 감독, <바쿠라우> 멘도사 필호,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
남우주연상-안토니오 반데라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여우주연상-에밀리 비샴,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리틀 조>
각본상 -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 온 파이어> 셀린 시아마 감독
심사위원 특별 언급 - <잇 머스트 비 헤븐> 엘리아 슐레이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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