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즐거움 중 하나

2019.12.09 06:38

어디로갈까 조회 수:907

사는 즐거움 중 하나가 상응( correspendence)에 있습니다. 상응의 우연한 출현, 혹은 퍼레이드에 정신이 살큼 나갈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에는 오래 살아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 -

예1)  어제 프랑스에서 온 클라이언트가 로베르 레디기앙의 영화 < 청년 마르크스>를 언급했는데, 얼마전 마침 그 영화를 봤습니다. 
예2) 제가 풀풀 흩날리는 눈발을 심란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친구가 같은 느낌으로 그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내줍니댜.
예3) 누가 제게 '문설주 기댄 귀'에 대해 싯구를 인용해 보냈는데, 마침 제가  '듣는 눈'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였죠. 

예4) 제가 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 제주에서 누군가 달을 보고 있다가 '달이 떠서 네가 생각났다'며 전화를 합니다. 
예5) 변환하는 매체로서 한나무에 세가지 색깔을 품고 있는 삼색도 생각이 간절한 참에, 어제 누군가가 삼색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럴 때, 그/그녀가 없는 곳에는 '나'도 없는 거겠다는 느낌이 슬핏 스쳐갑니다.  

그런가 하면 서로 알지 못해도, 만나지 못해도, 그들이 존재한다는 확실한 느낌을 주는 상응들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제 새벽에 본 손흥민의 '원맨 수퍼쇼' 골 영상 . 
제가 시작해볼 수조차 없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목표점에 멋지게 도달하는 것을 보며 '깨어나는 것'도 일종의 상응입니다.  - -

* Son의 경기를 보고 나서 찾아본 시 한편. 
- 아, 우리는 어떻게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 우리는 어떻게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갑자기 선홍색 어린 장미가 가까이서 눈에 띄는데?
아, 우리가 왔을 때 장미는 거기에 피어 있었다.

장미가 그 곳에 피기 전에는, 아무도 장미를 기대하지 않았다.
장미가 그 곳에 피었을 때는, 아무도 장미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 시작하지 않은 것이 목표점에 도달했구나.
하지만 모든 것이 워낙 그런 게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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