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그대로 덴마크제 시트콤입니다. 에피소드 여덟개로 한 시즌이고 일단은 1시즌만 완료했네요. 편당 35~45분 사이이고... 스포일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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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좀 둥글둥글한 린다 해밀턴 느낌)



 - 주인공 '리타'는... 정확한 나이는 안 나오지만 대략 40대 초반 정도의 싱글 여성입니다. '싱글'이라고 하지만 나이 순으로 아들, 딸, 아들 순으로 애가 셋이고 첫째랑 둘째는 이미 성인이에요. 뭔가 파란만장한 가족사와 인생을 경험 중인 사람인데 그 디테일은 이야기 속 떡밥이니 생략하구요. 

 직업은 학교 교사인데... 자기 일에는 상당히 유능하고 (자기 방식대로는) 확실하지만 기본적으로 인생이 무작정 마이웨이, 지 맘대로 폭주 인생이라서 사회 생활도 원만치 않고 종종 학생들에게 좀 과한 짓을 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자식들을 대하는 것도 많이 서툴고요. (보다보면 자식들이 보살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ㅋㅋ) 친구도 잘 못 만드는 성격인데다가 그 중 최악은 남자 관계입니다. 그냥 땡기면 아무한테나 들이대고 함께 뒹군 다음에 '그동안 즐거웠고 다신 보지 말자'로 처리하려드는데 그러다가 인생이 가볍게, 심각하게, 어중간하게 종류별로 계속해서 꼬입니다.


 이러한 주인공님의 좌충우돌 직장 생활 & 가족 관계 모험(?)극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매 에피소드는 이런 식입니다. 시작할 때 우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겨요. 그것 때문에 리타가 이러쿵저러쿵 사방에 부딪히는 중에 이제 그 사건이 리타의 가족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그래서 35분동안 와당탕 쿠당 우지끈거리다가 끝날 때 쯤엔 (시트콤답게) 그럭저럭 결론이 나면서 마무리가 되는 형식이죠. 사건 하나가 몇 회씩 끄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보기에 부담 없고 편해요.


 물론 '고작 저 정도로 수습이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만. 일단 장르가 시트콤이고. 그리고 무조건 해피엔드가 아니에요. 주인공의 모자람이 조금 나아지기도 하고, 그냥 그것 때문에 벌(?)을 받기도 하고, 가끔은 주인공이 옳아서 다른 사람들이 그 덕에 조금 더 나아지기도 하죠. 이렇게 나름 결말이 다양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깔려 가는 나이브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나 캐릭터가 너무 얄팍하다는 불만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 이게 시트콤인데 그럼 충분히 웃기냐... 고 하면 그건 좀 애매합니다. 레전드급 시트콤들의 리즈 시절처럼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겼던 경험은 별로 없네요. 그렇게 폭발적인 코미디라기보단 그냥 허허... 하고 웃고 고놈들 참 귀엽고 기특하네... 라며 씨익 웃는 정도.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캐릭터들 드라마 보는 재미로 보는 작품이에요. 적어도 제가 본 1시즌은 그랬습니다.



 - 여러가지로 보는 내내 참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시종일관 '뽀샤시' 효과를 유지하는 느낌의 화면 톤부터 그렇구요. 주인공네 자식 셋은 어쩜 그리도 다 비주얼들이 훈훈한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죠. 종종 90년대 한국 드라마식 '유쾌한 음악과 함께 뭔가 열심히 하는 주인공들 몽타주' 연출이 나오는데 분명히 좀 구린 연출임에도 그냥 그게 드라마 분위기와 어울려서 웃어 넘기게 됩니다. 동성애, 마약, 빈부격차, 자식들을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학부모, 권위주의적이고 나태한 학교 문화와 교사들... 등등 나름 심각한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뽀송뽀송한 화면과 시트콤식 낙천주의 덕에 크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구요. 주구장창 연쇄 살인마들이 날뛰는 어두컴컴 스릴러 & 호러들만 보다가 정말 간만에 이런 드라마를 보니 이것도 참 맘 편하고 좋네요.

 사실은 매 회마다 펼쳐지는 주인공의 막나감 때문에 종종 아슬아슬한 기분을 느끼게 되긴 하지만... 뭐 어차피 이건 시트콤이니까요. 큰 일이야 나겠습니까.




 - 대충 정리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뽀송뽀송 귀여운 시트콤입니다. 센 캐릭터를 내세워서 심각하고 어두운 소재들을 다루지만 시트콤의 본분(?)에서 벗어나진 않구요.

 주인공은 본인의 인격적 결함 탓에 참 여러면으로 진상이지만 동시에 꽤 바른 구석도 있고 또 나름 매력적이어서 응원해주며 볼만 합니다.

 부담 없이 편하게 볼만한, 미쿡이나 영국식과는 좀 다른 맛의 연속극을 원하신다면 한 번 시도해보세요.

 다만 막 집중해서 연달아 달리게 되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라서, 남은 시즌들은 좀 느긋하게 깨작깨작 감상해볼까 하네요.




 + 제가 보기 시작할 땐 그냥 시즌 4까지 있고 아무 말이 없었는데, 어제 이어서 보려고 들어가니 다다음주에 시즌 5가 나온다는 알림이(...)


 ++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드라마들을 요즘 제가 본의가 아니게 막 몰아서 보고 있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정말 하나같이 다 영어를 잘 하네요. 분명 제가 못 알아 들을 독특한 뉘앙스의 덴마크말로 대화들을 하는데 거기에 그냥 그 나라 말인 양 영어가 섞여 들어가는 상황이 정말 많습니다.


 +++ 시트콤이니 그런 거겠지만, 주인공의 흡연 습관은 이 시리즈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입니다. 초딩들 뛰어놓고 있는 교내 놀이터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며 그걸 지적하는 교장에게 "이게 내 초능력이라고 설명해줬어. 쟤들은 내가 손가락 사이에서 불을 뿜어내는 줄 알아" 라고 태연하게... ㅋㅋ 


 ++++ 깝깝한 성격 때문에 친구를 못 사귀는 학생에게 "넌 고작 열 네 살이면서 이렇게 마흔살 어른처럼 구니까 친구들이 다 싫어하는 거야!" 라고 나름 일갈(?)을 하다가 "그럼 선생님은 마흔살에 열 네살처럼 구니까 어른들이 다 싫어하겠네요?" 라는 반박을 듣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장면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주인공이 딱 그런 캐릭터거든요.

 

 +++++ 이 드라마 정보를 구글 검색하다 보니 2년 전 듀게 글이 걸리더라구요. Mott님, 보고 계십니까. 2주 뒤면 고대하시던 시즌 5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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