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페이지에 또 엑스파일 글을 올리니 좀 민망합니다만. 에피소드가 여섯개 밖에 안 됩니다. 배우들이 바빠서 그랬다나봐요. 딱히 스포일러는 없도록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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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즌 9의 마무리는 다 잊어라!!! 라는 듯이 시작합니다. 시즌 9의 마지막 상황을 생각하면 멀더랑 스컬리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고 있으면 안 되거든요. 멀더는 군사 재판으로 사형을 받았고 탈옥했죠. 스컬리와 스키너 등등은 그걸 직접 쳐들어가서 도왔구요. 그리고 윗사람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라지만 일단 제작진 소원대로 그건 그냥 넘어갑시다. 암튼 둘 다 FBI를 떠나서 스컬리는 그냥 의사, 멀더는 잉여(...)로 살며 늙었습니다. 서로 잘 만나지도 않고 가끔 연락만 하며 지내왔나봐요. (시즌 9 막판엔 당장 식이라도 올릴 것처럼 다정하더니!!!) 근데 갑자기 왠 인터넷 폭로 방송으로 잘 나가는 유명인이 이 둘을 소환합니다. 외계인 음모의 증거가 있다면서 진짜 이것저것을 막 보여줘요. 그래서 오랜만에 멀더는 다시 열정에 불타지만... 이 사건은 당연히도 몹시 '엑스파일스런 마무리'를 맞이하고. 어쨌거나 이걸 계기로 엑스파일팀이 재결성됩니다. 멀더 & 스컬리 컴백쇼!!!



 - 사실 전 끝장난지 십여년이 된 시리즈를 굳이 다시 만든다길래 새로운 시즌은 온전히 외계인 음모론에 집중하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사정상 제대로 풀지 못하고 급마무리했던 부분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새 시즌이 아닐까... 했었는데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을 뿐. 크리스 카터 이 양반은 그냥 새롭게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또 다시 장수 시리즈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평소의 엑스파일 시즌식 구성이에요. 첫 에피소드가 끝나면 외계인과 아무 상관 없는 괴담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다가 마무리만 다시 외계인으로.



 - 에피소드 갯수가 너무 적고 그러다보니 의무방어전으로 들어가는 외계인 음모 관련 에피소드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전 그 파트를 싫어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즌을 우려보다(?)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건...


 우선 멀더와 스컬리의 콤비 플레이가 부활해서입니다. 첫 에피소드에서 다시 한 번 진상 포스를 뽐내던 멀더가 두 번째 이야기부터 말끔하게 회복하고 '그때 그 시절'의 캐릭터를 다시 보여줘요. 스컬리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구글 전 세대잖아요' 같은 식의 드립들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종종 언급하는 게 참 친근하고 정겹고 그런 느낌인 거죠. 두 분 다 세월 어택을 맞아 폭삭 삭으셨는데 캐릭터를 그 상태에 맞춰 조금씩 수정했달까요. 푸근해진 비주얼의 멀더 아저씨나, 깡마른 중장년이 된 스컬리나 왠지 '갸들이 나이 먹었음 이랬을 것 같다'는 캐릭터를 충실히 보여줍니다. 그러니 벌어지는 사건들이 좀 싱겁거나 맘에 안 들어도 일단 좋습니다. 굳이 원래 주인공으로 환원할 거라면 이게 옳은 선택이죠.


 그리고 '괴담류 에피소드'들이 나쁘지 않습니다. 몇 개 안 되는 대신 나름 컨셉이 하나씩 들어가 있어요. 중년의 위기를 맞아 자신의 임무에 시큰둥해진 멀더에게 다시 활력을 찾아주는 이야기라든가, 자기들 도플갱어 수준의 후배 콤비를 만나서 감화(?) 시키는 이야기라든가. 스컬리네 집안 사정을 완결시키는 이야기도 있구요. 뭐 당연히 그 중엔 좀 구린 에피소드도 있습니다만, 뭔가 꾸역꾸역 정해진 에피소드 수를 메꾸는 기분이 들었던 시즌 8, 9에 비하면 차라리 이게 나은 것 같기도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근래에 나온 드라마답게 때깔이 좋습니다. cg도 예전 엑스파일과는 비교가 안 되게 깔끔해졌고, 덕택에 전에는 꿈도 못 꿨던 나름 대규모의 스펙터클도 등장하구요. 결정적으로 미장센이 좋아졌네요. 인간적으로 시즌 9는 거의 한국 티비 아침드라마급 화면 연출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시즌 10은 최소한 '요즘 유명 미드'급의 그림은 보여줍니다. 제가 당연히도 엄청 짜증내며 본 마지막 에피소드 조차도 눈은 즐거운 편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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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 배우들 나이 들었다는 얘길 하니 좀 그렇습니다만. 극중에서 플래시백으로 자꾸 젊은 시절 장면들을 보여주거든요. ㅋㅋㅋ)



 - 단점은... 언제나 그렇듯 메인 스토리. 외계인 음모론이죠 뭐. 전통대로 에피소드 1번과 6번이 외계인 음모론에 할애되어 있는데... 아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구려요. ㅋㅋㅋ 스포일러가 될 테니 언급은 안 하겠지만 정말로, 그냥 말이 안 됩니다. 왜 이 양반들은 외계인 음모론 이야기를 쓸 때면 갑자기 개연성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맘대로 막 써버리는지 모르겠어요. 과학적인 부분이야 원래 포기하고 가는 시리즈라고 생각해도 이야기 내적 논리가 완전히 혼파망 수준으로 엉망이라... 20년 가까이 쉬다 다시 하는데도 이야기 구상은 전혀 안 해 둔 모양입니다. 엑스파일 다 끝장난 후론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나 같음 심심풀이로라도 완결용 스토리 하나 쯤 쓰면서 놀았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 결론적으로.

 리즈 시절의 폼을 되찾아다오!! 라는 정도의 과도한(?) 기대를 하지만 않으면 나쁘지 않은 시즌입니다.

 되게 소소한 느낌이 드는 에피소드 위주라 호불호가 갈릴 순 있는데 전 그저 멀더 스컬리 캐릭터가 정신차린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너무 짧다 보니 시즌 전체가 그냥 시즌 11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느낌이라는 거. 실제로 6화의 마무리도 다음 시즌 안 나오면 큰 일 날 수준의 노골적인 클리프행어였구요. 시즌 11의 1화를 조금 보니 분명합니다. 시즌 10 + 시즌 11이 그냥 하나의 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결국 시즌 11까지 다 보고 나야 온전한 평가가 가능할 것 같은데, 혹시라도 이걸 보실 맘에 있는 분이라면 '팬서비스용 엑스파일 스페셜 에피소드' 정도로 기대치를 맞추고 보시면 그렇게 나쁘진 않으실 겁니다.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자막이... 8, 9 시즌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10 시즌에서 종종 맛이 갑니다. 번역자가 한국말을 못 하는 건지 영어를 못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 자막이 종종 튀어나와서 당황스럽더군요. 의미를 왜곡하기도 하고 스키너가 존댓말, 멀더가 반말을 하기도 하는 등등. ㅋㅋ 뭐 상황 맥락 봐서 대충 끼워맞추며 볼 수 있어서 감상에 치명적이진 않았어요. 문제는 에피소드 5에서... 에피소드 4의 자막이 출력되는 삑사리가 있더군요;;; 시작부터 끝까지. 한글 자막만 그럽니다. 그래서 그 에피소드만 영어 자막으로 봤어요. 가뜩이나 현학적 수다가 많은 에피소드였는데... ㅠㅜ


 ++ 15년 동안 아무도 쓰지 않은 엑스파일 방을 손도 안 대고 그대로 냅뒀다니 엑스파일 속 FBI는 정말 어떻게 된 조직인지... ㅋㅋㅋㅋㅋ


 +++ 멀더가 동네 아저씨가 되는 동안 스키너 할배는 오히려 더 간지나게 늙으셨더군요. 비주얼'만' 보면 카리스마까지 느껴집니다. ㅋㅋ 

 반면에 재등장하는 또 하나의 예전 주연급 캐릭터님은... 참 캐릭터를 거지 같이 만들어놨네요. 이 시리즈 작가들 멘탈은 참 이상합니다. 


 ++++ 소소한 에피소드들에 사회 비판적 소재가 하나씩 들어가는데,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나오는 에피소드는 내용이 요즘 기준으론 좀 위태위태하더군요. 


 +++++ 적다보니 생각보다 너무 호평 비슷하게 적어 버렸는데, 제가 시즌 8, 9, 10을 연달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상대 평가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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