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봤습니다...

2021.06.14 01:49

Sonny 조회 수:408

온갖 악평을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별 기대는 안했지만, 전 이 시리즈를 극장에서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라는 게 이렇게 인간의 사고를 저해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트랜스포머같은 건 대놓고 아이들 보는 판타지니까 아무 생각도 안했어요. 그런데 이건 어느 정도는...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역학이라든가 운동에너지 같은 걸 적용하는 현실드라마 아닙니까? 주인공들이 특별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초능력을 쓰거나 신비의 초과학적 도구를 다루는 게 아니라 그냥 자동차를 기깔나게 운전을 잘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정말 말도 안되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속으로 '이게 말이 도ㅐ...'라고 불만을 품는 순간 영화가 자동차를 뒤집어엎습니다. 그러니까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놀라고 충격을 받아요. 이게 말이... 쿠당탕탕!! 이게 말이... 쿠당탕탕!! 부침개 한바퀴 뒤집는 것보다 더 쉽게 차들을 엎어대서 나중에 가면 그냥 중력이나 균형에 대한 감각이 마비됩니다. 차가 아무리 치명적으로 엎어져도 반드시 그 안에 주인공을 뱉어내고 혼자 굴러갑니다. 아니면 기어이 균형을 잡아서 다시 굴러갑니다. 트랜스포머 차들이 안엎어지는 이유는 개네가 용을 쓰면서 균형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여지라도 있는데 분노의 질주는 해리포터의 마법이 아니면 달리 생각할 길이 없습니다. 암만 차를 굴리고 엎어도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는 운전을 잘하고 엎어질 땐 엎어진다고요...


이 영화는 차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찍은 영화같습니다. 원래 레이싱 영화로 시작한 거 아니었나요. 자동차를 가지고 찍는 영화인데 자동차를 너무 쉽게 부수고 도구화시킵니다. 차에 별 관심이 없는 저도 가슴이 아플 지경이에요. 고급차들이 무슨 딱지치기 딱지처럼 버려집니다. 자동차가 아니라 1회용 범퍼카처럼 쓰더군요.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세계평화나 지구에 큰 관심이 있어보이지도 않습니다. 그 자식이 날뛰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동네 1등 건달의 자부심이 더 강해보입니다. 사람도 쉽게쉽게 쏴죽이고 쳐죽입니다. 이러면 자동차 광고가 되려나요. 그래도 007은 자기 애스턴 마틴이 부숴지니까 엄청 승질내면서 복수라도 했는데. 자동차 액션도 별거 없고 그냥 무지큰 자석 싣고 다니면서 파워온 하면 다 끌려들어가서 다른 애꿎은 차들만 박살납니다. 아이언맨과 헐크를 차로 그리고 싶다는 욕망만 보였네요.


비유가 아니라 이야기가 진짜 우주로 갑니다. 이미 육해공 다 점령했으니 갈 데가 우주밖에 안남은 건 이해를 하는데...왜 굳이 차를 타고 우주를 가야하는지? 그 순간부터 정말 보는 내내 표정이 -_-가 되서 정색한 채로 영화를 봤습니다. 어지간해야 즐기는데 이건 진짜 해도 너무한 것 같아요. 이제 남은 건 시간여행? 악마소환? 차를 타고 또 뭘 할 수 있을까요. 차들끼리 합체해서 로보트가 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미국식 열혈인거겠죠? 미션임파서블은 톰 크루즈가 내내 심각한 척이라도 하는데 이 영화는 툭하면 자기들끼리도 어이없음을 감추지 못해 농담따먹기를 해서 그게 좀 짜증이 났습니다. 어이없으면 찍지를 말라고... 


사실 제일 웃긴 건 그 말도 안되는 위기탈출 상황에서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똥폼을 잡는 주인공들을 볼 때였습니다. 빈 디젤이 차에서 튀어나와서 폭발하는 차를 등지고 늠름하게 일어설 때 저도 모르게 푸핫!! 하고 웃음이 터지던구요. 영화 전체가 프로레슬링 같아서 뭐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저렇게 얼척없는 후까시는 좀 그렇지 않나... 마지막의 가족주의도 황당하긴 했습니다. 트라우마 이딴 거 당연히 없고 해피해피 바베큐 파티~ 할 때는 이야 세상이 하수상해서 이제 바베큐 파티가 하나의 영화적 판타지가 되었나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뭘 해도 바베큐 파티로 끝나지 않나요...? 그게 미국인들만의 명절 차례 같은 건가 싶기도 하고...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 아주 깝들 거하게 깐다 이런 생각만 들었고 그 온화함과 훈훈함에 제가 다 그릴 소세지가 되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극장에서 본 영화 중 이렇게 뇌절을 많이 맞은 영화는 이게 처음이었던 것 같네요. 분뇨의 질주 안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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