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중국 작가 두 분

2021.10.01 13:35

어디로갈까 조회 수:797

어린시절에 저는 아시아 문학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읽어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었어요.  한자를 통해 한국문학에 접하는 것도 싫었습니다. 감각적으로 그랬어요.  그런데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서 그의 언어 -한문- 이 저를 개안시켰습니다. 그의 세계 구상이 넓고 깊었기 때문이었죠. 그를 읽고 메모하는 동안 제 생각도 조금씩 성장하는 걸 느꼈습니다. 즐겁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어요.

DPF가 지금껏 중국 문학을 접해보지 못 했다며 작가를 주천해달라기에 사마천과 루쉰을 권했습니다. 사마천은 엄격한 역사 기록자이지요. 그는 깊은 지식과 사려 깊은 생각을 글로 남겼어요.
"천하의 목적은 하나다. 하지만 그 방법을 생각하는 건 백만가지이다. 도착하는 곳은 동일하지만 길을 달리할 뿐인 것이다. 같은 목적을 갖고 싸우지 마라."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 어느 한 언설/입장에 중점을 두지 말라는 충고였죠. 그가 <사기>를 쓴 이유는 아들에게 남긴 이 말에 함축돼 있어요.
"나의 분한 감정을 이어받아 내가 못한 것을 니가 역사로 쓰거라." 제가 여섯살 때 할아버지에게서 이 말을 들었더랍니다. ㅜㅜ 

사마천에 대해서는 정말 정리해서  할말이 많은데 갑자기 보스가 호출해서 이만 나갑니다. 언제 함 정리해 올려볼게요. 내 사랑 루쉰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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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이고 정치가 가혹하지 않았던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사마천의  한대 때는 그 가혹함이 더 심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의 출생 자체가 엄혹한 인생을 미리 규정하기는 했습니다. 
천의 아버지는 역사를 위대한 것으로 믿던 사람이었습니다. 스스로 역사가를 자처하고 사려깊게 지식을 구하는 타입이었죠.
"천하의 목적은 하나이지만 생각하는 방법엔 백 가지가 있다. 도달할 곳은 동일하지만 길을 달리할 뿐이다. 그러고 기록자는 기록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왕들의 역사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즉 난세가 난세인 이유를 설명해서 바른 길로 돌리는 행위자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천은 이런 아버지의 기르침으로  기록자로서 어떤 군주보다 강력하게 역사상에 살아남기를 결심하고 실천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받은 궁형이란 치욕을 안겨준 무제의 저능을 고발하는데 집중했어요. <사기>는 그 구상이 뛰어납니다. 이전의 역사는 편년체 - 연대기적으로 돼 있습니다. 서양 역사서도 대개 그렇습니다. 
사마천은 먼저 복잡한 세계의 내력을 구하기 위해서 가장 적당한 방법을 구상했습니다. 현재 정치하는 이들은 천의 <사기>는 읽지 
않더라도 그가 구상한 묘법만큼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상에 있어서만큼은 그는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천재였어요.

그는 역사를 정치의 역사로서만 봤습니다. 그가 정의한 정치란 '작용하는 힘'이고 그 힘의 주체가 정치적 인간입니다. 그 중심을 찾아 기록한 것이 <본기本記>죠. 그런데 정치적 인간을 둘러싸는 정치적 집단이 또 있기 마련입니다. 그 집단에 대해 기록한 것이<세가 世家>입니다. 
정치적 인간은 개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개인들을 기록하기 위해 <열전>을 만든 것이죠. 이렇게 역사의 윤곽을 파악하고  역사와 세계상을 추측했습니다. 이렇게 천은 <사기>에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 내용은 역사절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방법에 있어서는 위대한 창작물입니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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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투성이인 역사를 어디서부터 살펴봐야할까 하고 고민한 사마천이 목표로 한 것은 개인이었습니다. 왕국이나 왕통이 아니라 개인이 결국 역사의 중심이라는 통찰이었던 것이죠. 

천은 역사의 주류를 기록한 <본기>에서도 개인의 심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본기>는 역사의 중심이 계속되고 이동되는 기록입니다. 말하자면 정치적 인간의 에센스, 혼란하고 덧없는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철탑으로서의 존재들을 적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약한 존재라는 진실도 덧붙여서 설명했습니다. 세계의 중심으로 살고 있지만 자기 운명을 면하지는 못한다는 것.


천이 절대자도 죽으면 썩는다며 언급한 진시황에 관한 언급이 있습니다. 제왕도 천민과 똑같이 원소로 되었다는 걸 강조한 부분입니다. 진시황은 절대자로서의 욕망, 통일자 다운 생명력으로 나라 곳곳에 이런 문자를 새겼다죠. 

" 병兵을 일으켜 무도한 자는 죽이고 역모한 자는 없앴다. 무武는 폭력을 없게 하고 문文은 죄를 없게 하니 만 백성의 마음이 감복했다. (중간 부분 생략) 남자는 전답에서 일하기를 좋아하고 여자는 베짜기를 즐기니 모든 일에 차례가 있더라.

은혜가 도망자에게도 비치니 돌아와 농사 짓고 자기의 본분을 지키지 않는 자가 없었다." (주: 이 언설 접하고 체해서 밥을 못 먹었던 기억이.- -)


천의 기술방법엔 갖가지 특징이 있지만,  <홍문지회>에 그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홍문의 회會에서는 두 세계의 중심이 충돌합니다. 항우와 고조이죠. 서로 말살하려는 격한 의지가 부딪치는데, 그게  집약된 무대가 바로 홍문입니다.

항우와 고조라는 중심 인물 외에도 개성적인 인물이 많이 등장하죠. 이 부분은 어떤 수재의 기발한 상상력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밀도 있는 무대가 펼쳐집니다. 역사 기술만이 이 기상천외한 장면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고, 사마천이라는 천재가 그런 장면을 인상적이고 감동적으로 기술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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