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Go Lucky,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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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리 감독이 '세상의 모든 계절' 직전에 만든 작품입니다.

샐리 호킨스가 연기한 포피는 항상 즐겁습니다. 오랜 지기이기도 한 룸메이트가 있고, 주말을 함께 불태울 미혼 친구들이 있고, 성실한 초등교사이며, 퇴근 후엔 운동이나 플라멩코 같은 취미활동도 열심이며, 영화가 후반에 이르면 괜찮은 남친까지 생길 판이니(헉헉 나열만으로도 숨가쁘네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위에 올린 두 사진의 표정이 특별히 웃긴 일이 있어 웃는 것이 아니고 그냥 기본 표정입니다. '행복하게 지내세요!, 즐겁게 살아요!' 이런 말을 하는 중인 거죠.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아울러 남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언제나 노력 중인데, 그런데.....보다보면 선을 넘습니다. 이 인물? 세로토닌의 이상 작용이 의심되네, 싶은 것입니다. 자신이 행복한 건 행복하라지만 자신과 접촉하는 남까지 행복해야 하나요? 그게 가능키나 한 일이겠습니까? 

사실 조금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 준다거나 칭찬을 해 준다면 상대의 마음이 즐거워질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포피 친구인 내가 술이 고파, 그런데 포피가 술 한 잔 사주며 이야기도 들어 주고 맞장구도 쳐 준다, 이런 경우엔 포피 덕에 행복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포피와 초면인 서점 주인일 뿐인데 내가 쓰고 있는 모자가 잘 어울린다고 하고 내가 말 없이 있다고 '기분 나쁜 일 있냐, 나 때문이냐(!), 오늘 하루 즐겁게 지내자' 이런 말 하면 이상할까요 안 이상할까요. 정말 극단적인 건 야밤에 인적 없는 골목길을 산책하다가 공사판 같은 곳에서 혼잣말하는 건장한 노숙자를 보게 되는데 이 사람에게 다가가 귀를 기울이고 말을 건다는 겁니다. 관객인 저는 이 영화가 이런 장르가 아닌데 하면서도 조마조마했습니다. 제가 위에 세로토닌의 이상 작용이라고 표현했지만 포피는 확실히 우리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 사이에 그어진 수많은 선들, 어디서 만났고 얼마 동안 만났고 어느 정도 깊은 사이인지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굵기로 그어져 있는 수 많은 선들을 무시하는 사람입니다.

포피라는 인물의 본성이 그런 것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타인과 사이의 거리감을 측정하는 기관이 고장난 듯 행동한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세상과 트러블이 발생하게 됩니다. 주행운전 교습을 해주는 기사가 차별주의자이자 음모론자인데 포피의 모든 것을 자기식으로 곡해해 받아들여 큰 갈등이 생깁니다. 영화는 포피의 일상 속에 네 번 정도의 운전교습 장면을 드문드문 끼워넣어 긴장을 쌓아 나갑니다. 포피 같은 사람이 자신을 잘 아는 주변인들 외의 세상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볼 수 있으며 포피 스스로 사람들을 그렇게 대하는 것에 대한 중간 점검(?)의 계기가 됩니다. 

'세상의 모든 계절'과의 유사함이 느껴졌습니다. '선을 넘는다.' 라는 점이오. 이 시기에 감독의 관심사였는지 모르겠지만 두 작품에서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세상의 모든 계절'을 보고 나서의 씁쓸함, 개인적으로 느꼈던 약간의 불쾌함이 이 영화에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 있을까. 물론 포피가 현실 인물이면 저는 가까이 사귀지 않습니다. 피곤할 것이라 여겨 피할 것이고 저나름 삐뚫어진 점이 있어서 괜히 아니꼽게 여길 것이니까요. 하지만 두 시간 정도의 영화 속 이 인물은 웃음을 전염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따라 미소짓고 있게 됩니다. 샐리 호킨스가 웃는 표정을 기본으로 해서 온갖 익살맞은 표정 연기를 하는데 웃지 않을 수 없어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계절'이 뭔가 닫힌 세계였다면 포피의 세계는 열린 세계 같습니다. 결혼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가정이라는 '울타리'라고 우리가 표현하는데 과연 울타리쳐지지 않은 여유와, 현실을 멀찍이 놓고 살 수 있는 기상이 있었습니다. 


샐리 호킨스의 다양한 표정 연기 진수성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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