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 런닝타임은 93분. 장르는 고어가 가득한 가족 영화(!)입니다. 스포일러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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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레트로 추억팔이 영화 포스터의 좋게 말해 모범, 나쁘게 말해 클리셰 되겠습니다.)



 - 스타워즈 분위기의 '우주 배경 자막 가득'으로 시작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외계의 무시무시한 존재가 그쪽 우주를 멸망시킬 뻔하다가 가까스로 봉인되었대요.

 장면이 바뀌면 미국 교외의 한 남매가 공놀이를 하고 있어요. 여동생이 만들어낸 제 멋대로 개판 괴상 규칙의 그 놀이에선 늘 언제나 그렇듯 오빠가 지고. 벌칙으로 집 뒷마당에 시체 10구는 묻어도 될 법한 구덩이를 파는데, 거기에서 뭔가 뻘겋게 반짝거리는 걸 발견하고는 성격 나쁜 여동생이 '내꺼야!'라며 채어가죠. 그런데 이들이 그 뻘건 돌에 만족하고 가버린 사이에, 거기에선 무시무시하게 생긴 괴인이 기어나와 근방을 헤매다가 우연히 마주친 무법자들을 뼈와 살을 분리해 죽여 버립니다.

 정해진 수순으로 주인공 남매는 다음 날 그 괴물을 만나게 되는데, 천만다행으로 여동생이 가져간 그 뻘건 돌이 손오공 머리띠 마냥 괴물을 컨트롤할 수 있는 물건이었네요. 하지만 무조건 다행인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 우리의 여동생님은 평범하게 성격 나쁜 아이가 아니라 저엉말 못되고 이기적이며 제 멋대로인 x랄발광 어린이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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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이런 카리스마 괴물 아저씨가)



 - 제목에도, 본문 첫 줄에도 적어 놓았듯이 이 영화의 장르는 가족영화입니다. 농담 아님!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이티'나 '범블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별로 좋지 않은 사정의 어린이가 외계에서 굴러들어온 킹왕짱 신비롭고 센 존재를 만나 씐나는 모험을 하다가 나중엔 위기도 겪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감정도 나누고 본인도 성장하고 집안 분위기도 좀 좋아지고... 그런 이야기 공식을 그대로 따라요. 너무 잘 따라서 나중엔 그것 자체가 개그가 될 정도. ㅋㅋ

 다만 정확히는 '이티'보단 그 이후로 줄줄이 쏟아졌던 아류 영화들 쪽에 가까워요. 정말 참으로 많은 아류들이 나왔고, 그 중엔 오리지널과 다르게 뭔가 좀 폭력적이고 불건전한 느낌이 섞인 괴작들도 있었거든요. 이 영화는 그런 영화들의 21세기판 재현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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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는 이야기라고도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그리고 그런 장르에 어울리게 영화는 80년대 레트로풍 컨셉을 잡고 있어요. 이야기 측면 & 비주얼 측면 양면으로 그렇구요. 특히 비주얼 측면으로는 그 시절 기준으로도 B급 SF의 갬성을 추구합니다.

 사실 이런 레트로 컨셉은 대부분 일종의 꼼수죠. 제작비 부담도 덜고, 각본도 은근슬쩍 좀 대충(?) 쓴 거 정당화하구요. 이 영화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는 사례는 아닙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외계 존재들 장면들은 딱 보는 순간 '전대물!'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고어 장면들도 현실감 같은 건 1도... 까진 아니고 10도 없구요. 좋게 말해 예스럽고, 나쁘게 말해 애들 인형극 느낌. 그리고 스토리도 자유롭게 막 뻗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둥글게 둥글게, 아주 안 현실적이고 개연성 모자라 보이는 방향으로 쉽게, 좋게 풀립니다. 최종 완성도에 대한 평가를 떠나 '레트로 핑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화인 것은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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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니까 괜찮아!!)



 - 그런데 그게... 다 합쳐 놓고 보면 의외로 되게 괜찮습니다? ㅋㅋ

 왜 괜찮은가. 를 놓고 생각해보면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그 부분부분들이 다 얼핏 보기보다 고퀄이에요.


 일단 캐릭터들이 좋습니다. 주인공네 식구 넷 모두 전형적인 캐릭터와 전형적인 관계인 듯 하면서도 은근 디테일들이 리얼하게 살아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구요. 특히 주인공격인 여동생 미미의 캐릭터는 은근 걸작이에요. 보통 요즘 영화들에서 '못된 여자애' 주인공이란 못됨 설정을 얹은 훌륭한 아이인 경우가 많잖아요. 얘는 안 그럽니다. ㅋㅋ '덜 큰 못된 애'라는 설정으로 영화 내내 정말로 그 나이 또래 나쁜 애들이 할 법한 행동들을 계속 하는데 그게 굉장히 설득력(?)이 있어요. 보다 보면 정말로 진지하게 뒷통수를 한 대 후려갈기고 싶어지는 캐릭터이고 그렇다보니 막판에 아주 약간 성장하는 게 더 감동적(?)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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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 보소...)


 그리고 황당무계 환타지 캐릭터인 우리의 '사이코 고어맨'. 이 작품에서 이름 그대로 엽기적 호러 표현을 맡고 있는 이 분도 뜻밖에 괜찮습니다. 일단 정말로 위협적입니다. 어쩌다 자신의 통제권을 쥔 어린애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계속해서 드러내고 호시탐탐 복수를 노리는데, 그게 그냥 둥글둥글 코미디로 처리되는 게 아니라 상당히 진지하게 표현이 돼요. 그래서 보는 내내 '설마 그럴 리가 ㅋㅋㅋ' 라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긴장시켜 주고요. 뭣보다... 웃깁니다! ㅋㅋㅋ 전형적인 '지구에 익숙치 않은 외계인' 컨셉의 개그가 자주 들어가는데, 그것 자체는 특별할 게 없지만 유머들이 센스가 있어서 썩 웃겨요. 특히 여동생과의 티키타카가 참 재밌구요. 그리고 관객들은 우리를 웃겨주는 캐릭터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갖게 되어 있는 존재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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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하고 뻔해 보이는 가족 멤버들이지만 은근 다 개성과 현실감이 조금씩 묻어나는 게 좋았습니다.)



 - 이렇게 캐릭터들이 괜찮으니 뻔한 드라마도 그럭저럭 잘 살아나구요.

 결정적으로, 그 '레트로 핑계'의 활용이 아주 좋습니다. 화끈하게 고어로 달리다가,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로 흐르다가, 그러다가 또 훈훈한 가족 드라마가 튀어나오고. 이런 중구난방 흐름들이 80년대 레트로 핑계 덕에 잘 봉합되어 붙어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 그 제각각이 다 고퀄이니 이런 잔머리를 대략 납득하게 되더라구요. 가족 드라마는 가족 드라마대로 훈훈하고, 고어 액션은 레트로 갬성 비주얼로 웃기고 재밌게 준수하구요, 또 뒷수습 생각 안 하고 내지르는 개그는 개그대로 웃기니 무슨 불만이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21세기 스타일로 리얼 분위기를 잡았다면 내내 덜커덩거리는 느낌이 거슬렸을 텐데, 애초부터 그런 기대를 싹 제거해주고 '옛날 영화겠거니...' 하고 보게 되니 걍 즐겁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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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코 고어맨을 잡으러 출동하는 우주의 용사!!!)



 - 뭐 더 길게 말할 건 없구요.

 컨셉에 충실하게 잘 만든 가족/코미디/호러 영화입니다.

 영화 컨셉상 고어 장면들 중 진지하게 거슬릴만한 건 거의 없으니 제목을 보고 포기하실 필욘 없구요.

 그냥 고어가 많이 나오는 둥글둥글 행복한 가족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ㅋㅋ '이티'나 '범블비' 같은 영화 좋아하시면서 동시에 옛날 Z급 영화들의 막장 스타일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딱 봐도 뻔해 보이는 영화라 큰 기대는 없이 재생했는데, 기대보단 훨씬 재밌게 봤어요. 




 + 감독은 속편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아직 확정된 건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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