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드라이브가 맛이 가서 아침부터 일도 안하고 전자상가에 나왔습니다만, 너무 일찍 와서 문을 안 열었더군요. 스타벅스에 앉아서 바닐라라떼를 홀짝이며 킨들로 "The Greatest Show on Earth"를 읽고 있어요.


도킨스 아저씨가 창조론자와 대화하는 장면을 읽다가 한없는 데자뷰를 느꼈어요. 창조론자 웬디 아줌마는 진화의 증거가 없고, 진화론자들이 창조론자들을 겁박하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진화가 진짜라면 증거 (중간 종)를 하나만 자기한테 보여달라고 얘기합니다. 도킨스는 박물관에 가면 널린게 증건데 무슨 소리냐며 이런 저런 화석 증거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웬디 아줌마는 여전히 증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죠.


한동안 한국의 인터넷, 그리고 듀게도 달구었던 타블로 사건을 연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창조론자를 그리고 타블로 학력의 증거가 모두 조작되었다고 믿는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증거란 과연 무엇일까요.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꾸로 진화론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창조론자에겐 있을 수 없는 것이고, 모든 증거는 조작 가능하기 때문에 타블로 학력의 증거란 있을 수 없는 듯 합니다. 타블로에 대한 모든 일들이 조작되었다고 믿는다면 타블로와 같이 학교를 다녔어도, 얘는 그냥 도강하는 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과학 실험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컨트롤 그룹을 설정해서 연구하고 싶은 부문의 영향만 측정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합니다. 제대로 된 컨트롤 그룹을 설정하는 것이 때로는 대단히 힘들고 불가능할 때도 있긴 하지만요.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의 컨트롤 그룹을 만들 방법은 없나요.


평소라면 그냥 피식하고 넘어갔을 것 같은데, 시간이 남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사랑한다는 증거를 보여달라는 여인네에겐 무엇이 증거가 되나요. 손가락을 깨물어서 혈서를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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