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6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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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있는 여자분 살아 계십니다. 오해하심 안 돼요. ㅋㅋㅋㅋㅋ)



 - 무대는 그 시절 영국입니다. 안토니오니의 첫 해외 진출작이었다구요. 토마스라는 이름의 잘 나가는 사진 작가가 주인공이에요. 어찌나 잘 나가는지 건방짐과 오만함이 하늘을 찔러서 모델들을 다 하인 부리듯 하네요. 그래도 사진 찍을 때만은 진심인 뜨거운 남자!!! 입니다만. 사실 이 양반은 이런 상업 사진 말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다큐멘터리풍 사진을 찍고픈 모양입니다. 뭐 암튼.

 그 날도 귀찮게 달라 붙는 모델들을 걷어 차고 부릉부릉 차를 몰아 카메라를 들고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 텅 빈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을 발견하곤 '아 좋은 소재로군' 하고 허락도 안 받고 멀리서부터 신나게 사진을 찍어요. 그러다 여성에게 들키고, 항의를 받지만 정말 뻔뻔하게 "아 사진사가 사진 찍는 건 자연스러운 일 아님? 이 사진은 내 거임!!" 하고 배를 째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니 그 여성이 어떻게 알았는지 집까지 찾아와서 사진을 내놓으라잖아요. 그래서 어쩔까 고민하다 일단 다른 필름통을 건네주며 속이고. 왜 그렇게까지 난리람... 하고 사진들을 인화해 봤는데. 아니 이럴 수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던 수풀 속에 총을 든 남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뭐죠 이것은!!? 내가 살인 사건을 막은 것인가? 그 여자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도대체...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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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 있는 미남 사진 작가 토마스! 하지만 참으로 거만 오만해서 보다 보면 좀 짜증이 납니다. ㅋㅋ)



 - 무슨 전투력 측정 같은 얘기지만 속칭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최고 상을 수상한 전설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님의 영화구요. 그 명성에 걸맞게 저는 이 감독님 작품들 중 본 영화가 없었습니다. 음핫하. 근데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영화는 보고 싶었어요. 일단 미스테리 스릴러스런 설정에다가 사진 속 숨은 그림 찾기도 흥미롭고, 또 사진 여러 장을 인화해서 사방에 붙여 놓고 추리력을 발동하는 장면들을 스틸 사진으로 보고 아 이건 재밌겠다... 했었거든요. 그러다 왓챠에서 발견해서 찜도 해놨고. 결국 근래에 봤습니다만. 후훗. 그럼 그렇지... 제가 그럴 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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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어서 찍지만 들켜도 당당한 우리의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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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소리지만 이 영화의 공원 장면들은 꼭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들에 나오는 숲 같아요. 조용한 가운데 바람 불고 가지 흔들리는 것 뿐인데 괜히 기분 나쁜.)



 - 그러니까 위에서 요약한 내용을 보면 그냥 봐도 도입부 내지는 초반 소개 같잖아요. 근데 실제로 저 일이 다 벌어지고 나면, 그러니까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싶은 순간이 찾아오는 게 런닝타임 한 시간쯤 되어서입니다. 결국 총 런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우리가 '메인 스토리'라고 생각할 법한 사건과 별로 상관이 없는 다른 이야기로 채워요. 그 내용인즉 우리 사진 작가님의 일상인데요. 뭔가 밑밥을 까는 건가? 라고 생각하심 안 됩니다. 그 중 거의 대부분이 뒤에 벌어지는 일들과 딱히 상관이 없거든요. 그저 이 인간 정말 인성 개차반이구나... 하다 보면 한 시간이 갑니다.


 드디어 사건이 벌어지고, 주인공이 사진 속에서 수상한 것을 찾아냈으니 이제부터 이야기 시작이구나! 라고 생각하면 또 한 번 난감해지겠죠. 분명히 사건이 있고, 주인공이 그걸 추적하려 애를 쓰긴 합니다만 여전히 '사건' 그 자체는 살짝 뒷전이고 뭔지 모를 딴 이야기의 비중이 큽니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엔 정리가 될까요? 답은 이미 짐작 하시겠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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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알로 무비들 생각나던 원색의 패셔너블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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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동네 건물색이 다 이렇습니다. 요즘 영화라면 당연히 cg라고 생각했겠죠.)



 - 결국 주인공이 겪게 되는 미스테리어스한 사건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 던지려는 떡밥을 이해 시키려는 예시 같은 거구요. 애초에 풀 생각도 없이 만든 설정이면서... 끝까지 다 보고 나면 풀려서는 안 되는 떡밥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제를 감안하면 그래요. 덜 예술적이라 귀찮으니 마무리하지 않을 거야! 같은 게 아니라 해결하지 않는 게 그 사건의 존재 의미를 지키는 겁니다. 뭔 소린지 글을 적고 있는 저도 헷갈리지만 암튼 그러합니다.


 여러 번 자백했다시피 저는 이런 식의 영화에 약합니다. 감독이 던져 놓은 떡밥들을 갖고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작품들 말이죠. 그러니까 대략 현대인들이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이라든가. 현실과 가상의 관계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라는 건 알겠어요. 감독님께서 그래도 마지막에는 친절 상냥한 장면을 넣어서 힌트를 주시거든요. (있습니다 그 유명한 공 없는 테니스 장면이란 것이. ㅋㅋㅋ) 하지만 여전히 이런 걸 꼼꼼하게 분석하고 연결 지어서 의미를 부여하고... 이런 건 제겐 무리이니 스킵하겠습니다. 뭐 어차피 저보다 훨씬 똑똑한 분들이 열심히 정리하고 분석한 내용들이 웹과 책으로 여기저기 널려 있겠죠. 공부와 토론은 그 쪽에서!! (뻔뻔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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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테니스장 씬. 이게 뭐꼬??? 라는 당혹스러움이 밀려오지만 그래서 본의 아니게 반강제로 머리를 굴리는 경험도 나쁘진 않았네요.)



 - 그렇게 핵심적인 부분은 다 넘겨 버리고 수박 겉만 열심히 핥아 보자면요.


 희한하게 지알로 무비들 생각이 나더라구요. 장갑 낀 손이 커다란 칼 들고 여성을 난자하고 이런 전 전혀 안 나오지만 (그냥 어떤 종류의 물리적 폭력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느낌이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뭐... 엄밀히 말해 제가 이 시절 이탈리아 영화를 본 게 지알로 무비들 밖에 없어서 그런 거겠지만요. ㅋㅋ 배경이 영국이고 영국 배우들이 나와서 영어로 연기하는데도 그게 꼭 이탈리아 느낌이라. 감독의 정체성이란 게 이런 식으로 드러나는구나... 싶었구요.


 그 시절 기준 되게 폼나고 세련되며 최첨단의 무언가가 계속 나옵니다. 어쩜 그렇게 나오는 건물들이 다 예쁘구요. 아예 한 블럭이 다 빨간 건물인 동네를 차를 타고 지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아니 정말 저러고 사는 동네가 있단 말이야? 하고 감탄했네요. 주인공이 자기 집 겸 작업장으로 쓰는 장소의 내부도 되게 희한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건 집도 아니고 창고도 아니고 스튜디오도 아니여... 라는 느낌으로 되게 넓고 또 공간이 독특했어요. 주인공 직업상 계속해서 60년대 스타일로 잔뜩 멋부린 미녀들이 우루루 나오니 그것도 보는 재미가 있었고. 또 당시 잘 나가는 영국 사람들 생활 양식 같은 게 보이는 것도 재밌었네요. 그 와중에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지미 페이지와 제프 벡의 무대는 "이건 또 뭔데??" 라는 기분으로 즐거웠어요. 그리고 그 와중에 또 음악 담당은 허비 행콕입니다? ㅋㅋㅋㅋ 허허 이것 참.


 그래서 결과적으로 매우 고독한 작가주의를 시전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없이 무사히 볼 수 있었습니다. 뭐 어차피 감독 이름이 있어서 본격 스릴러물이 될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고 봤으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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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요렇게 Blow-Up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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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걸 발견하는 사건이 중심인 영화이지만 뭐 이런 걸 기대하심 큰일 납니다. ㅋㅋㅋ)



 - 그래서 마무리하자면요.

 오랜만에 본 정말 본격 고독한 작가주의로의 동참... 체험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솔직히 뭘 많이 이해했다든가 아주 알찬 시간이었다든가 이런 말은 못 하겠지만, 오랜만에 이런 영화를 보며 두뇌 풀가동을 하는 것도 괜찮은 시간이었네요.

 물론 앞으로도 자주 보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런 건 20대 씨네필 워너비 시절로 충분해요. ㅋㅋ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마지막 테니스장 장면처럼 임팩트 있는 기억도 하나 남겼구요. 가아끔은 하나씩 이런 영화들 챙겨보는 것도 보람차고 좋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잘 봤어요. 




 + 그래서 우리의 야드버즈님들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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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미 페이지! 제프 벡!! 우왕!!! ㅋㅋㅋ 물론 레전드들이 되시기 전에 찍은 거죠.)



 ++ 어쩌다보니 짤이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 주인공에게 사진 찍히고 필름 내놓으라 따라다니는 미스테리 여인이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주인공에게 잘 보여서 화보 한 번 찍어 보려는 이름 없는 뉴비 젊은이 모델 중 한 명이 제인 버킨이고 그렇습니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보시다시피 포스터에 커다랗게 이름을 박아 넣고 있지만 제인 버킨은 찾아보니 완전 꼬꼬마 뉴비 시절이었군요. 풋풋하기 그지 없습니다. 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토마스가 공원에서 커플 사진을 찍었습니다. 찍힌 여자가 눈치 채고 달려와서 사진을 달라지만 어쩔! 하고 집에 와 버렸어요. 오는 길에 편집자를 만나서 본인이 준비 중인 다큐멘터리스런 사진집의 마지막 페이지에 넣을 좋은 사진을 건졌다고 자랑을 하죠. 그런데 그 여자가 집으로 찾아와서 또 사진을 달라고 합니다. 그것만 준다면 뭐든지 하겠대요. 그냥 뭐든지라고 했지만 뉘앙스가 뉘앙스인지라 둘은 섹스 할 준비를 하는데, 토마스가 아까 오전에 골동품점에서 구입한 프로펠러(네, 별 의미 없이 프로펠러입니다.)가 도착해서 영차영차 옮기는 사이에 여자는 토마스가 준 가짜 필름통을 들고 사라졌네요. 


 이게 뭐꼬... 하고 토마스는 공원 사진들을 현상을 하는데, 커다랗게 현상을 하다 보니 어익후? 풀숲에서 커플을 노리고 있는 총 든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토마스는 사진을 몽땅 현상해서 여기저기 붙이며 촬영 당시 공간을 재구성하죠. 그러다가... 자기들 사진 좀 찍어 달라고 맨날 들이대던 무명 여성 모델 둘이 찾아 옵니다. 여전히 거만하게 굴던 토마스는 그 둘과 뒹굴뒹굴거리며 좀 퇴폐적으로 놀아요. 그러던 와중에 자기가 붙여 놓은 사진들에 눈길이 가고, 어라? 이번엔 너무 확대해서 흐리게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하는데, 아무리 봐도 사람 시신으로 보입니다!!! 


 충격을 받은 토마스는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지만 관심도 없구요. 여자애들을 보낸 후 홀로 공원에 가서 그 흐린 것의 위치로 가 보니 정말로 시신이 있습니다. 어이쿠야... 그래서 바로 편집자에게 달려가죠. 하지만 이 인간은 술과 마약에 취해서 헤롱거리며 이런 거 관심도 없고 토마스에게도 그걸 권합니다. 이러쿵 저러쿵 튕기다가 결국 함께하는 토마스. 정신을 차리니 아침이구요, 후다닥 다시 공원에 가 보니 시신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실의에 찬 토마스는 홀로 타박타박 걸어서 돌아오는데... 


 그러다 테니스장을 지나는데 갑자기 어제부터 (영화 도입부에 나왔습니다) 계속 끼얏호~ 하고 얼굴에 흰 칠을 하고 차를 타고 달리던 젊은이들이 나타나서 우루루 내려요. 그리고 그 중 둘이 빈 테니스장에 들어가서 공도 라켓도 없이 테니스 시합 마임을 시작합니다. 토마스도 호기심에 그걸 지켜보구요. 한참을 보니 좀 재미가 있는지 입가에 미소도 생기네요. 그러다 이 놈들이 공이 경기장 바깥으로 날아간 듯한 시늉을 하고서 토마스에게 집어 달라고 손짓을 해요. 토마스는 난감해하며 주저하다가... 결국 공이 떨어 졌을 법한 위치로 가서 공을 집어 들고, 경기장으로 던지는 시늉을 합니다. 그러고서 계속 경기장을 바라보는데... 어라. 갑자기 진짜 테니스 시합을 하는 것처럼 공 소리, 라켓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토마스의 눈도 진짜 시합 보는 사람처럼 왔다리, 갔다리 하며 집중을 하구요. 이런 토마스의 모습을 하늘에서 멀찍이 지켜보다가... 갑자기 토마스가 유령처럼 샤라락 사라집니다. 어라. 엔딩입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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