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간은 뭘위해 살까...아마도 뽕을 느끼기 위해 살겠죠. 요즘 말로 하면 도파민이라고 할까. 



 2.그런데 그 도파민이란 건 보통 그래요. 절대적인 게 아니거든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때 우리들은 뽕을 느끼죠. 또는 나처럼 혼자 다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집단에 속한 사람이라면 주위의 고만고만한 사람들보다 약간 앞서나갈 때 뽕을 느끼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스타트 라인이 너무 앞에 있지 않은 게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어요. 돈이 없던 사람이 1억원을 처음으로 모았을 때 느끼는 그 벅찬 기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들거든요. 1000억 있는 놈이 투자 성공해서 1100억원 달성해 봐야 거기서 도파민을 느끼기 힘드니까요.



 3.돈 쓰는 것도 그래요. 처음으로 하루에 백만원 써봤을 때 기분은 매우 좋죠. 나도 소위 말하는 '백만원짜리 양주'먹는 사람이 된 것 같고 뭐 그래요. 재벌들이 보기엔 백만원은 팁도 안 되는 돈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감동이 느껴지는 금액이니까요.


 문제는 이거죠. 처음으로 좋은 곳 가고 비싼 곳 가고 하는 건 맨 처음이 좋고, 그 후로는 그게 갱신되지 않으면 도파민이 안 느껴진다는 점이죠. 하지만 그래도 소비로서 레코드를 갱신하는 것도 나름 해볼만한 경험이예요.



 4.휴.



 5.요전엔 sk가문 사람이 유튜브에 나왔다고 해서 한번 봤어요. 그걸 보면서 저 인생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증명할 게 아무것도 없는 인생이거든요.


 사실 재능도 있고 거기에 금수저이기까지 한 사람이 노력해도, 120평 자택과 기사 딸린 마이바흐를 타고 다니게 되면 제법 자부심을 느낄 거예요. 왜냐면 부모님이 엄청 밀어줬어도 그 정도까지 성장하는 건 힘들거든요. 부모님의 백업+본인의 노력+운빨까지 다 있어야 가능한 레벨이죠.


 만약 그런 사람이라면 그냥 유튜브나 인스타에 대놓고 자랑해도 돼요. '난 비록 금수저지만 노력해서 120평 자택에 기사 딸린 마이바흐 타고 다닌다'라고 성공팔이 영상 올리면 10명 중 한명정도는 비아냥대겠지만 10명 중 9명은 본인의 노력도 대단했다고 인정할 거니까요. 돈 자랑이란 게 그렇거든요. 돈 자랑이 천박하다 아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한계를 극복했느냐 아니냐가 논점이니까요.



 6.한데 그 sk조카란 사람은 이미 그게 디폴트란 말이죠. 그 사람은 120평 자택도 기사 딸린 마이바흐도 자랑할 수가 없어요. 자기가 레코드를 갱신해서 얻은 게 아니라, 마치 게임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인벤토리에 있는 기본 장비와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인생은 뽕을 느끼기 참 힘든 인생이예요. 위에 썼듯이 도파민이란 건 어제의 나보다 좀더 나은 내가 될 때 분출되는데, 그 사람은 어제의 나를 갱신하는 게 존나게 어려운 인생이니까요.


 그 sk조카란 사람은 '내가 이렇게 방송 나오는 게 아무 메리트가 없다'라고 하지만 그 말 하나는 거짓말이예요. 그가 재력으로 뽕을 느끼려면 본인의 힘으로 조 단위의 금액을 달성해야 하는데 그 정도 능력은...아마 없을거니까요. 그 정도 능력이 있다면 자선 사업이 아니라 그냥 사업을 하고 있었겠죠. 그가 손대볼 수 있는 유일한 업적퀘는 명성이나 상징자본 쪽으로 어떻게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뿐이예요. 그야말로 외통수 인생이죠. 그가 도파민을 느낄 날이 과연 올까요? 아무것도 없던 사람이 드디어 1억원을 모으던 순간만큼의 도파민이. 




 7.사람이란 건 고만고만할 때는 레코드 갱신이 쉬워요. 어떤 여자가 회사 들어가서 돈 좀 모으고 드디어 자신의 힘으로 샤넬백을 처음 샀을 때. 그 샤넬백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누군가는 비웃겠지만 본인에게는 벅찬 일이거든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브랜드의 백을 자신의 힘으로 샀다는 것...샤넬백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제보다는 나은 내가 됐다는 게 기쁜 일이니까요. 샤넬백은 그냥 도파민을 느끼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죠.


 어떻게 보면 취직해서 샤넬백 하나 지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예요. 샤넬백 하나에 거의 천만원이니...나름 열심히 살아야만 가능한 지출이죠. 한데 sk조카란 사람은 샤넬백도, 마이바흐도, 120평 자택도 자랑할 수가 없단 말이죠. 자랑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그걸 자랑하는 순간 온갖 비웃음이 날아올 거니까요. 한데 마이바흐나 120평 자택이면 한 사람의 노력으로 달성 가능한, 거의 끝판왕 레벨이란 게 문제예요. 내가 기사딸린 마이바흐와 120평 자가아파트를 내 힘으로 달성한다면 여러분은 나를 듀게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볼 수 있을걸요. 내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30분동안 쉬지 않고 떠들어대고, 너희들은 왜 나처럼 열심히 살지 않냐고 35분동안 꾸짖어대는 영상을 볼 수 있겠죠.


 사실 그 사람의 레벨이면 클럽에서 천만원 쓰는 것쯤은 우스울 거예요. 나 정도의 사람은 클럽에서 천만원 샴페인 까면 그날은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거거든요. 천만원 샴페인이라는 허세보다는, 이제 내가 친구들과 노는 날에 이 정도 금액쯤은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도파민이 느껴질 거니까요. 하지만 재벌 조카는 천만원짜리 술 먹어도 다음 날 아침에 기억조차 안나겠죠. 감동을 느끼는 역치가 너무 높은 것도 좋지 않은 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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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래요. 나는 불만이 매우 많지만 그래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아직 달성할 업적퀘가 많이 남았다는 뜻도 되니까요. 사실 내가 엄청나게 잘 돼서 달성할 업적퀘가 안 남은 상황이면 그것도 슬플 거거든요. 그야 업적퀘라는 건 늘 인생에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이 되는 업적퀘가 있고 아닌 업적퀘가 있으니까요. 'SSS 업적 퀘스트-자산 3000억원을 달성하시오'라거나 '체지방률 5%를 달성하시오'같은 업적퀘는 없는 퀘스트나 마찬가지니.


 뭐 어쨌든.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업적퀘가 아직 인생에 많이 남아 있어요. 예전에는 나태해서 그게 싫었는데 나도 나이가 먹으니 심심해졌는지...아직 업적퀘가 많이 남아있는 게 나쁘지는 않아요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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