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다 큰 어른인 경우만요.

특히 연애와 관련돼면 거의 클리셰 수준이죠.

나쁜 남자/여자, 내 사랑의 힘으로 바꿔보고 싶다, 고쳐(?)주고 싶다, 뭐 이런 거요.

성격개조까지 나갈 필요도 없고 가까운 주변에서 찾자면 흡연이나 게으름 따위의 생활습관도 많죠.

내가 과연 누구를 바꿀 수 있는가.

그에 대해 제가 개인적으로 깨달음을 얻는 계기를 주신 분이 바로 저희 아버지시죠.

50년에 가까운 스모킹 라이프를 살아오시면서 금연 역시 손가락 발가락으로 세도 모자랄 만큼 수없이 시도 하셨지만

늘 실패하셨던 분이 놀랍게도 작년 중순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안 피우시게 됐습니다.

그간 엄마가 부탁에 잔소리에 협박에..

저희들도 합세해서 제발 끊어라 끊어라..

아버지 당신도 나이가 있으시니까 슬슬 걱정되셨는지 특히 지난 2년간은 노력을 많이 하셨죠.

근데 결국 아버지가 금연의 결심을 굳히신 이유는 다른 것도 아니고 함께 운동하시는 어느 아저씨의 지나가는 한마디였습니다.

담배를 끊으려는 중이다라는 아버지에게,

이번에도 소용 없을 거라고 쉬크하게 단정지으셨죠.

그 소릴 들으시고 아버지는 단번에 금연의 길을 걷기 시작하십니다.

지금도 꾸준히 걷고 계시고요.

이 얘길 듣고 첨엔 속으로 으이그... 싶다가 시간이 갈 수록 곱씹게 되더군요.

결국 아버지를 돌려세운건 사정사정한 엄마도 아니고 저희도 아니고 사실 그 아저씨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아버지 당신의 자존심이였죠.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에 누군가가 도전장을 던진거였고

그걸 지키기 위해 금연을 선택하셨죠.

그래서 저는 사람이 자기가 진짜 진짜 원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 법이다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신 안의 진짜 진짜 소중히 간직하는 어떤 무언가에게 닥친 위협을 피부로 느끼지 않는 한 안 바뀌겠죠.

사람이 바뀌는데 사랑이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물론 연인/가족의 눈물겨운 노력이 계기도 될 수 있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거기에 큰 의미는 두지 않았으면 해요.

날 위해 그것도 못 하냐,

그것도 못 했으니 날 사랑 안 하는구나,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바뀌려나,

맞는 소릴지도 모르고 틀린 소릴지도 모르지만 한 인간을 바꾸는 원동력엔 사랑 말고 타이밍이라든가 개인사정이라든가 뭐 하여튼 여러가지 복합적으로 존재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결론은 나는 남을 바꾸지 못한다는 거와 그래서 실망하지 말자는 거, 요 두 가지고요

다들 아는 얘긴데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습니다; (아니꼬운 글이 된 게 아닌지 걱정되네요)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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